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남녀의 성별, 나이 그리고 국적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고 본인의 일에 따라서도 저마다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이다. 예술가들은 스스로의 미적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이고, 문학가들은 글을 통한 섬세한 감성을 불러 일으키는데 주안을 둘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연구관에서 일하고 있는 과학자이다. 과학자의 시선과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며 우리의 일상에 대해서도 살펴보는 이 책은 한번 쯤 우리가 궁금하게 여겼던 많은 호기심들에 대해 비록 정답이 아닐지라도 중립적이고 투명한 색으로 바라볼 수 있는 하나의 렌즈로서 과학을 다루고 있다.
Prologue 여러분은 어떤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나요?
- 세상을 바라보는 과학이라는 창
관점은 마치 창 (窓)과도 같습니다. 우리가 창을 통해 밖을 내다보듯 관점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죠. 각양각색의 창들이 있듯이 우리의 관점들 또한 서로 다릅니다. 그러니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도 다를 수 밖에 없죠. 하지만 우리는 같은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 저는 과학이란 창을 가장 좋아합니다. 그 어떤 창보다도 넓고 투명하죠. 왜곡도 거의 없고 제가 아는 한 세상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보여주는 창입니다. 이 책은 과학의 창으로 세상을 바라본 이야기를 다룹니다.
- 자신만의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보세요
Session 1. 죽느냐 사느냐, 과학으로 고민하기
Chapter 01. 인간은 모두 죽어야하는 운명일까? : 마모이론
- 죽음은 진화 과정에서의 선택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가 죽어야 할 운명인 것은 진화 과정에서의 선택 때문입니다. 생명이 진화하는 과정에서의 핵심은 '경쟁을 통한 자연 선택' 입니다. 태어난 모든 것은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그중에서 주어진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것들만이 자연에 의해 선택되죠.과학자들은 필멸의 운명 또한 이러한 겨쟁과 자연 선택의 결과물이라 생각합니다.
'마모 이론' 이란 우리의 신체는 마치 기계와 같아서 오래 사용할 수록 마모되어 서서히 노화가 진행된다는 이론입니다. 이 이론에서는 개인이 속한 '집단의 차원' 에서 수명의 문제를 다룹니다. 우리의 수명을 결정하는 요인을 인류라는 좀 더 큰 관점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마모이론에서는 집단의 종류에 따라 (인간 80년, 개 12년) 수명의 차이가 생기는 이유를 선택의 문제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왜 언젠가 죽어야만 하는지, 그리고 왜 우리는 그 정도밖에 살 수 없는지는 진화 과정에서 고심 끝에 정해진 선택이란 것입니다. 우리의 기대 수명이 80세인 것 또한 그러한 선택이 가장 최선이었기 때문이죠.
마모이론은 이러한 이유로 벤자민 버튼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필멸의 운명을 선택했다고 설명합니다. 우리가 가용할 수 있는 에너지의 일부는 자손을 남기는 데 사용하고, 그 나머지는 우리 몸을 수선하는데 사용하다보니, 우리는 그 에너지의 한계 내에서 서서히 마모되고 결국에는 죽음을 맞는 것이죠. 언젠가 죽어야 할 우리의 운명을 더는 원망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이 또한 모두를 위해 우리가 스스로 고심한 끝에 받아들인 운명이니까요.
Chapter 02. 우리는 왜 지나간 일을 후회할까? : 인과율
- 균일과 무질서로 변화하는 운명
이처럼 보든 변화에는 기본적인 방향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불균일한 것은 균일해지고, 질서 있는 것은 무질서해진다는 것입니다. 불균일과 질서는 무언가 구분된 상태를, 균일과 무질서는 이러한 구분이 없어진 상태를 나타내죠. ... 이와 같은 변화의 방향성은 우주 전체에 공통으로 적용됩니다. 앞으로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면 이 우주의 모든 것은 사라지고 공허한 공간 그리고 그곳을 채운 에너지만이 남게 될 것입니다.
우리 우주가 왜 이런 방향성을 갖게 되었는지 그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방향성이 존재한다는 사실만큼은 명백하죠. 그리고 이러한 방향성이 바로 시간의 흐름을 결정합니다. 시간은 이 우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정한 방향으로의 변화'를 나타내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모든 일은 '원인' 에서 발생한 결과다
인과율이란 모든 일은 원인에서 발생한 결과이며, 원인이 없이는 아무것도 생기지 않는다는 법칙입니다. 원인이 없으면 결과도 없다는 뜻이죠. ...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이 인과율을 근거로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는 시간의 시간의 역설 가운데 가장 유명한 '할아버지 역설'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태어나기 전으로 돌아가 할아버지를 살해한다면 현재의 나는 존재할 것인가? 만약 존재하지 않는다면 과거로 돌아가 할아버지를 죽일 수 없을 것이다."
아직은 시간 여행이 정말 가능한지 알 수 없습니다. 설명 먼 미래에 고도로 과학 기술이 발전되어 가능해지더라도, 인과율 때문에 이미 결정된 과거를 바꿀 수는 없을 것입니다. ... 그러니 이미 지나간 과거에 대해 후회하는 감정을 부끄럽게 여기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 우주에 존재하는 누구나 다 느끼는 감정이니까요.
"시간이 흐르기 때문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는 거예요."
Chapter 06.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을까? : 세포 분열
- 장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
첫 번째 존재는 나무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화이트 마운틴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 므두셀라 (Methuselah) 라는 소나무로 나이가 5,00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나무의 수명은 이론상 무한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오래 살다보며 번개, 산불 등과 같은 자연재해나 각종 질병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장수하는 동물의 대표적인 예로는 '그린란드 상어' 가 있습니다. 그린란드 상어의 최대 수명은 500년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린란드 상어는 1년에 1cm 씩 자라는데 성장 속도가 매우 느리다보니 150년은 지나야 비로소 성체가 되고 번식도 가능해집니다. ... 한편 놀랍게도 주기적으로 다시 젊어지는 생물도 있습니다. '투리토프시스 누트리큘라 (Turitopsis nutricula) 우리말로는 '작은 보호탑 해파리' 라 불리는 해파리의 일종입니다.
- 염색체의 흑기사, 텔로미어
텔로미어 (Telomere)는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염색체의 말단 부위를 지칭합니다.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쓰는 헬멧처럼 염색체를 보호하는 일종의 보호 장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텔로미어는 세포가 분열하면 할수록 점점 더 짧아집니다. 생명은 지속해서 세포분열을 합니다. 낡고 병든 세포를 버리고 새로운 세포로 교체하기 위해서이죠. 그리고 이 세포 분열 과정에서 핵심은 자기 복제입니다. ... 이 과정에서 염색체는 자신을 원본으로 하여 새로운 복사본을 만들어 냅니다. 그런데 이 과정이 완벽하게만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염색체의 끝부분이 미처 다 복사되지 못한 채 자기 복제 과정이 끝나기 때문이죠.
이때 텔로미어가 흑기사로 등장합니다. 안쪽의 염색체를 대신해 자신이 짧아지면서 소중한 유전 정보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텔로미어의 길이도 유한하기 때문에 세포 분열이 거듭될수록 점차 그 길이가 짧아지다가 결국에는 더는 흑기사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순간을 맞게 됩니다. 그러면 염색체의 복사는 멈추고 세포 분열도 멈추게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