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
칼 포퍼 지음, 허형은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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뮈가 이야기한 대로 우리 인간의 삶은 '부조리' 와 '모순' 덩어리들의 집합체이다. 사회에서 우리들은 서로간 다른 개념들의 이항대립적 구조를 끊임없이 강조하고, 우리는 희극같기도 비극같기도 한 인생을 보내며 죽음이라는 삶의 끝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어찌보면 우스꽝스러울 수 있는 우리 삶 속에도 어떠한 목적과 의미 혹은 진리라는 것이 존재할까? 있다면 무엇일까? 20세기에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 철학자로 손꼽히는 칼 레이먼트 포퍼경이 우리 삶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Session 1. 자연과학에 관한 문제들



Chapter 1. 과학이론의 논리와 진화

- 인간의 과학이 갖는 특징은 무엇일까?

과학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비판적 방법론의 의식적 적용이라는 것이다. 3단계 모델의 오류 제거 단계 (문제 - 시도된 해결책들 - 제거) 에서도 인간은 의식적으로 비판적 태도를 취한다. 비판적 방법론 하나만으로도 과학의 형태를 취한 지식의 놀라운 급성장, 과학의 놀라운 진보를 설명할 수 있다. ... 과학적 접근법의 가장 참신한 점은 우리가 시도된 해결책들의 제거를 능동적으로 추구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시도된 해결책들을 비판에 부치며, 이용 가능하고 생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비판한다.

과학에서는 어떤 이론이든 진중한 검증의 대상으로 세울 때 찬성과 반대의 두 무리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논의를 거쳐야 하는데, 논의라는 것이 항상 똑 떨어지는 결론을 내놓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과학을 진정한 과학으로 만드는 가장 특징적인 요소는 비판적 접근이며, 이는 과학 이론의 객관적, 공개적, 언어적 공식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보통 찬반양론이 형성되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비판적 논의가 제기된다.

3단계 모델에서 발전한 과학적 방법론의 전형이자 과학 발전의 메커니즘인 4단계 모델

1) 기존 문제

2) 잠정적 이론들 세우기

3) 실험적 검증을 포함하여 비판적 논의를 통한 제거 시도들

4) 이론들의 비판적 논의에서 도출되는 새로운 문제들

Chapter 02. 육체 - 정신의 문제에 대한 실재론자의 고찰



Chapte 03. 인식론과 평화의 문제

사람들은 제언 提言 을 몹시 갈망한다. 그러나 우리는 알아야 한다 우리 모두 아무것도 혹은 거의 아무근도 모른다는 것을. 나는 그것이 인생의 기본적인 진리라고 추측한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며, 오직 추측만 할 뿐이다. 짐작만 하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최고의 지식은 단연코 지난 2,500여 년 동안 축적해 온 놀라운 과학적 지식이다.

우리 지식인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그때그때 더듬거리며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개중에 과학자를 자처하는 우리는 앞으로 조금 더 겸손해져야 하며, 더 중요한 건 독단적인 태도를 버리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과학은 결국 실패하고 말 것이다. 지식인들의 오만함, 주제 넘음이야말로 평화의 최대 걸림돌인지도 모른다. 한줄기 희망은 그들이 비록 오만하긴 하지만 그걸 깨닫지 못할 만큼 멍청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나는 여러분이 이데올로기에 숨은 크나큰 위험을 자각하기 바랄 뿐이며, 또한 인간의 진화론적 생물학과 지식 구조, 그리고 인간 언어에 숨은 지식과 신념, 상호 암시에 대한 위험한 욕구에 주의를 기울이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인다.

Chapter 04. 진화론적 인식론에 대한 인식론적 견해

Chapter 05. 진화론적 지식론에 대하여

Chapter 06. 케플러의 태양계 형이상학론 및 경험적 비판론

케플러는 천계의 역학, 진리, 현상 뒤에 숨은 실재를 찾기를 원했다. 그는 그저 더 나은 기술이 아닌 인과적 설명, 천계의 물리 법칙을 구하고자 했다. 뉴턴이 약 60년 후에 실제로 이룬 그것을 손에 넣고자 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아직 그것에 도달하지 못했음을 알고 있었다.

케플러는 사람들이 종종 치부하듯, 반쯤 터무니없는 소리로 들리는 원시적인 중세 형이상학을 '현대의 과학적 귀납법' 과 결합한 사람이 아니었다. 뉴턴은 케플러가 그의 세 가지 법칙을 티코 브라헤의 관측 결과로부터 귀납적으로 도출했다고 잘못 믿었다. 케플러는 다른 과학자들처럼 직관에 따라, 그리고 시행(가설)과 착오(경험적 논박)를 거쳐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새로운 진리를 추구하고 발견하려는 다른 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케플러도 자신의 실수에서 배울 줄 아는 한 명의 형이상학자였다. 실수에서 배운다는 건 그에게는 매우 명백한 사실이었다.

직관 없이는 그 어떤 진일보도 없다. 대부분의 직관이 틀린 것으로 드러난다고 해도 말이다. 우리에겐 직관과 아이디어, 가능하면 서로 상반되는 아이디어들이 필요하다. 또한 그 아이디어들이 어떻게 하면 비판받고 개선되고 엄중하게 검증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아이디어도 필요하다. 그 아이디어들이 논박당하는 그날까지, 우리는 진위가 의심되는 아이디어들을 가지고 계속 연구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Session 2. 역사와 정치에 관한 고찰

Chapter 07. 자유에 대하여

현대 유럽에서 가장 유서 깊은 두 민주주의 국가 영국, 스위스가 오늘날 자유에 대해 비슷한 애착과 수호 정신을 보이는 것은 흥미롭고 인상적이다. 왜냐하면 이 두 민주국가는 다른 모든 면에서, 특히 정치 체제의 기원에서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영국의 민주주의는 그 발생 기원을 상류 귀족층의 긍지와 자주정신에, 그리고 이후 민주주의 발전기에는 신교도 정신과, 시민의 자각, 종교의 관용에 두고 있다. 반면에 스위스의 민주주의는 상류 귀족층이 아닌 산악지대 농부들의 긍지와 자주정신 그리고 개인주의의 결과로 등장했다.

두 나라의 뿌리 깊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영국과 스위스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수호해야 할 가치들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자주성과 자유임을 잘 알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자유는 어떤 대가를 치르든 반드시 쟁취해야 하는 것, 승률이 아무리 낮아 보여도 끝까지 투쟁해 지켜야 하는 것임을 역사를 통해 배웠다.

진정한 합리주의자는 자신을 포함한 어느 누구도 진실을 온전히 알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비판만 가지고 새로운 관념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만 인간이 품는 관념에 한해서, 오직 비판적 논의를 통해서 쭉정이에서 낟알을 가려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상의 수용 혹은 거부가 순전히 이성적인 문제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한 가지 관념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타당한 판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성숙함은 오직 비판적 논의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우리가 정치적 자유를 갈구해야 하는 이유는 더 쉬운 삶을 소망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유 자체가 물질적 가치로 환원될 수 없는 궁극의 가치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유와 민주주의 그리고 그 두 가지에 대한 믿음은 매우 위험하게 작동할 수 있다. 자유에 대한 믿음이 항상 승리로 이어진다고 믿는 것은 옳지 않다. 그 믿음이 패배를 가져올 경우에도 늘 대비해야 한다. 자유를 선택한다면, 그와 함께 죽을 각오 또한 해야 한다. ... 우리가 정치적 자유를 선택하는 것은 유일하게 존엄한 형태의 인류 공존, 우리가 자신을 온전히 책임질 수 있는 유일한 형태로 존재함을 가능하게 하므로 택하는 것이다. 우리가 그 가능성을 깨닫느냐 깨닫지 못하느냐는 많은 요소에 달려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음을 알아야 한다.

Chapter 08. 민주주의에 대하여



Chapter 09. 삶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

내가 바라보는 현재는 우리는 경제적으로 과거 어느 때보다 나은 조건에서 살고 있을 뿐 아니라, 도덕의식도 훨씬 발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어리석으며, '현대적' 이라고 간주되는 건 전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수없이 저지르지만, 잘 의식하지 못하는 오류들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한 오류가 종종 확대 해석되는 것은 그럴 만한 일이며 -기술에 대한 적대의식을 가지는 녹색당의 예처럼-, 해명할 기회를 줘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필요한 오류 수정을 유일하게 가능케 하는 과학과 기술을 싸잡아 공격하는 건 어리석은 짓일 뿐 아니라, 저급한 선동에 지나지 않는 무책임한 것이다.

우리는 자유시장만을 최선의 가치로 추구하는 이념적 원칙을 다른 것으로 대체해야 한다. 반드시 필요하다는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을 경우에만 자유를 제한한다는 원칙이다. 그런데 대개는 '반드시 필요한 경우란 무엇인가' 를 두고 합의에 이르기가 상당히 힘들다.

칼 포퍼 Karl Popper 가 이야기한대로 우리 삶에서 변할 수 없는 것은 우리가 절대적인 진실들을 온전히 알 수 없다는 것이며, 우리들은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서 더듬더듬 짚으며 나아갈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 속에서 우리는 늘 실수를 통해서 새롭게 달라질 수 있는 진실에 근접한 발견들을 인정하고 동시에 겸손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포퍼는 가설을 제시하고 경험적 근거들을 제시하는 '과학적 발견의 논리' 와 비판과 토론을 통해 해답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합리주의적 사고' 를 지향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자기 생각에 대한 남의 비판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남의 생각에 대해서는 신중히 비판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본인의 이야기마저 자신의 강의를 반증하며 살피라는 칼 포퍼는 이 시대가 낳은 최고의 합리적 과학 철학자가 아닌가 생각한다.

All Life is Problem Sol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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