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 뇌과학과 신경과학이 밝혀낸 생후배선의 비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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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비드 이글먼 David Eagleman 은 신경학자, 특히 뇌과학을 탐구하는 작가이자 스탠퍼드대학 교수로 뇌에 대한 신비를 대중들에게 풀어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만 그가 이야기 하는 인류의 뇌는 미완성인 상태로 불완전하게 태어나지만 주변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경험을 통하여 성숙하고, 평생을 거쳐 계속 모습을 바꿔가며 연결되고 발전한다는 것이다. 뇌의 무한한 변화와 연결에 대한 가능성 속에서 뇌의 신경다발에서 나오는 신경들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강화되어 몸의 각 부분으로 전해지고, 그 과정에서 뇌의 역동성과 뇌 조직은 어떠한 변화를 겪는지 뇌과학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Chapter 01. 섬세한 분홍색 지휘자

인간은 완전히 프로그램된 채로 태어나는것 이 아니라, 세상과 상호작용을 주고 받으며 스스로를 형성해 나아간다. 자라는 동안 우리는 뇌의 회로를 끊임없이 바꿔가며 어려운 과제와 씨름하고, 기회를 이용하고, 사회구조를 이해한다. 인류가 지구의 구석구석을 성공적으로 접수한것은 뇌의 설계도를 처음부터 다 만들지 않고 기본적인 요소들만 준비해둔 뒤 세상으로 내보내는 것이 바로 그 요령이다. 마구 울어대던 아기는 결국 울음을 그치고 주위를 둘러보며 세상을 흡수한다. 주변 환경에 맞춰 자신의 모습을 다듬는다.

이 책은 우리 뇌가 끊임없이 회로를 바꾸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그것이 우리 삶과 미래에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보여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의문이 우리 이야기에 빛을 밝혀줄 것이다.

인류가 지구상에서 발견한 모든 것 중에 복잡성이라는 측면에서 우리 뇌와 겨룰만한 것은 없다. 인간의 뇌는 뉴런이라고 불리는 세포 860억 개로 이루어져 있다. 뉴런은 이동하는 전압 스파이크의 형태로 신속히 정보를 전달하며, 숲처럼 생긴 복잡한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빽빽하게 연결되어 있다. 우리 머릿속에 존재하는 뉴런들 사이의 연결점은 모두 합해 200조 개쯤 된다. 피질 조직 1세제곱밀리미터 안에 있는 연결점 수가 지구상 전체 인구보다 스무 배나 많다. 뇌가 흥미로운 것은 이런 숫자들 때문이 아니라 수많은 세포와 연결점의 상호작용이 흥미로운 부분이다.

뇌는 역동적인 시스템이라서 주변 환경의 요구와 몸의 능력에 맞춰 항상 회로를 바꾼다. 또한 뇌는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계속 변하고 반응하면서 스스로를 조정한다. ... 중요한 것은 우리가 대체로 미완성인 뇌를 갖고 세상에 태어난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우리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무력한 아기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지만, 그래도 그만한 대가를 치르는 보람이 있다.

반쯤 만들다만 뇌를 갖고 세앙에 태어나는 것이 인류에게는 승리 전략이었다. 이 전략으로 우리는 지구상의 모든 생물을 뒤로 제쳤다. 땅을 뒤덮는 일에서도 바다를 정복하는 일에서도, 달을 향해 뛰어 오르는 일에서도, 수명도 세 배로 늘렸다. 이 모든 일 중 어느 것도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지 않다. 적어도 직접적으로는 각인되어 있지 않다. 대신 우리 유전자는 간단한 원칙 하나를 세웠다. 융통성 없는 하드웨어를 만들지 말고, 주변 환경에 적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 우리 DNA는 고정된 설계도가 아니다. 이 DNA가 만들어내는 것은 주변 환경을 반영해서 효율을 최적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회로를 바꾸는 역동적인 시스템이다.

- 항상 변하는 시스템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외부 사건에 의해 변할 수 있으며 달라진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개념을 생각하다가 '가소성 plasticity' 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가소성이 있는 물체란 모양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고 그 모양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가소성' 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넓혀서 계속적인 변화라는 개념에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 지금 우리 목표는 이 살아 있는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나는 주제를 더 생생히 표현해주는 용어를 새로 만들었다. '생후배선 livewired' 이라는 용어다. 뇌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층으로 나누는 것이 점점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역동적이고, 적응력이 있고 정보를 구하는 이 시스템을 파악하려면 '라이브웨어 liveware' 라는 개념이 필요할 것이다.




Chapter 02. 덧셈뿐인 세계

- 뇌를 훌륭하게 기르는 법

1960년대에 과학자들은 경험의 직접적인 결과로 뇌에 측정 가능한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교훈은 뇌가 노출된 환경이 뇌의 섬세한 구조에 반영된다는 것이다. 가지돌기에만 적용되는 규칙이 아니다. 세상 경험은 분자 단계에서부터 뇌 전체의 해부학적 구조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측정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부분을 세세히 조정한다.

- 경험이 필요하다

뇌가 올바르게 발달하려면 좋은 환경이 필요하다. 인간 게놈프로젝트가 완성되었을 때 가장 놀라운 점 중 하나는 인간의 유전자가 고작해야 약 2만 개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생물학자들도 이 숫자를 보고 놀랐다. 뇌와 몸이 얼마나 복잡한지 생각할 때, 수 십만 개의 유전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가정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그토록 얄팍한 설계도에서 860억 개의 뉴런으로 이루어진 엄청나게 복잡한 뇌가 만들어지는 걸까? 답변의 축을 이루는 것은 게놈의 영리한 전략이다. 불완전하게 만든 뒤, 세상 경험으로 다듬어지게 하라는 전략. 따라서 갓 태어난 인간의 뇌는 놀라울 정도로 미완성 상태이며, 반드시 세상과 상호작용을 해야 완성될 수 있다.

Chapter 03. 내면은 외면의 거울

- 실버스프링 원숭이의 사례

1951년 신경외과 의사 와일더 펜필드몸의 모든 부위에 해당하는 지점이 뇌에 있음을 발견했다. 또한 뇌에 띠 모양으로 분포해 있는 지점들을 합치면 상세한 신체 지도가 되었다. 펜필드는 체성감각피질을 따라 천천히 옮겨 다닌 끝에 인간의 몸 전체를 찾아낼 수 있었다. 또한 그는 운동피질 (체성감각피질 바로 앞쪽의 띠)에서도 그는 같은 결과를 얻었다. 전기를 약하게 흘리면 신체에서 특정 부위의 근육이 움찔거렸으며, 서로 인접한 지점들이 서로 인접한 부위를 담당했다. 펜필드는 이 신체 지도들을 '작은 사람' 이라는 뜻의 호문쿨루스로 명명했다.

실버스프링 원숭이 연구의 결과로 뇌의 신체 지도가 유전자에 미리 프로그램되어 있을 가능성이 배제되었다. 그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몸에서 활발하게 입력되는 자극에 따라 신체 지도가 유연하게 바뀐다는 것. 몸이 변하면 호문쿨루스도 따라서 변한다. ... 현대 촬영 기법 덕분에 우리는 팔이 절단되었을 때 피질에서 그 팔을 담당하던 영역이 인근 영역들에 서서히 잠식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피질에서 손과 팔꿈치 아래쪽을 담당하는 영역은 팔꿈치 위쪽과 얼굴을 담당하는 영역에 에워싸여 있다. 따라서 그 이웃 영역들이 예전에 손을 담당하던 영역 쪽으로 움직여 그 땅을 접수한다.



- 모든 것은 타이밍

뉴런은 갑작스러운 전기 펄스 (스파이크라고도 한다) 를 보내는 데 아주 잠깐 시간을 할애한다. 그런데 이 펄스의 타이밍이 몹시 중요하다. 전형적인 뉴런을 가까이에서 살펴보자. 뉴런은 돌기를 뻗어 1만 개나 되는 이웃 뉴런들을 건드린다. 하지만 그 이웃들과 모두 똑같이 강력한 관계를 맺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이웃들과 모두 똑같이 강력한 관계를 맺는 것은 아니다. 관계의 강도는 타이밍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가 관찰 중인 뉴런이 스파이크를 발사한 뒤, 이 뉴런과 연결된 다른 뉴런이 곧바로 스파이크를 발사한다면, 둘 사이의 유대가 강화된다.요약하자면 이런 규칙이다. '함께 발사하는 뉴런은 회로로 이어진다.'

피질의 영역 재배치는 어디서나 일어난다. 사람이 청각을 잃으면 전에 청각을 담당하던 뇌 조직이 다른 감각을 대변하게 된다. 사람이 청각을 잃으면 전에 청각을 담당하던 뇌 조직이다른 감각을 대변하게 된다. 따라서 청각장애인의 주변부 시視주의가 더 뛰어나다거나, 사람들의 말씨를 눈으로 볼 수 있다는 말이 그리 놀랍지 않을 것이다.

-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르다

최근 수십 년 동안 뇌의 가소성에 대한 여러 놀라운 사실이 발견되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것은 아마 뇌의 변화 속도일 것이다. 날카로운 이빨과 빠른 다리만큼 신경 가소성도 생존에 유용하다. 뇌가 다양한 환경에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기 대문이다. 하지만 뇌에서 벌어지는 경쟁이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감각들 사이에 활동 불균형이 발생할 때마다 다른 감각이 빈자리를 신속히 차지할 수 있다.

- 꿈과 행성의 자전이 무슨 상관?

이런 생각을 한번 해보자. 뇌의 영역들을 둘러싸고 항상 가차 없이 벌어지는 경쟁에서 시각 시스템이 처리해야 할 독특한 문제가 하나 있다. 행성의 자전 때문에 시각 시스템은 행성이 한 바퀴 도는 동안 평균 12시간씩 어둠 속에 던져진다. 그렇다면 시각 시스템은 자신에게 불공정한 이 조건에 어떻게 대처할까?

밤에 후두 피질이 활동하게 만든다. 시각 피질이 이웃 영역들에 자리를 빼앗기지 않게 하려고 꿈이 존재한다는 것이 우리의 가설이다. 사실 지구의 자전은 촉각, 청각, 미각, 후각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오로지 시각만이 어둠 속에서 고생한다. 그 결과로 시각 피질은 매일 밤 다른 감각들에 점령당할 위험에 처한다. 영역 변화가 얼마나 빨리 일어날 수 있는지를 감안하면, 이건 만만치 않은 위협이다. 따라서 꿈은 시각 피질이 점령당하지 않게 막아주는 수단이다.

한 가지 핵심적인 사실은, 밤중에 폭발적으로 발생하는 활동이 해부학적으로 정확하다는 점이다. 이 활동은 뇌간에서 시작되어 딱 한 곳, 즉 후두 피질로만 유도된다. 만약 이 과정을 관장하는 신경회로가 널리 뒤죽박죽 가지를 뻗는다면, 뇌의 많은 영역이 이 회로와 연결될 테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 회로는 몹시 정확하게 딱 한 곳만 겨냥한다. 외측슬상핵이라고 불리는 아주 자그마한 조직, 이 곳은 후두 피질만을 향해 신호를 전달해준다.




Chapter 04. 입력자료 이용하기

Chapter 05. 더 좋은 몸을 갖는 법

Chapter 06.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왜 중요한가

뇌가 임력되는 정보에 따라 어떻게 스스로를 재편하는지 앞에서 보았다. 하지만 사실 파이프라인을 타고 흘러오는 모든 정보가 똑같이 중요하지는 않다. 뇌가 스스로를 조정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우리가 어떤 정보에 시간을 쏟는가 하는 점이다. ... 뇌의 신경회로에는 우리가 하는 일이 반영된다. 따라서 고도로 훈련된 음악가의 대뇌 피질은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집중적인 연습이 신경계에 미치는 영향은 운동으로 나타나는 출력 결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입력 정보에도 영향이 미친다. 우리가 무엇에 시간을 쏟는가에 따라 뇌가 달라진다. 우리가 먹는 음식만 우리를 좌우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자신이 소화하는 정보 그 자체가 된다.

- 성공의 비결

뇌가 변화하는 시기와 방식에서 뇌의 목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뇌에서의 긍정적 피드백 여부에 따라 피질 영역의 지도가 달라진다. 이런 지식은 뇌손상에서 회복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 한 친구가 뇌중풍 발작을 겪어 운동피질 일부가 손상되는 바람에 한쪽 팔이 대부분 마비되었다고 상상해보자. 친구는 약해진 팔을 사용하려고 수없이 시도한 끝에 좌절감에 빠져 건강한 팔만으로 일상생활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약해진 팔은 점점 더 약해지는 것이 일반적인 시나리오다.

그러나 생후배선의 교훈은 제약 요법이라는 엉뚱한 해결책을 내놓는다. 멀쩡한 팔을 묶어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치료법이다. 그러면 환자는 약해진 팔을 쓸 수밖에 없다. 이 간단한 방법이 손상된 피질을 다시 훈련시킨다. 욕망 및 보상과 관련된 신경 매커니즘을 영리하게 이용하는 방법이다. 제약 요법을 처음 시행할 때는 갑갑하고 절망스럽지만, 최고의 방법임이 증명되었다. 뇌에 새로운 전략들을 시도해보라고 강요하고, 그러다 효과 있는 방법이 발견되면 보상이 따른다.

보상은 뇌의 재편에 강력한 영향을 발휘하지만, 다행히 우리 뇌가 재편될 때마다 쿠키나 상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대개는 우리가 달성하려는 목표에 따라 변화가 이루어진다. 뇌는 중요성을 북극성으로 삼아 중요하고 세세한 정보를 유연하게 받아들인다. 수백억 개의 뉴런은 우리 주위 세상을 그려내는 거대한 캔버스 역할을 하며, 그 덕분에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필요한 기술을 발전시킨다. 우리의 큰 목표와 대략 일치하는 임무가 나타나면, 뇌의 회로에도 그 점이 반영된다.

- 영역 변화 허락

뭔가 중요한 일이 일어나서 회로를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뇌는 어떻게 알아차릴까? 우선 세상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을 때 가소성을 발동시키는 전략을 꼽을 수 있다. 뇌는 신경조절물질을 방출하는 광범위한 시스템을 통해 중요성을 표현한다. 이 화학물질들은 대단히 한정적으로 방출되기 때문에, 특정한 때에 특정한 위치에서만 변화가 일어난다. 특히 중요한 화학적 메신저가 아세틸콜린이다. 이 물질을 방출하는 뉴런은 보상과 처벌의 영향을 모두 받는다.

아세틸콜린은 자신이 가 닿은 뇌의 영역을 향해 변화하라고 말하지만, 변화하는 '방법' 까지 일러주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서, 콜린성 뉴런 (아세틸콜린을 뱉어내는 뉴런)이 활성화되면, 그들이 겨냥한 영역의 가소성이 증가할 뿐이다. 그들이 비활성화되면, 가소성은 거의 또는 전부 사라진다. 아세틸콜린은 뇌 전체에 널리 영향을 미쳐, 모든 종류의 관련 자극에 따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아세틸콜린은 '이건 중요한 거니까 잘 감지해야 돼' 라고 말하는 보편적인 메커니즘이다. 그래서 해당 영역을 넓혀 중요성을 표시한다.

콜린성 뉴런은 뇌 전역에 널리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도 이 뉴런들이 서로 수다를 떨기 시작할 때 그들이 닿는 모든 곳에서 가소성에서 불이 켜져 광범위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세틸콜린의 방출(과 효과)이 다른 신경조절물질의 조절을 받는다는 것이 답이다. 아세틸콜린이 가소성을 작동시킨다면, 다른 신경전달물질 (예를들어 도파민)은 변화의 방향에 관여한다. 어떤 요소가 처벌인지 보상인지를 뇌에 기록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현재의 AI 알고리즘은 중요성에 신경 쓰지 않고, 무엇이든 지시가 떨어지는 대로 전부 암기한다. 이것은 AI의 유용한 점인 동시에 AI가 인간과 딱히 비슷하게 보이지 않는 이유다. AI는 어떤 문제가 흥미로운지 또는 중요한지 전혀 관심이 없다. 그냥 우리가 입력하는 정보를 모두 외우기만 한다. AI는 1만 나노초 동안 1만 시간 분량의 집중적인 연습을 해낼 수 있지만, 정보를 구성하는 0과 1 중에 특별히 어떤 0이나 1에 호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따라서 AI는 놀라운 일들을 해내면서도, 인간과 조금이라도 비슷해지는 재주는 부리지 못한다.

1980년대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텔레비전 기자인 빌 모이어스와 인터뷰를 했다. 여기서 아시모프는 전통적 교육 시스템의 한계를 명확히 지적했다. 아시모프는 수업의 개인화라는 비전을 갖고 있었다. 비록 상세한 부분까지 보지는 못했어도,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미래를 바라보며 인터넷의 등장을 예측했다.

'오늘날 사람들은 학습이라는 것을 강요당합니다. 모두 같은 날 같은 수업 시간에 같은 속도로 같은 것을 배워야 한다고 강요당하죠. 하지만 사람은 모두 다릅니다. 어떤 학생에게는 수업 속도가 너무 빠르고, 어떤 학생에게는 너무 느리고, 어떤 학생에게는 수업의 방향이 맞지 않습니다. ... 모두에게 기회를 주는 겁니다. 처음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따라갈 수 있는 기회, 무엇이 됐든 관심이 있는 주제에 대한 자료를 자기만의 속도로 집에서 찾아볼 수 있는 기회. ... 그러면 모두 학습을 즐기게 될 겁니다.'

지금 우리 인류는 주머니 안에 들어 있는 직사각형 물건에 인류의 지식 전체를 넣어두고 항상 즉시 원하는 정보를 찾아볼 수 있게 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런데 불과 몇 십년 차이에 놀라울 정도로 짧은 기간 안에 이 모든 것이 변했다. 예전에는 가장 목소리가 크거나 말솜씨가 좋은 사람이 토론의 승자가 되었지만 지금은 휴대전화를 가장 빨리 척 꺼내서 구글 검색을 하 수 있는 사람이 이긴다. 요즘의 토론은 문제를 차례로 해결하면서 신속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이런 환경의 이점은 간단하다. 우리 뇌가 새로 생각해내는 모든 아이디어가 전에 학습했던 정보의 혼합인데, 요즘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인류의 학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다. 통신의 속도도 그 어느 때보다 빨라서 많은 지식의 결합이 이루어진다. 인터넷이 사회적 정치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금 완전히 파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신경과학의 관점에서 볼 때, 훨씬 더 풍요로운 교육의 새로운 단계가 개방되기 직전인 것 같다.

Chapter 07. 사랑은 왜 이별의 순간에야 자신의 깊이를 깨닫는가

우리는 세상에 대한 내적인 모델을 바탕으로 예측을 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재빨리 감지한다. 그렇게 해서 어디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어떻게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세상에 대한 내적인 모델을 갖고 있는 기계는 앞으로 펼쳐질 것이라고 짐작되는 일에 대해 최선의 추측을 할 수 있다. 만약 기계의 알고리즘이 내놓는 예측과 일치하는 일이 일어나면, 변화는 필요 없다. 입력되는 정보가 예측에서 어긋날 때만 소프트웨어가 기계 모델의 업데이트에 주의를 기울이면 된다.

이런 배경을 알고 나면, 마약이 신경계를 개조하는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마약을 사용하면 뇌에서 그 약을 받아들이는 수용체의 수가 달라진다. 사람들이 마약에 점점 내성이 생기는 이유도 같다. 뇌가 약의 존재를 예측하고 수용체 수를 조정해서, 다음에 약이 들어왔을 때 안정적인 평형이 이루어진다. 문자 그대로, 뇌가 약의 존재를 예상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세세한 부분들도 여기에 맞춰 스스로를 조정한다. 이제 시스템은 일정량의 약이 항상 몸에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기 때문에, 처음과 같은 황홀경을 맛보려면 약을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

이런 재조정이 금단증상이라는 고약한 현상의 기반이다. 뇌가 마약에 적응하면 할수록, 약을 끊었을 때 충격이 크다. 금단증상은 약의 종류에 따라 식은땀, 떨림, 우울증 등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예측했던 강력한 물질의 부재가 공통적인 원인이다.

뇌의 예측과 그 결과를 이렇게 이해하고 나면,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의 아픔도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은 우리의 일부가 된다. 비유적으로만 그런 것이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그렇다. 그 사람이 우리의 내적인 모델에 흡수된다는 뜻이다. 뇌는 그 사람의 존재에 대한 예측을 중심으로 스스로를 재편한다. 그런데 애인과 헤어지거나, 친구 또는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면, 그 갑작스러운 부재로 인해 항상성이 크게 깨진다. 칼릴 지브란은 <예언자>에서 그것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항상 사랑은 이별의 순간에야 자신의 깊이를 깨닫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o0XGYyz9Ixo

Chapter 08. 변화의 가장자리에서 균형잡기

Chapter 09. 나이 든 개에게 새로운 재주를 가르치기가 더 어려운 이유

뇌의 가소성, 나아가 뇌의 변화를 일으키는 생후배선이라 일컫는 뇌의 무궁무진한 변동에 대하여 저자는 마지막으로 일곱가지 특징들을 이야기한다.

생후배선의 중요 특징

1) 세상을 반영한다. 뇌는 입력되는 정보에 스스로를 맞춘다.

2) 입력 자료를 이용한다. 뇌는 흘러들어오는 정보라면 무엇이든 이용한다.

3) 몸의 형태를 가리지 않는다. 뇌는 어떤 신체 형태든 통제하는 법을 터득한다.

4) 중요한 것을 잊지 않는다. 뇌는 중요성을 바탕으로 자원을 분배한다.

5) 안정적인 정보를 고정한다. 입력 자료에 따라 뇌의 부위별로 유연성에 차이가 난다.

6) 경쟁 아니면 죽음이다. 가소성은 생존을 건 투쟁에서 생겨난다.

7) 데이터를 향해 움직인다. 뇌는 내면에 세상의 모델을 구축하고, 그 모델에 따른 예측이 어긋날 때마다 자신을 조정한다.



우리 인간의 위대함은 뇌에서 나오고, 그 것은 뇌의 생후배선이라는 특징때문에 가능하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불완전한 상태로 태어났지만 우리 각자는 서로가 머무르는 공간과 시간에서 다른 경험을 빨아들이고 자기의 것으로 만듦으로 각기 다른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다. 때문에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과 우리 자신을 분리할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외부 세계가 없으면 '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의 제목대로 우리는 각자의 세계를 만들어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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