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수잔 시마드 (지음) | 김다히 (옮김) | 사이언스북스 (펴냄)
얼마 전에 기후 위기 협약에 대한 기사를 읽게 되었다. 환경에 대한 생각이 더 진보해도 부족할 판에 일부 나라의 외교적 노력?으로 말미암아 오히려 퇴보 위기로 나아갔다는 기사였다. 지금 당장이라도 탄소 배출을 낮추고 자연친화적인 에너지를 소비해도 지구 멸망의 시간을 돌이킬 수 없는데 화석연료는 계속 활활 타오르고 있고, 정부 정책은 오히려 반대로만 가는 현실이니 개탄스럽다. 책 서문을 읽어보면 저자는 인간의 선한 방향성을 믿는 듯하지만 왜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저자 수잔 시마드는 캐나다의 삼림 생태학 교수로 그녀의 집안은 태생부터 나무와 깊이 연관되어 있었다. 그녀는 나무에 바탕을 두고 자연을 이야기하고 그 네트워크를 이야기하지만 인간시대의 네트워크는 자연과는 달라서 오히려 스스로를 살리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어떻게 하면 더 빨리 죽일 것인가에 대한 몰두를 골몰히 하는 것 같다.
저자는 숲에 나무가 단순히 모여있다는 것 이상에 대한 의미를 탐구하고 그 의의를 찾아냈다. 모든 나무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스스로의 빛을 발하며 그녀가 발견한 어머니 나무의 가르침과 토대 아래서 성장하고 숲이라는 전체적인 공간이 구성된다는 것이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하는 산림에 대한 벌목 등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나무들은 땅속 경로 체계로 연결되어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서로에게 의존한다. 그 경로, 즉 땅속 경로를 통한 진균 네트워크는 인간이 상상하는 그 이상이다. 어머니 나무는 어린 나무를 일어서게 하고 배우게 하고 가르친다. 즉, 오래되고 큰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뿌리 아래에서는 얼마나 대단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말이다.
저자가 한 챕터에서 메리 시간을 언급했다. 메리 시간이란 크림을 탄 커피를 마시고 등산 계획을 짜기 위해 지도를 샅샅이 살핀 후 느긋하게 출발하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 저자 스스로가 매우 서두르는 것에 익숙해서 스스로 메리네 정원을 모티브로 이런 시간을 정해놓은 것 같다. 그녀와 메리와의 관계도 흥미롭고, 나누는 대화들 속에서 여러 나무들이 나오고 나무가 겪는 병들이 나온다. 그리고 어머니 나무에 대한 이야기까지... 모든 이야기들이 흥미로웠다. 어머니 나무, 즉 숲에서 가장 크고 제일 오래된 나무들이 죽어갈 때 어떤 일들이 주변에서 벌어지는지, 또한 죽어가는 나무들이 새로 유입되는 종과의 연결과 소통, 기후 온난화로 인해 나무들이 그들의 유전에 맞게 새로운 장소로 어떻게 퍼지는지, 1년에 기록적인 속도로 나무가 이동할 것이라는 것 등 책 속에 모든 것은 내가 알지도 못하고 전혀 관심도 없었던 나무와 숲이라는 공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아무 한국 사람이라면 다 알 것이다. 숲이 주는 공간의 편안함을 말이다. 해마다 가을만 되면 등산복을 입고 산을 찾아 단풍 구경에 열을 올리는 것은 한국인 따라갈 민족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만일 이 숲이라는 공간이 무한의 공간이 아니라 언젠가는 허물어질 유한의 공간이라면 우리는 지금이라도 숲의 소리에, 나무의 소리에 귀 기울여하지 않을까...... .
내 주변의 숲속을 돌아보게 된다. 그 숲을 일으키고 살게 하고 먹여서 키우는 어머니 나무를 만나보고싶다. 아...... 나도 저자처럼 메리 시간을 보낸 후 적절한 시간에 가벼운 마음으로 어머니 나무를 찾아가야지. 그리고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그동안 너무 몰라서 미안했다고 ... 모두가 다 살아가는구나...... . 참 아름답구나...... . 나무가 인간을 구원할 수도 있구나...... . 나만의 어머니 나무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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