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

내 남편
모드 방튀라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5월

『내 남편』​​

모드 방튀라 (지음) |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펴냄)

모임에 가면 어떤 사람은 끊임없이 자신의 남편이 어떤 대단한 사람인지 말하곤 한다. 물론 안 좋은 점도 말하기도 하지만 내가 아는 한 사람은 지속적으로 자신의 남편이 얼마나 멋있고, 가정적인지 그리고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줄기차게 말한다. 좋은 일이다. 남편이 아내를 사랑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아내가 느끼고 있는 것은 말이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전부일까? 모드 방튀라의 [내 남편]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연 우리가 안다고 여겼던 많은 것들이 진실도 그러할까?

셀럽들, 특히 부부관계가 좋다고 소문난 셀럽들이 어느 순간 갑자기 이혼 발표를 할 때면 놀라울 때가 있다. 아니, 저렇게 부부관계가 파탄이 났는데 어떻게 가식적인 모습들을 화면에서 보여줄 수 있었을까? 그들의 눈빛과 손짓은 진실되어 보였는데 그 모든 것이 다 거짓이었다니...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어느 부분에서는 화도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역시 부부관계란 개인적인 이야기라서 서로 둘만의 비밀일까?

모드 방튀라의 [내 남편]에서 왜인지 아멜리 노통의 글들이 연상되었다. 파격적이고 뭔지 모를 신랄함이 느껴진 다는 점에서 그러했다는 것일까? 아니나 다를까 이 책에 대한 노통의 찬사도 있었다.

주인공인 아내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결혼 15년 차인 워킹맘이다. 자신의 직업은 교사로 때론 번역을 맡아서 일을 하기도 한다. 나름 바쁜 일상을 보내는 중인데 더욱 신기한 것은 이런 바쁜 와중에도 이 모든 것을 끊임없이 기록하고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남편에 포커스를 맞추어 생활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아이를 낳은 일조차도 결국은 남편을 잡아두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지독한 고백을 하기도 한다. 이 얼마나 애처로운 사랑일까? 남편 아닌 다른 사람과 잠자리를 갖고 그것조차 남편에 대한 사랑이라고 고백하는 그녀...

마지막에 갈수록 그녀가 안쓰럽다. 일기장 곳곳에 남편에 대한 사랑과 헌신으로 가득하지만 결국 그녀를 그렇게 만든 것은 남편이라는 사실이다. 제목은 내 남편이지만 사실은 이 모든 것은 한 여성을 설명하는 글들이다. 내 아내로 바꾸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그리고 종속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그녀는 종속이 행복이라고 할지 몰라도 주변 사람들은 숨이 막힌다. 결국은 상처받는 이들은 따로 존재한다. 내 남편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그녀... 왜 인지 모든 것들이 불안하다. 사랑한다고 말할수록 그것에 대해 멀어지는 느낌.. 더 신랄해지고 적나라해지는 느낌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은 관계에 대한 질문인 것 같다. 나를 나로서 존재케하는 것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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