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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편의점 - 전지적 홍보맨 시점 편의점 이야기
유철현 지음 / 돌베개 / 2024년 3월
평점 :
『어쩌다 편의점』
유철현 (지음) | 돌베개 (펴냄)
와우~ 솔직히 놀랬다. 편의점에 대한 소재가 다양한 줄은 짐작했지만 이토록 방대한 이야기까지 들어있을 줄이야... 제품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편의점을 이용하는 사람들, 진상과 빌런, 천사와의 구별과 대처법, 먼 오지 섬마을에서 편의점을 운영했던 사장님의 눈물겨운 고분분투기부터 시작해서 저 멀리 개성공단까지 뻗어있는...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생각이 되지 않는다.
나의 편의점에 대한 첫 기억은 그다지 생생하지는 않다. 당시에 편의점이란 꽤 비싼 프랜차이즈점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아침 8시에 문을 여는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면 되지, 왜 굳이 밤에 비싼 물건을 편의점이라는 곳에서 사야 하는지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던 것 같다. 하지만 점차 편의점에서 파는 물건이 다양해지고, 가격별로 경쟁력 있는 상품들이 생겨나고 이벤트들을 통해 몰랐던 제품들을 알게 되면서 점점 편의점은 동네에 꼭 있어야 할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 물론 내 마음속에서도 그곳은 핫 플레이스였다. 신비하고도 알록달록한 사탕 내음이 나는 곳, 상품들이 일렬로 정제된 자세로 주인을 기다리는 곳, 또 편의점 앞의 작은 테이블은 캔맥주를 한잔하도록 부축이는 매력적인 작은 공간이기도 하고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너무 아쉬웠던 부분은 이제는 사라진 개성공단에의 추억이다. 책에서는 한 꼭지로 그 추억이 이렇게 살아있지만 현실에 그곳은 이젠 너무 멀어진 듯하다. 다시 개성공단이 살아날 수 있을까? 현 정부의 정책 기조로는 감히 엄두도 못 할 일이다. 예전에 아는 지인이 그곳 맥주를 가져다준 적이 있었다. 대동강 맥주라고 한번 맛본 순간 그 청량함을 잊을 수가 없었다. 맥주 맛을 잘 몰랐던 나조차도 이 맥주는 다르다고 느꼈을 정도니 말이다.
한번 상상해 본다. 그 개성공단 편의점에서 팀장과 북한 사원과의 케미스트리를 말이다. 뜨거운 믹스커피 한 잔과 달달한 초코파이로 하루의 피곤을 풀고 두런두런 남과 북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아마 지금도 그런 풍경이 이어져왔더라면 우리는 분단의 위기감과 전쟁의 불안에서 더 자유로워졌으리라... 작은 편의점의 불빛은 통일의 불빛이 되었으리라...
섬에서 편의점을 시작한 사장님의 에피소드는 우리가 주위를 얼마나 디테일하게 봐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듯하다. 안될 거라고 지례 짐작하지 말고 그곳에 필요가 무엇인지에 집중에서 성공의 비밀이 나오는 법이다. 신용불량자였던 남자는 일약 연 매출 50억 원이 웃도는 어엿한 사장님으로 탈바꿈했으니 말이다.
아... 나도 나만의 편의점 일기를 써보고 싶다. 나의 편의점이란 과연 어떤 의미인지, 그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등등의 것들을 말이다. 그리고 상상 속에서라도 나만의 편의점이 멋진 공간에서 새롭게 오픈하는 꿈을 꾸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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