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라는 학문이 우리 삶 속에서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고 깊이 자리잡고 있는지 우리는 살아가며 인식하지 못한다. 유교 문화가 팽배한 우리나라의 분위기상 '돈'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수준 낮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부자를 부러워하는 이중성 또한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다보니 현행 경제교육은 실생활과 동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금융 문맹이라는 말도 나온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때일수록 현실에서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으로부터 자산을 지키고 안정된 삶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에 대한 공부와 경제학의 이해가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Prologue
엔데믹 (Endemic) 의 사전적 의미는 '주기적 유행' 단계라는 뜻이다. 예상치 못할 만큼의 급격한 감염병의 증가는 종식되었다는 말이다. 팬데믹의 끝이 바이러스가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속적으로 바이러스에 대응하면서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 엔데믹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풍요로운 삶을 살 것인가?
이 책을 통해 엔데믹 시대를 풍요롭게 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답을 찾는 여정을 떠나고 싶었다. 욕망과 실제 사이의 괴리를 찾는 과정은 우리 모두에게 가치가 있을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시각을 통해 그들의 주장이 오늘날 우리 경제의 삶에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다각도로 살펴볼 계획이다.
Chapter 01. 삶과 경제의 영혼 (Soul of Life and Economy)
- 폴 새뮤얼슨의 (Paul AnthonySamuelson) 행복 방정식
고전학파의 미시적 시장균형이론과 케인즈의 거시경제 정책론을 접목한 신고전파 종합의 대부. 경제학에 미적분 등 수학을 도입해 동태분석과 정태분석을 체계화했다. 공공재는 비배타성과 비경합성이 있으므로 민간이 아닌 정부가 생산해야 한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시장과 국가의 온전한 역할을 강조한 새뮤얼슨의 삶을 관통하는 철학은 무엇일까? 그는 방정식을 풀듯 세상사를 단순화된 해법으로 해결하려는 경제학의 세계에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식에는 다양한 시각차가 있을 수 있음을 일깨우는 학자다. 세상의 여러 현상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언제나 양면이 존재한다. 새뮤얼슨은 세계화의 '명' 외에 '암' 이 될 수 있는 양극화의 단면을 일찍이 간파했다. 그는 자본가나 숙련된 전문가는 세계화의 승자로 이득을 취하는 반면, 비숙련 노동자나 블루칼라 공장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거나 실질 임금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을 직시했다.
행복은 소유를 욕망으로 나눈 값이다
새뮤얼슨은 '행복은 욕망 분의 소유 (행복 = 소유 / 욕망)' 라고 단순하게 정의했다. 행복을 결정하는 두 가지 요소가 소유와 욕망인데, 소유한 것이 많더라도 욕망이 더 크면 행복하지 못하고, 소유한 것이 적더라도 욕망이 더 적다면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새뮤얼슨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 걸까? 그것은 바로 탐욕에 대한 경고다. 소유가 아무리 늘어나도 욕망이 도를 지나쳐 탐욕이 되면 불행해질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모든 불행은 비교에서부터 시작된다. 인간이 서로 비교하는 상대적 욕구에 지나치게 탐닉할 때 개인도 사회도 불행해진다. 정당한 노력의 대가로 누리는 부를 손가락질하는 것은 보상의 원리가 작용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옳지 못하다.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시원하게 인정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도 이롭다.
소유를 늘릴 것이냐, 욕망을 줄일 것이냐
지금은 변화가 필요한 때다. 경제적 수익률이 낮아졌는데 성장과 무관한 교육에 지나치게 투자하며 과다한 경쟁을 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예컨대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대학에 들어가 비싼 학비를 치르고 졸업했는데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못찾는다면 당연히 본전 생각이 난다. ... 압축 고도성장 시대의 고용 시스템은 세계화, 기술 발전과 맞물려 이제 더 이상 존재하기 어렵다. 과거의 고용 시스템에서 얻었던 기대수익률은 더 이상 실현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부모도 학생도 알아야 한다.
이제는 취직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갖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현실적 눈높이를 고려하며 취업, 창업, 해외 일자리까지 염두에 두면 마음이 훨씬 편안해질 것이다. 오로지 대학 진학에 목매기보다는 기업의 수요와 자신의 취향에 맞게 일자리를 찾는 방향으로 개인, 기업,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진정한 행복은 물질적인 충족과 균형되게 좋은 감정으로 충만해야 한다. 우리는 재미, 가치, 보람, 평온, 안정, 의욕, 존중, 희망이란 단어을 얼마나 생각하며 살고 있을까? 풍요로운 삶은 물질 못지않게 행복이 아주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것에서도 올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데서 온다. 영어로 현재와 선물 모두를 나타내는 단어가 프레전트 present 인 이유를 새뮤얼슨의 행복 방정식이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