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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 ㅣ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8월
평점 :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
미야베 미유키 (지음) |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펴냄)
예전에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가난해진다고 했다. 옛 어른들은 그런 말을 수시로 한 것 같다. 왜일까? 아마 그 시대에 열심히 품을 팔고 농사일을 도와야 시기에 유유자적 이야기에 탐닉하고 책을 보는 일은 아마도 탐탁하지 않은 무엇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은 어떠할까?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추구하는 사람은 일명 성공하는 자가 된다. 이야기는 결코 하나에 국환 되지 않는다. 그 이야기의 뿌리는 깊고도 넓어서 영화로, 만화로, 또 수출을 통해 세계 속으로 팔려나가는 시대가 왔다. 자고로 잘 된 이야기 하나가 돈이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는 바로 그런 이야기의 힘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이야기의 재미와 그리고 그것이 품고 있는 사회적 이슈까지 다양한 이야기의 향연이다. 미시마야 변조 괴담 시리즈 제8탄인 이 소설에는 세 개의 에피소드가 실려있다. 미시마초에 위치한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의 흑백의 방에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은 모두 각각 한 명씩이다. 이야기 그렇게 듣고 버려진다. 들은 이야기들은 묵화를 통해 기이한 이야기책이라는 것을 통해 오동나무에 보관된다. 사촌 누이 오치카가 청자 역할을 수행하다가 이제는 도미지로가 그 역할을 이어받는다. 과연 도미지로에게는 어떤 이야기들이 올 것인가?
첫 번째 이야기는 [주사위와 등에], 두 번째 이야기는 [질냄비 각시], 마지막 이야기는 책의 표제작이기도 한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이다. 누나를 구하기 위해 등에의 저주를 받은 소년, 그는 신만이 오갈 수 있는 이 세계 도박장이라는 곳으로 끌려간다. 신 역시 겉모습으로 판단할 수 없음을 말한다. 겉모습이 아무리 좋아 보여도 속까지 선할 수 없으며, 겉모습이 우락부락해도 그 속마음까지 울퉁불퉁한 것은 아니다. 인간이 아닌 신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두 번째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나룻배 사공 일을 해오던 오누이가 질냄비 속에서 나타난 이상한 존재와 만난 후 변화하게 되는 이야기... 이야기는 점점 점입가경으로 흐른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역시 좀비 이야기인 마지막 이야기였다. 인간이 아닌 자들이 등장하는 이야기, 사후 연못이라고 불리는 그곳에서 밀랍처럼 보이는 익사체가 발견되고, 그 익사체로 인해 온 주변이 초토화되는 이야기... 과연 그 인간이 아닌 자는 어떻게 살아서 사람을 공격하는 것일까? 그리고 무엇보다 이미 죽은 자를 다시 죽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소설은 좀비가 발생된 배경을 부귀에서 찾는다. 여기서 말하는 부귀란 썩음을 말한다. 썩은 정치, 썩은 사람들의 마음 등등이 인간이 아닌 자들을 만들고 그로 인해 인간은 고통받는다. 인간이 아닌 자들은 쉽게 퍼져나간다. 해악, 욕심이란 것이 그런 것이 아닐까? 쉽게 사람들을 동요시키고 그렇게 만드는 것 말이다. 나만은 아니겠지 하지만 어느새 남들과 똑같은 물에 손을 담그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되는 것 같은...
미시마야 변조 괴담 시리즈를 사랑하는 독자들이 많은 것 같다. 일본에서는 이 소설에 출간된 후 작은 소동도 있었다고 한다. 작가 미미 여사가 해명한 뒤에 일단락이 되었다고. 아무튼 그래서인지 앞으로도 쭉 미시마야 변조 괴담이 계속되리라는 안심? 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인 듯하다. 미미 여사의 다음 시리즈는 과연 어떤 내용이 등장할까? 작가의 펜이란 이럴 때 참 무섭고도 통쾌하다. 펜이란 살아서 날카롭게 사회의 병폐를 골라낼 수 있으니까. 비록 수술까지는 못하지만 진단을 할 수 있으니... 다음 진단 당하는 자는 과연 누구인가? 긴장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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