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2. 자아감
- 인류가 달에 도착하는 그 순간보다 더 중요한 일
청소년기는 자기 정체성이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 처음으로 고민하기 시작하는 시기로 알려져 있다. 청소년기에는 자기 정체성과 관련된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한다. 도덕성도 좀 더 복잡하게 발전하고 사회의 정치적 실현에도 눈을 뜨기 시작한다. 음악적 취향, 패션 감각도 성장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는 더욱 복잡한 사회 집단을 만들어 나간다. 한마디로, 청소년기는 자기 정체성과 함께 타인에게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을 구축해가는 시기다.
- 거울 자기 인식 실험
원시적인 수준이기는 해도 아기는 자아감을 갖고 태어난다. 물론 이는 자기가 누군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성인이 느끼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보다는 자신의 생리, 자기와 타인의 몸의 차이에 대한 자각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설령 그렇다 해도, 타인과의 상호 작용을 위해서는 우선 자신과 타인을 구별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런 자각은 중요하다. 게다가 아기는 주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언어와 사회적 행동을 배우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 사회적 자아가 중요한 시기
사춘기에는 사회적 자아, 즉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하다. ... 자기 정체성은 평생에 걸쳐 성장하지만, 10대 후반의 청소년은 대개 타인이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보는지에 맞춰 자의식을 발전시키거나 그런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타인의 시선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된 이 시기의 자아감은 '거울 자아 looking-glass self' 이론을 형성한다.
- 내성이 높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자아감은 거울자아, 즉 타인이 우리를 바라보는 방식에 의해서만 결정되지는 않는다. 자아감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에 의해서도 생겨난다. 이런 평가는 과거와 현재의 사건에 대한 자신의 반응을 토대로 이뤄진다. ... 스스로의 평가에 의해 생겨난 자아감과 관련된 현상을 '내성 introspection' 혹은 '메타인지 meta-cognition' 라고 한다. 여기에는 감정과 사고 과정을 시험해 보고 이를 꿰뚫어보는 능력이 수반된다.
- 사회적 뇌
청소년과 성인의 '사회적 뇌' 조직망 내부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은 다르다. 이 조직망은 타인의 의도와 감정을 이해하는데 기여하고 자아에 대한 사고에 관여하는 뇌 영역을 포함한다. ... 청소년들은 성인보다 활발하게 뇌 조직망의 일부인 중앙전두엽 피질을 사용했다. 중앙전두엽 피질은 참가자들이 또래에 의해 관찰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때 활기를 띄는 영역임을 기억해 두자. 이와 달리 성인은 청소년에 비해 측두두정접합부라는 사회적 뇌의 또 다른 부 위를 더 많이 사용했다. 이런 변화가 왜 일어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청소년과 성인이 서로 다른 인지 전략을 활용해 임무를 완수한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활성화환 뇌 영역을 이용해 심리 작용을 '역추론' 하는 일은 오류에 대한 확률도 높다.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뇌의 영역을 이용해 심리적 혹은 지각적 수준에서 사람들이 어떤 경험을 했는지 알아낼 수는 없다.
Chapter 03. 또래와 어울리기
- 청소년기에 친구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특히 청소년에게는 또래 집단의 인정을 받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이유로 청소년은 또래 집단의 영향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결국 이는 모험을 하거나 의사 결정을 내릴 때 또래 집단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걸 의미한다. ... 청소년기에 이뤄지는 모험을 이해하려면 청소년이 대개 어떤 상황에서 모험에 나서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들은 혼자서는 모험을 감행하지 않는다. 대다수는 친구화 함께 일을 벌인다.
- 정지 신호등 실험
동일한 피실험자들이 똑같은 운전 게임에 들어갔다. 청소년은 혼자 있을 때보다 친구들 앞에 있을 때 과감하게 행동하는 정도가 세 배 가까이 됐고 청년은 두 배 가까이 됐다. 반면 성인의 경우는 친구들의 존재가 행동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중요한 결론에 이른다. 첫째, 청소년 청년 성인은 아무런 방해 요인이 없는 최적의 상태에서 혼자 있을 때는 과감함의 정도가 거의 비슷하다는 점이다.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통념과 달리 이들이 언제나 모험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런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둘째, 행동을 과감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 청소년은 물론 청년도 얼마간은 또래 친구인 반면, 25세가 넘는 성년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청소년 운전자의 사고 가능성을 높이는 또래 집단의 존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차량에 동승자가 있을 경우 청소년이 성인에 비해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동승자와 잡담을 나누다 보면 운전에 집중하기가 어려워 질 수 있다. 또 다른 설명은 과속 운전과 같은 모험이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행동으로 비춰질 수 있으며 청소년은 이런 사회적 요구에 부응한다는 것이다. 또래 집단의 인정을 받으려는 욕구가 청소년의 의사 결정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 배제 실험과 포용 실험
청소년기가 되면 독립성은 강해진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이 시기 또래의 압력이 끼치는 영향력이다. 청소년에게는 또래 친구의 의견이 가족 구성원의 의견보다 중요해진다. ... 13-17세의 청소년은 친구들의 평가가 자신이 사회적이나 개인적으로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인가를 판단하는 데 영향을 주며,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는다는 것은 자신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임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다.
사이버볼의 실험에서 초기 청소년은 사회적 배제 뒤에 성인보다 불안 증세가 훨씬 심했다. 사회적 배제에 대한 청소년의 과민 반응은 사실인 것처럼 보인다.
- 청소년기의 사회적 고립과 스트레스
위탁 가정과 보육원을 오가거나 가정 폭력을 경험하는 것처럼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환경에 노출된 청소년은 비교적 꾸준하고 안정된 사회적 환경에서 자란 청소년에 비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나약하기 쉽다. 청소년기에 경험하는 사회적 불안정이 가져올 영향은 매우 해롭다. 이 때문에 또래 집단의 인정을 얻으려는 메커니즘과 행동은 나름의 생존 전략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요컨대 청소년이 또래 집단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사회적 고립을 피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은 진화론적 전략일 것이다.
- 사회적 요인과 위험한 의사 결정
- 관중효과
아무도 지켜보는 사람이 없는 상황과 비교해 사람들으 ㄴ다른 누군가 지켜보고 있으면 인지 과제도 다르게 수행한다. 이를 관중 효과 audience effect 라고 한다. 관중은 어려운 일을 더 어렵게 만든다. 혼자 있을 때보다는 누군가 지켜보고 있을 때 일은 더욱 꼬이게 마련이다. ... 스트레스가 심하지 않으면 쉬운 일의 능률은 높아진다. 하지만 어려운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이를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면 스트레스 때문에 일의 능률이 떨어진다.
마약을 복용하면 건강이 위험해진다는 사실은 청소년도 알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고려해야 할 사회적 위험이 존재한다. 친구들이 마약을 권할 때 이를 거절하여 또래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게 되는 것이 마약을 받아드는 것보다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청소년에게는 또래 집단으로부터 따돌림당하지 않는 일이 무척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 따라 하는 심리
'초기 청소년기' 가 한 개인이 기성세대의 권위와 경험에 의문을 품고 다른 10대의 의견을 기성세대의 의견보다 높게 평가하기 시작하는 중요한 단계임을 확인해줬다. 또 젊은이를 대상으로 한 공중 보건 캠페인이 흡연, 과음, 마약 복용이 불러올 위험보다는 사회 규범이나 또래 집단의 영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도 상기시켜 줬다. 이 나이 때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친구와 또래 집단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Chapter 04. 두개골 해부학
- 뇌의 복잡한 연결망
내가 교과서와 과학 논문에서 익히지 못했던 것은 이런 피질하 영역과 피질의 시각적 차이였다. 피질은 상당히 균일하면서도 넓게 주름이 잡혀 있다. 반면에 피질하 영역은 별개의 작은 조직들로 구분되어 있으며 피질보다 약간 어두운 색을 띠고 있다. 아몬드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amygdale 에서 유래한 편도체 amygdala 는 실제로 아몬드와 비슷하게 생겼다. 말 hippos 과 바다 괴물 kampos 를 의미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해마 hippocampus 는 작은 해마의 형태를 띄고 있다. 복잡한 대뇌핵에는 수많은 형태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처럼 아주 작고 복잡한 세 개의 조직 (편도체, 해마, 대뇌핵) 덕분에 우리는 감정을 느끼거나 인식하고 기억을 저장하고 몸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