Chapte 03. 인식론과 평화의 문제
사람들은 제언 提言 을 몹시 갈망한다. 그러나 우리는 알아야 한다 우리 모두 아무것도 혹은 거의 아무근도 모른다는 것을. 나는 그것이 인생의 기본적인 진리라고 추측한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며, 오직 추측만 할 뿐이다. 짐작만 하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최고의 지식은 단연코 지난 2,500여 년 동안 축적해 온 놀라운 과학적 지식이다.
우리 지식인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그때그때 더듬거리며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개중에 과학자를 자처하는 우리는 앞으로 조금 더 겸손해져야 하며, 더 중요한 건 독단적인 태도를 버리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과학은 결국 실패하고 말 것이다. 지식인들의 오만함, 주제 넘음이야말로 평화의 최대 걸림돌인지도 모른다. 한줄기 희망은 그들이 비록 오만하긴 하지만 그걸 깨닫지 못할 만큼 멍청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나는 여러분이 이데올로기에 숨은 크나큰 위험을 자각하기 바랄 뿐이며, 또한 인간의 진화론적 생물학과 지식 구조, 그리고 인간 언어에 숨은 지식과 신념, 상호 암시에 대한 위험한 욕구에 주의를 기울이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인다.
Chapter 04. 진화론적 인식론에 대한 인식론적 견해
Chapter 05. 진화론적 지식론에 대하여
Chapter 06. 케플러의 태양계 형이상학론 및 경험적 비판론
케플러는 천계의 역학, 진리, 현상 뒤에 숨은 실재를 찾기를 원했다. 그는 그저 더 나은 기술이 아닌 인과적 설명, 천계의 물리 법칙을 구하고자 했다. 뉴턴이 약 60년 후에 실제로 이룬 그것을 손에 넣고자 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아직 그것에 도달하지 못했음을 알고 있었다.
케플러는 사람들이 종종 치부하듯, 반쯤 터무니없는 소리로 들리는 원시적인 중세 형이상학을 '현대의 과학적 귀납법' 과 결합한 사람이 아니었다. 뉴턴은 케플러가 그의 세 가지 법칙을 티코 브라헤의 관측 결과로부터 귀납적으로 도출했다고 잘못 믿었다. 케플러는 다른 과학자들처럼 직관에 따라, 그리고 시행(가설)과 착오(경험적 논박)를 거쳐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새로운 진리를 추구하고 발견하려는 다른 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케플러도 자신의 실수에서 배울 줄 아는 한 명의 형이상학자였다. 실수에서 배운다는 건 그에게는 매우 명백한 사실이었다.
직관 없이는 그 어떤 진일보도 없다. 대부분의 직관이 틀린 것으로 드러난다고 해도 말이다. 우리에겐 직관과 아이디어, 가능하면 서로 상반되는 아이디어들이 필요하다. 또한 그 아이디어들이 어떻게 하면 비판받고 개선되고 엄중하게 검증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아이디어도 필요하다. 그 아이디어들이 논박당하는 그날까지, 우리는 진위가 의심되는 아이디어들을 가지고 계속 연구해나가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