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4. 입력자료 이용하기
Chapter 05. 더 좋은 몸을 갖는 법
Chapter 06.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왜 중요한가
뇌가 임력되는 정보에 따라 어떻게 스스로를 재편하는지 앞에서 보았다. 하지만 사실 파이프라인을 타고 흘러오는 모든 정보가 똑같이 중요하지는 않다. 뇌가 스스로를 조정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우리가 어떤 정보에 시간을 쏟는가 하는 점이다. ... 뇌의 신경회로에는 우리가 하는 일이 반영된다. 따라서 고도로 훈련된 음악가의 대뇌 피질은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집중적인 연습이 신경계에 미치는 영향은 운동으로 나타나는 출력 결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입력 정보에도 영향이 미친다. 우리가 무엇에 시간을 쏟는가에 따라 뇌가 달라진다. 우리가 먹는 음식만 우리를 좌우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자신이 소화하는 정보 그 자체가 된다.
- 성공의 비결
뇌가 변화하는 시기와 방식에서 뇌의 목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뇌에서의 긍정적 피드백 여부에 따라 피질 영역의 지도가 달라진다. 이런 지식은 뇌손상에서 회복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 한 친구가 뇌중풍 발작을 겪어 운동피질 일부가 손상되는 바람에 한쪽 팔이 대부분 마비되었다고 상상해보자. 친구는 약해진 팔을 사용하려고 수없이 시도한 끝에 좌절감에 빠져 건강한 팔만으로 일상생활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약해진 팔은 점점 더 약해지는 것이 일반적인 시나리오다.
그러나 생후배선의 교훈은 제약 요법이라는 엉뚱한 해결책을 내놓는다. 멀쩡한 팔을 묶어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치료법이다. 그러면 환자는 약해진 팔을 쓸 수밖에 없다. 이 간단한 방법이 손상된 피질을 다시 훈련시킨다. 욕망 및 보상과 관련된 신경 매커니즘을 영리하게 이용하는 방법이다. 제약 요법을 처음 시행할 때는 갑갑하고 절망스럽지만, 최고의 방법임이 증명되었다. 뇌에 새로운 전략들을 시도해보라고 강요하고, 그러다 효과 있는 방법이 발견되면 보상이 따른다.
보상은 뇌의 재편에 강력한 영향을 발휘하지만, 다행히 우리 뇌가 재편될 때마다 쿠키나 상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대개는 우리가 달성하려는 목표에 따라 변화가 이루어진다. 뇌는 중요성을 북극성으로 삼아 중요하고 세세한 정보를 유연하게 받아들인다. 수백억 개의 뉴런은 우리 주위 세상을 그려내는 거대한 캔버스 역할을 하며, 그 덕분에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필요한 기술을 발전시킨다. 우리의 큰 목표와 대략 일치하는 임무가 나타나면, 뇌의 회로에도 그 점이 반영된다.
- 영역 변화 허락
뭔가 중요한 일이 일어나서 회로를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뇌는 어떻게 알아차릴까? 우선 세상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을 때 가소성을 발동시키는 전략을 꼽을 수 있다. 뇌는 신경조절물질을 방출하는 광범위한 시스템을 통해 중요성을 표현한다. 이 화학물질들은 대단히 한정적으로 방출되기 때문에, 특정한 때에 특정한 위치에서만 변화가 일어난다. 특히 중요한 화학적 메신저가 아세틸콜린이다. 이 물질을 방출하는 뉴런은 보상과 처벌의 영향을 모두 받는다.
아세틸콜린은 자신이 가 닿은 뇌의 영역을 향해 변화하라고 말하지만, 변화하는 '방법' 까지 일러주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서, 콜린성 뉴런 (아세틸콜린을 뱉어내는 뉴런)이 활성화되면, 그들이 겨냥한 영역의 가소성이 증가할 뿐이다. 그들이 비활성화되면, 가소성은 거의 또는 전부 사라진다. 아세틸콜린은 뇌 전체에 널리 영향을 미쳐, 모든 종류의 관련 자극에 따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아세틸콜린은 '이건 중요한 거니까 잘 감지해야 돼' 라고 말하는 보편적인 메커니즘이다. 그래서 해당 영역을 넓혀 중요성을 표시한다.
콜린성 뉴런은 뇌 전역에 널리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도 이 뉴런들이 서로 수다를 떨기 시작할 때 그들이 닿는 모든 곳에서 가소성에서 불이 켜져 광범위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세틸콜린의 방출(과 효과)이 다른 신경조절물질의 조절을 받는다는 것이 답이다. 아세틸콜린이 가소성을 작동시킨다면, 다른 신경전달물질 (예를들어 도파민)은 변화의 방향에 관여한다. 어떤 요소가 처벌인지 보상인지를 뇌에 기록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현재의 AI 알고리즘은 중요성에 신경 쓰지 않고, 무엇이든 지시가 떨어지는 대로 전부 암기한다. 이것은 AI의 유용한 점인 동시에 AI가 인간과 딱히 비슷하게 보이지 않는 이유다. AI는 어떤 문제가 흥미로운지 또는 중요한지 전혀 관심이 없다. 그냥 우리가 입력하는 정보를 모두 외우기만 한다. AI는 1만 나노초 동안 1만 시간 분량의 집중적인 연습을 해낼 수 있지만, 정보를 구성하는 0과 1 중에 특별히 어떤 0이나 1에 호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따라서 AI는 놀라운 일들을 해내면서도, 인간과 조금이라도 비슷해지는 재주는 부리지 못한다.
1980년대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텔레비전 기자인 빌 모이어스와 인터뷰를 했다. 여기서 아시모프는 전통적 교육 시스템의 한계를 명확히 지적했다. 아시모프는 수업의 개인화라는 비전을 갖고 있었다. 비록 상세한 부분까지 보지는 못했어도,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미래를 바라보며 인터넷의 등장을 예측했다.
'오늘날 사람들은 학습이라는 것을 강요당합니다. 모두 같은 날 같은 수업 시간에 같은 속도로 같은 것을 배워야 한다고 강요당하죠. 하지만 사람은 모두 다릅니다. 어떤 학생에게는 수업 속도가 너무 빠르고, 어떤 학생에게는 너무 느리고, 어떤 학생에게는 수업의 방향이 맞지 않습니다. ... 모두에게 기회를 주는 겁니다. 처음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따라갈 수 있는 기회, 무엇이 됐든 관심이 있는 주제에 대한 자료를 자기만의 속도로 집에서 찾아볼 수 있는 기회. ... 그러면 모두 학습을 즐기게 될 겁니다.'
지금 우리 인류는 주머니 안에 들어 있는 직사각형 물건에 인류의 지식 전체를 넣어두고 항상 즉시 원하는 정보를 찾아볼 수 있게 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런데 불과 몇 십년 차이에 놀라울 정도로 짧은 기간 안에 이 모든 것이 변했다. 예전에는 가장 목소리가 크거나 말솜씨가 좋은 사람이 토론의 승자가 되었지만 지금은 휴대전화를 가장 빨리 척 꺼내서 구글 검색을 하 수 있는 사람이 이긴다. 요즘의 토론은 문제를 차례로 해결하면서 신속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이런 환경의 이점은 간단하다. 우리 뇌가 새로 생각해내는 모든 아이디어가 전에 학습했던 정보의 혼합인데, 요즘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인류의 학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다. 통신의 속도도 그 어느 때보다 빨라서 많은 지식의 결합이 이루어진다. 인터넷이 사회적 정치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금 완전히 파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신경과학의 관점에서 볼 때, 훨씬 더 풍요로운 교육의 새로운 단계가 개방되기 직전인 것 같다.
Chapter 07. 사랑은 왜 이별의 순간에야 자신의 깊이를 깨닫는가
우리는 세상에 대한 내적인 모델을 바탕으로 예측을 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재빨리 감지한다. 그렇게 해서 어디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어떻게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세상에 대한 내적인 모델을 갖고 있는 기계는 앞으로 펼쳐질 것이라고 짐작되는 일에 대해 최선의 추측을 할 수 있다. 만약 기계의 알고리즘이 내놓는 예측과 일치하는 일이 일어나면, 변화는 필요 없다. 입력되는 정보가 예측에서 어긋날 때만 소프트웨어가 기계 모델의 업데이트에 주의를 기울이면 된다.
이런 배경을 알고 나면, 마약이 신경계를 개조하는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마약을 사용하면 뇌에서 그 약을 받아들이는 수용체의 수가 달라진다. 사람들이 마약에 점점 내성이 생기는 이유도 같다. 뇌가 약의 존재를 예측하고 수용체 수를 조정해서, 다음에 약이 들어왔을 때 안정적인 평형이 이루어진다. 문자 그대로, 뇌가 약의 존재를 예상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세세한 부분들도 여기에 맞춰 스스로를 조정한다. 이제 시스템은 일정량의 약이 항상 몸에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기 때문에, 처음과 같은 황홀경을 맛보려면 약을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
이런 재조정이 금단증상이라는 고약한 현상의 기반이다. 뇌가 마약에 적응하면 할수록, 약을 끊었을 때 충격이 크다. 금단증상은 약의 종류에 따라 식은땀, 떨림, 우울증 등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예측했던 강력한 물질의 부재가 공통적인 원인이다.
뇌의 예측과 그 결과를 이렇게 이해하고 나면,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의 아픔도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은 우리의 일부가 된다. 비유적으로만 그런 것이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그렇다. 그 사람이 우리의 내적인 모델에 흡수된다는 뜻이다. 뇌는 그 사람의 존재에 대한 예측을 중심으로 스스로를 재편한다. 그런데 애인과 헤어지거나, 친구 또는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면, 그 갑작스러운 부재로 인해 항상성이 크게 깨진다. 칼릴 지브란은 <예언자>에서 그것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항상 사랑은 이별의 순간에야 자신의 깊이를 깨닫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o0XGYyz9Ix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