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 박사의 부동산 트렌드 수업
박원갑 지음 / 메이트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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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은 크게 주택(아파트), 토지, 상가로 분류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주택은 우리의 살 (living) 공간이자 자산으로 살 (buying) 공간이 되기도 한다. 몇 년사이 폭등한 부동산 가격이 2022년 들어와 금리의 인상과 경제 지표들의 인플레이션 진행 앞에 거래 절벽에 놓이게 되면서 조정을 거쳐 하락의 추세로 접어들고 있다. 게다가 요 3년간의 코로나 팬데믹은 처음의 공포감에서 익숙해지는 동안 새로운 '뉴노멀' 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공간에 대한 인식과 대중들의 선호 또한 달라지게 되어 버렸다. '비대면'과 '혼자하는 일' 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사회. 그리고 그 속에서 개인의 공간들을 중요시 여기는 MZ의 트렌드는 앞으로의 부동산 트렌드에도 서서히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 생각된다.

Prologue

부동산 시장의 인사이트는 부동산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을 잘 읽는 것이다. 그것도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세력의 생각을 제대로 읽어내는 게 인사이트의 요체가 아닌가 싶다. 지금 세상의 주역은 2030 세대인 MZ세대다. MZ 세대의 공간과 소비 욕망을 이해하고 공감하면 부동산 트렌드 읽기는 물론 인사이트를 갖추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부동산의 트렌드는 MZ 세대가 주도적으로 만들어간다.

- MZ 세대, 부동산 중독보다 투자 중독

MZ세대는 '부동산 중독' 보다는 '투자 중독' 에 더 가까운 세대다. 노동소득으로 기성세대를 따라잡지 못하니 주식, 코인, 조각 투자, NFT (대체 불가능한 토큰) 등 투자 가능한 자산이라면 뭐든 관심을 가진다. 말하자면 MZ 세대는 돈 되는 것은 다 투자하는 세대다. 투자 소득을 통해 기성세대의 벽을 단박에 뛰어넘고 싶은 조급함 때문이다. 이들에게 부동산은 전체 투자 대상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MZ 세대는 윗세대보다 투자지능이 높아 요모조모를 잘 따지고 투자 공부도 많이 한다. 투자소득을 불로소득이 아니라 또 다른 노동소득으로 생각하는 것도 MZ세대만의 특징이다.

- 영원한 상승도, 영원한 하락도 없다

이 책을 쓰면서 전하고 싶었던 압축적인 메시지는 크게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아파트 공화국은 계속된다. '아파트 키즈' 인 MZ세대가 선호하는 데다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이 진화하면서 높아진 주거 기대 수준을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맞벌이 부부, 가사 노동을 최소화하는 효율적인 공간으로 아파트의 가치는 계속 빛을 발할 것이다. 앞으로 월세 시대가 되면 아파트 등급은 월세 액수에 따라 다시 매겨질 가능성이 있다.

2) 부동산 시장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눈이다. 어느새 부동산은 살벌한 이데올로기 전쟁이자 계급투쟁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어느 한쪽을 편들기보다 좀 더 균형적이고 냉철한 시각으로 부동산에 접근했으면 좋겠다.

3) 경험을 맹신하지 마라. 인간은 경험을 통해 지식을 축적한다. 하지만 그 지식은 영원한 게 아니라 유통기한이 있다. 배움을 통해 학습 기억량을 늘려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패스트 팔로워 fast follower' 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동년배보다 아랫세대와 소통 능력을 키우는 것이 생존의 무기가 될 것이다.

4) 부동산 시장은 반복하는 사이클이지만 항상 같은 패턴이 아니고 차이를 동반한다. 2022년 여름 들어 잇따른 금리 인상에 투자자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일제히 몸을 사린다. 스마트폰 시대에 정보가 일시에, 그것도 빠르게 전달되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같이 생각하고 같이 행동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무리 지어 움직이려는 '군집행동 herding behavior' 은 요즘 부동산 시장의 핫 트랜드다.

부동산 시장에는 영원한 상승이 없듯이 영원한 하락도 없다. 시간이 흘러 새살이 돋듯 부동산 시장도 회복세로 접어들 것이다. 필자는 장기적으로 우상향을 믿는 합리적 낙관론자이고 싶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로 접어들더라도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띨 수 있다. 우리는 과거에 일어났던 일이 같은 패턴으로 반복될 것이라는 '패턴화의 함정' 에 빠지기 쉽다. 도식적인 사고보다 유연한 마인드로 핵심 세력의 움직임을 고찰할 때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응하는 힘을 키울 수 있다.



Chapter 01. 우리는 왜 부동산으로 울고 웃는가

- 집이 주인이 되는 '주주 (住主) 사회'

인간이 살아가면서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요소는 '의, 식, 주' 로 최근 들어선 '락 樂' 이 추가되었다. 옷차림만 보면 그 사람이 잘사는지 못사는지 알 수 없다. 먹는 것은 대도시 사람보다 시골 사람이 더 잘 먹는다. '락' 의 상징인 해외여행도 이제는 누구나 갈 수 있는 장거리 나들이에 불과하다. 입고, 먹고, 노는 삶은 거의 평준화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집값만 유독 천양지차다. 우리 삶에서 집의 비중이 훨씬 커졌다. 집만 비대해지는 사회, 집에 올인하는 사회가 되었다. 집이 이제 주인 노릇을 한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주주 (住主)사회' 가 열린 것이다.

- 넘쳐나는 뉴스가 집값 걱정을 부추긴다

우리는 자나 깨나 집값 걱정을 한다. 이는 뉴스가 우리 뇌에 집값 의제를 수시로 주입한 영향도 크다. 넘쳐나는 뉴스는 우리 자신도 모르게 부동산을 탐닉하게 만든다. 우리 동네 뉴스보다 강남 아파트 뉴스를 더 자주듣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뉴스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불안해진다. 일부를 전체로 착각하는 '과잉 일반화의 오류' 에 빠질 수 있다. SNS를 타고 제대로 걸러지지 않는 정보들이 난무한다. 한쪽 견해만 계속 받아들이면 확증편향을 키울 수 있다. 뉴스 소비자들은 옳고 그름을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Chapter 02. 달라진 시대, 달라진 부동산 시장 풍경

- 부동산 블루 시대, 부동산이 경제학이 아닌 사회학이 된 까닭

집 문제로 다들 힘들어한다. 집은 편안하고 행복한 공간이어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답답하고 슬픈 공간이 되었다. 집이 자본을 늘리는 수단이 되면서 모두가 고통을 겪는 원치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부동산에 대해선 어떤 입장에 있든 다 열불이 난다. 이럴 때일수록 분노를 팔아 돈을 버는 '분노 비즈니스'의 희생자가 되지 않도록 정신 차려야 한다. 이때 특정 이념보다 유용성 입장에서 가치를 판단하는 실용주의와 포용적 중도주의는 빛을 발한다. 타자와 공존하려는 겸손을 익힐 때 부동산 갈등도 해결의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욕망의 자산' 강남에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다

'부의 콘크리트 벨트'인 강남 아파트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난다. 우선 월세가 워낙 고액이다 보니 아파트가 꼬마 빌딩을 대체하는 수익형 부동산으로 각광을 받는다. 강남 아파트는 잘 드러내지 않고 돈을 축장할 수 있는 1차 '머니 저장창고' 다. 부동산이 축장 대상이 되려면 저장 가치와 환금성이 뛰어나야 하는데 강남 아파트는 이 요건을 충족한다. 강남 빌딩도 임대수익률보다 자산 굳히기 차원에서 매입하는 자산가들이 적지 않다. 자산 굳히기는 아파트의 축장 개념과 유사하다. 축장 개념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시장에 초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 월세화 시대의 주거 경제학

이제는 전세살이보다 월세살이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전세는 월세와 혼재하면서 당분간 명맥을 유지할 것이다. 완전 월세 시대가 오면 어떻게 될까. 내 집과 월세살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근로소득이 없는 노후에는 월세를 내기 어려우므로 내 집은 필수다. 전세의 사금융 기능을 대신해줄 수 있는 장기 모기지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집을 살 때 대출 의존도가 높으므로 금리에 따라 집값이 출렁일 수 있다. 집주인이 세입자를 고를 때 집단 면접까지 보지는 않더라도 지금보다 까탈스러울 것이다. 아파트도 월세 수익률에 따라 등급이 매겨질 가능성이 높다.

Chapter 03. 부동산 시장의 거친 변화에 우리 삶도 조마조마

- 누구나 전문 딜러처럼 타이밍을 재면서 살아야 하는 운명

아주 긴 시계열을 보면 부동산 가격(명목 가격)은 물가만큼 오른다. 최근 원자재를 비롯한 물가 급등은 결국 시차를 두고 실물자산인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물가 상승 (인플레이션)에 따른 보상 행위로 볼 수 있다. 인플레이션은 침체기에는 집값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시장이 안정되고 점차 상승 사이클로 접어들 때 부동산 시세에 한꺼번에 반영된다. 말하자면 인플레이션 압력은 침체기에 누적되어 있다가 상승기에 집값을 끌어올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인플레이션의 시세 반영은 연속적이기보다는 단속적 (불연속적)이다. 물가 상승은 단기적으로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부동산 시장이 휘청거릴 수 있다.

이번 금리인상 파도는 금융역사의 일회성 이벤트다. 고물가, 고금리 체제가 장기간 이어질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 경제 저성장 추세를 감안할 때 시차를 두고 다시 저금리 시대로 되돌아 갈 것이다. 이번 고금리 시대는 홍역처럼 앓고 지나가는 것이다. 화폐가 팽창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명목가격의 영원한 우하향은 없다. 따라서 기존 부동산 보유자들은 이러한 빙하기를 잘 이겨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 다만 지금은 현금화 할 수 있는 자산을 정리해 대출을 갚는 것도 좋은 방안일 것이다. '빛 줄이기' 가 불황기를 대처하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라는 얘기다.

- 지식 네트워크로 똑똑한 개인들이 자주 군집행동을 하는 이유

스마트폰 보급으로 정보격차가 해소되면서 사람들은 똑똑해졌다. 개인들은 평상시에는 냉철하고 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 능력도 뛰어나다. 지식 내트워크를 통한 집단 지성이 발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이 불안해지면 달라진다. 이성과 합리성에서 멀어진다. 생존본능이 작동해 함께 행동하려는 군집행동이 나타난다. 나의 독립적인 판단 기준은 버리고 다른 사람을 따라 움직이려는 것이다. 주식은 하락기에 투매 방식으로, 부동산은 상승기에 패닉 바잉 (공포 매수)으로 군집행동이 심하게 나타난다.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도록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Chapter 04. 세상의 주역 MZ세대의 공간 욕망을 욕망하라

- 굿바이 부머, 굿모닝 MZ

상품 소비와 공간 소비는 세대별로 차이가 난다. 전통 세대나 베이비부머는 가게에서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물건을 사는 대면 소비를 선호하지만, MZ세대는 비대면 소비를 즐겨 한다. 오히려 직원들의 일방적 친절을 불편해한다. 공간 소비에서는 좀 더 확실하게 차별성이 드러난다. 자주 접했던 공간에 대한 친숙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전통 세대나 베이비부머는 자연이 친숙하고 또 동경의 대상이지만, MZ세대는 도심 콘크리트 문화에 익숙하다. MZ 세대는 자연 친화적이기보다는 콘크리트 친화적 인간이다.

- 투자는 게임, 돈 되는 건 다 투자하죠

어릴 때부터 게임을 하면서 자란 2030세대는 투자를 게임처럼 생각한다. 특정 자산에 머물지 않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매력적인 곳에 투자한다. 일종의 '투자 유목민' 이다. 아파트도 전체 투자 대상 중 하나일 뿐이다. 이들은 명예보다 돈을 중시한다. 재테크 지능이 뛰어난 세대다. MZ 세대에게 재테크는 결코 불로소득이 아니라 힘들여 결실을 얻는 또 다른 노동소득일 뿐이다. 월급을 모아서는 윗세대의 벽을 넘을 수 없으니 투자소득 올리기에 열을 올린다. 단박에 성공을 꿈꾸기에 두려워하지 않고 투자 방식도 공격적이다. 윗세대는 이들의 투자 방식이 낯설고 불안하게 느껴진다.



Chapter 05. 다가오는 설렘과 두려움의 뉴노멀 생존법을 찾아라

- 미래 부동산 시장의 3대 키워드 : 인구, 기후, 테크놀로지

인구가 줄어들면 자본과 사람이 몰리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간의 '극과 극'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공간적으로 '슈퍼 슬림화' 모양새다. 주거 경쟁력이 높은 아파트는 최후의 빈집이 될 것이다. 지구 온난화 시대에는 자연재해를 피할 수 있는 도심 생활이 더욱 가치를 발휘할 것이다. 해수면이 높아지면 침수 우려가 있는 해안가 부동산은 조심해야 한다. 또한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소득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다. 장기적으로 개인 자산에도 과세가 강화될 수 있는 만큼 절세 중심의 심플한 자산운용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은 어느 지역이 앞으로 투자 유망지역이며 가격이 올라갈 것이고, 어떤 아파트가 뜰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족집게식 부동산 투자서' 들과는 결을 달리한다. 앞으로 이 나라의 경제 주역이 될 MZ 세대들에 대한 분석과 코로나 팬데믹 이후 현재 '주주(住主)사회'라고 할만큼 자산 가치가 폭등해버린 주거형 부동산에 대한 트렌드를 분석하며 화두를 제시한다. 동시에 선한 의도에서 발로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들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에서의 비판을 하며, 이들이 반드시 선한 결과를 낳는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하나하나의 제도들을 떼어놓고 보면 옳고 타당한 논리지만 전체적으로는 이롭지 못한 결과를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저자인 박원갑 박사는 우리 시대 주거에 대한 사회인문학적인 분석을 하며 안타깝고 씁쓸하지만 변화에 적응하며 소통과 공부를 통해 변화하라고 매 챕터마다 강조하고 있다. 세대간의 주거에 대한 가치관과 인식이 달라졌고, 자산에 대한 고도로 복잡해진 셈법과 매매의 타이밍이 중요해진 이 시대에 적응하는 사람들만이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우리는 집 '안' 이 아닌 '아래' 에서 집을 짊어지고 자산의 축적과 주거라는 두 굴레를 계속 돌아가며 힘겹게 살게 되었는지 모른다. 우리 모두원하든 원하지 않든 치열해진 부동산 투자판위에 놓이게 되었지만, 이럴 때일수록 집이라는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삶의 가치와 돈으로 환원하지 못할 가족간의 화목, 우리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 같은 것들을 더욱 소중하게 여겨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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