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생각하기 - 생각의 그릇을 키우는 42가지 과학 이야기
임두원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들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남녀의 성별, 나이 그리고 국적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고 본인의 일에 따라서도 저마다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이다. 예술가들은 스스로의 미적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이고, 문학가들은 글을 통한 섬세한 감성을 불러 일으키는데 주안을 둘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연구관에서 일하고 있는 과학자이다. 과학자의 시선과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며 우리의 일상에 대해서도 살펴보는 이 책은 한번 쯤 우리가 궁금하게 여겼던 많은 호기심들에 대해 비록 정답이 아닐지라도 중립적이고 투명한 색으로 바라볼 수 있는 하나의 렌즈로서 과학을 다루고 있다.

Prologue 여러분은 어떤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나요?

- 세상을 바라보는 과학이라는 창

관점은 마치 창 (窓)과도 같습니다. 우리가 창을 통해 밖을 내다보듯 관점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죠. 각양각색의 창들이 있듯이 우리의 관점들 또한 서로 다릅니다. 그러니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도 다를 수 밖에 없죠. 하지만 우리는 같은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 저는 과학이란 창을 가장 좋아합니다. 그 어떤 창보다도 넓고 투명하죠. 왜곡도 거의 없고 제가 아는 한 세상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보여주는 창입니다. 이 책은 과학의 창으로 세상을 바라본 이야기를 다룹니다.

- 자신만의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보세요

Session 1. 죽느냐 사느냐, 과학으로 고민하기

Chapter 01. 인간은 모두 죽어야하는 운명일까? : 마모이론

- 죽음은 진화 과정에서의 선택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가 죽어야 할 운명인 것은 진화 과정에서의 선택 때문입니다. 생명이 진화하는 과정에서의 핵심은 '경쟁을 통한 자연 선택' 입니다. 태어난 모든 것은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그중에서 주어진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것들만이 자연에 의해 선택되죠.과학자들은 필멸의 운명 또한 이러한 겨쟁과 자연 선택의 결과물이라 생각합니다.

'마모 이론' 이란 우리의 신체는 마치 기계와 같아서 오래 사용할 수록 마모되어 서서히 노화가 진행된다는 이론입니다. 이 이론에서는 개인이 속한 '집단의 차원' 에서 수명의 문제를 다룹니다. 우리의 수명을 결정하는 요인을 인류라는 좀 더 큰 관점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마모이론에서는 집단의 종류에 따라 (인간 80년, 개 12년) 수명의 차이가 생기는 이유를 선택의 문제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왜 언젠가 죽어야만 하는지, 그리고 왜 우리는 그 정도밖에 살 수 없는지는 진화 과정에서 고심 끝에 정해진 선택이란 것입니다. 우리의 기대 수명이 80세인 것 또한 그러한 선택이 가장 최선이었기 때문이죠.

마모이론은 이러한 이유로 벤자민 버튼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필멸의 운명을 선택했다고 설명합니다. 우리가 가용할 수 있는 에너지의 일부는 자손을 남기는 데 사용하고, 그 나머지는 우리 몸을 수선하는데 사용하다보니, 우리는 그 에너지의 한계 내에서 서서히 마모되고 결국에는 죽음을 맞는 것이죠. 언젠가 죽어야 할 우리의 운명을 더는 원망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이 또한 모두를 위해 우리가 스스로 고심한 끝에 받아들인 운명이니까요.

Chapter 02. 우리는 왜 지나간 일을 후회할까? : 인과율

- 균일과 무질서로 변화하는 운명

이처럼 보든 변화에는 기본적인 방향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불균일한 것은 균일해지고, 질서 있는 것은 무질서해진다는 것입니다. 불균일과 질서는 무언가 구분된 상태를, 균일과 무질서는 이러한 구분이 없어진 상태를 나타내죠. ... 이와 같은 변화의 방향성은 우주 전체에 공통으로 적용됩니다. 앞으로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면 이 우주의 모든 것은 사라지고 공허한 공간 그리고 그곳을 채운 에너지만이 남게 될 것입니다.

우리 우주가 왜 이런 방향성을 갖게 되었는지 그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방향성이 존재한다는 사실만큼은 명백하죠. 그리고 이러한 방향성이 바로 시간의 흐름을 결정합니다. 시간은 이 우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정한 방향으로의 변화'를 나타내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모든 일은 '원인' 에서 발생한 결과다

인과율이란 모든 일은 원인에서 발생한 결과이며, 원인이 없이는 아무것도 생기지 않는다는 법칙입니다. 원인이 없으면 결과도 없다는 뜻이죠. ...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이 인과율을 근거로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는 시간의 시간의 역설 가운데 가장 유명한 '할아버지 역설'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태어나기 전으로 돌아가 할아버지를 살해한다면 현재의 나는 존재할 것인가? 만약 존재하지 않는다면 과거로 돌아가 할아버지를 죽일 수 없을 것이다."

아직은 시간 여행이 정말 가능한지 알 수 없습니다. 설명 먼 미래에 고도로 과학 기술이 발전되어 가능해지더라도, 인과율 때문에 이미 결정된 과거를 바꿀 수는 없을 것입니다. ... 그러니 이미 지나간 과거에 대해 후회하는 감정을 부끄럽게 여기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 우주에 존재하는 누구나 다 느끼는 감정이니까요.

"시간이 흐르기 때문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는 거예요."

Chapter 06.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을까? : 세포 분열

- 장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

첫 번째 존재는 나무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화이트 마운틴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 므두셀라 (Methuselah) 라는 소나무로 나이가 5,00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나무의 수명은 이론상 무한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오래 살다보며 번개, 산불 등과 같은 자연재해나 각종 질병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장수하는 동물의 대표적인 예로는 '그린란드 상어' 가 있습니다. 그린란드 상어의 최대 수명은 500년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린란드 상어는 1년에 1cm 씩 자라는데 성장 속도가 매우 느리다보니 150년은 지나야 비로소 성체가 되고 번식도 가능해집니다. ... 한편 놀랍게도 주기적으로 다시 젊어지는 생물도 있습니다. '투리토프시스 누트리큘라 (Turitopsis nutricula) 우리말로는 '작은 보호탑 해파리' 라 불리는 해파리의 일종입니다.

- 염색체의 흑기사, 텔로미어

텔로미어 (Telomere)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염색체의 말단 부위를 지칭합니다.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쓰는 헬멧처럼 염색체를 보호하는 일종의 보호 장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텔로미어는 세포가 분열하면 할수록 점점 더 짧아집니다. 생명은 지속해서 세포분열을 합니다. 낡고 병든 세포를 버리고 새로운 세포로 교체하기 위해서이죠. 그리고 이 세포 분열 과정에서 핵심은 자기 복제입니다. ... 이 과정에서 염색체는 자신을 원본으로 하여 새로운 복사본을 만들어 냅니다. 그런데 이 과정이 완벽하게만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염색체의 끝부분이 미처 다 복사되지 못한 채 자기 복제 과정이 끝나기 때문이죠.

이때 텔로미어가 흑기사로 등장합니다. 안쪽의 염색체를 대신해 자신이 짧아지면서 소중한 유전 정보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텔로미어의 길이도 유한하기 때문에 세포 분열이 거듭될수록 점차 그 길이가 짧아지다가 결국에는 더는 흑기사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순간을 맞게 됩니다. 그러면 염색체의 복사는 멈추고 세포 분열도 멈추게 되죠.



요즘 만능 치료제로 한창 주목받고 있는 줄기세포의 비밀도 텔로미어를 합성하는 효소인 텔로머레이즈 (telomerase) 에 있습니다. 줄기세포란 특정한 조직 세포로 분화되기 전 단계의 세포로 아직은 미분화 상태이기 때문에 텔로머레이즈의 생산이 활발히 일어납니다. 따라서 다른 일반 세포보다 더 많이 분열할 수 있고 자가복제 능력도 매우 뛰어나죠.

Session 2. 일상의 태도, 과학으로 생각하기

Chapter 02. 작은 디테일이 큰 차이를 만드는 이유 : 주석 페스트 현상

- 주석의 치명적인 단점

기원전 3,000년 경에 시작된 최초의 금속 문명인 청동기 시절에도 주석이 사용되었습니다. 청동은 구리와 주석을 혼합하여 만듭니다. 구리와 주석을 대략 9 대 1정도의 비율로 섞으면 다소 무른 구리를 더 단단하게 해주고 녹는점이 낮아져 무기 등을 만드는 데 용이했습니다. ... 그런데 주석은 낮은 기온에 자이간 방치하면 쉽게 바스러진다는 것입니다. 웬만해선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던 주석이 왜 극한의 추위를 만나 방치되면 갑자기 부서지는 것일까요?

- 결합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물질

탄소 원자들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흑연 (판상 구조)과 다이아몬드 (입체구조) 처럼, 주석 원자들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백색 주석' '회색 주석' 이라는 동소체가 존재합니다. 주석 원자들로 구성되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원자들의 결합방식은 서로달라 그 성질에 있어 큰 차이를 보이죠. ... 백색주석은 어느 정도 강도를 지닌 금속재료이나 회색 주석은 유리와 같은 구조로 되어 있어 강도가 매우 낮습니다. 게다가 변환 과정에서 백색주석에 비해 부피가 4배 정도 팽창하기 때문에 쉽게 회색의 분말 형태로 부서집니다.

흑연과 다이아몬드는 모두 탄소 원자로 만들어진 물질이지만 결합 방식의 디테일은 물질의 인생을 바꿔놓았습니다. 누군가의 손에 쥐어져 몸이 갈리는 인생과 고귀함의 상징으로 만인이 탐하는 인생으로 말이죠. 하지만 이 인생은 태어남과 동시에 고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고가의 금속으로 태어났어도 온도가 낮아지면 쉽게 부스러지고 마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주석처럼 말이죠.

Session 3. 이상한 호기심, 과학으로 해결하기

Chapter 02. 왜 카페에서 공부가 더 잘될까? : 백색소음

- 파장이 다르기 때문에 색이 다르다

빛은 파동의 일종입니다. 물결의 모양이 각기 다른 것처럼 빛의 파동도 그 모양이 각양각색입니다. 이 크기를 비교하는 개념으로 파장 (波長) 이 있습니다. 파동의 길이라는 개념인데, 파동이 일렁이면서 만들어지는 높은 부분들 사이의 거리로 표현됩니다. 각각의 빛이 서로 다른 색상을 보이는 이유는 바로 이 파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 그런데 소리 또한 빛과 마찬가지로 파동의 일종입니다. 다만 그 모양이 조금 다릅니다. 위아래로 일렁이는 것이 아니라 앞뒤로 일렁입니다.

- 개성없는 소리들의 합, 백색 소음

다양한 빛들이 섞여 흰색의 백색광을 만들듯이, 다양한 소리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그래서 만들어진 개념이 바로 백색 소음 (white noise) 입니다. 여러 파장이 소리가 혼합되어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다양한 소리가 섞인다고 해서 모두 다 백색 소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빛이 섞여서 백색광 내에서는 각자의 개성이 숨겨지는 것처럼, 섞이는 소리 또한 각자의 개성이 두드러지지 않을 때 비로소 백색 소음이라 불릴 수 있죠.



사람들은 백색 소음을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합니다. 여러 종류의 소리가 균일한 강도로 골고루 섞이면서 어떤 특정한 패턴을 만들지 않기 때문인데요. 대표적으로 빗소리, 물 흐르는 소리 등이 있죠. 이처럼 특정한 패턴이 없는 백색 소음은 일종의 배경음이 됩니다. 처음에는 그 존재를 인식하지만 일단 익숙해지면 크게 신경쓰지 않게 됩니다. 청각기관이 긴장이 풀리니 마음도 편해집니다. 게다가 이 백색 소음은 다른 소음을 감춰주는 역할도 합니다.

과학관의 연구관이란 직업처럼 어려운 과학을 풀어서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사실 과학이란 학문 자체가 깊이 들어갈 수록 어렵고 접하기 힘든 부분이 아닌가 싶은데 일상 속 생활과 호기심을 녹여버리니 이렇게 수월하게도 읽히는구나 싶었다. 중학, 고등 과학정도의 수준에 인문학적인 감성과 느낌을 섞으니 오히려 집중도도 떨어지지 않는 느낌이다. 그리고 간간이 들어가 있는 저자의 쉬운 그림 설명 또한 가독성을 높여준다. 대중들 눈높이의 과학서로 따분해진 일상 속 궁금증을 들여다보는 좋은 교양서적, 나이와 특정 계층을 가리지 않고 두루 읽을 수 있는 좋은 과학 도서로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