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의 오만』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 (펴냄)
사회가 발전될수록 빈익빈 부익부의 차이는 점점 더 커지는 것 같다. 모두가 저마다 공정 경쟁이라는 허울좋은 이름으로 서로 간의 경쟁을 부추기고 그것이 공정한 정의인 양 내세운다. 도태되고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은 그저 노력을 하지 않은 무능의 상징이 되고 만다. 과연 그러할까? 돈이 많은 집, 넉넉한 집안에서 태어나서 탯줄을 끊자마자 아파트 몇 채를 소유한 이는 자라면서부터 금수저로 누릴 수 있는 모든 교육을 받는다. 그것이 과연 공정한 걸까? 똑같은 라인에서 출발한 결과일까?
여기 가난으로 고통받고 급기야는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면서 억울하게 죽어간 소년들이 있다. 그들 대다수는 간이 절제된 채 엉성한 봉합 등으로 인한 쇼크사로 죽어갔다. 이런 짓을 하는 인간은 과연 누구일까? 아마 인간이라는 지칭도 아까운 자들일 것이다.
본격 사회파 미스터리라는 장르로 세간의 주목을 받는 나카야마 시치리... 소재는 우리가 익히 아는 장기밀매에 대한 것이지만 그 양상은 뻔하지만은 않다. 일명 반전의 제왕이 아니던가? 소설은 정년퇴직을 하고 부인에게 아니꼬운 대접을 받는 오시노의 일상에서부터 시작된다. 오시노는 그날도 어김없이 부인의 시선을 피해 개 료타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중이었다. 산책 중 료타가 발견한 그것,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사건은 가뜩이나 많은 일로 버거워하는 팀에게 배정된다. 바로 수사 1과 아소 반... 그리고 이런 말도 들려온다. 아소 반에 사건이 배정됐다기보다는 사건이 아소 반으로 찾아왔다고 말이다. 과연 아소 반히 해결해야 할 난제의 사건이란 무엇일까?
료타가 발견한 시신의 신원은 그 확인조차도 어려웠다. 하지만 이누카이와 이스카가 누구인가? 이 둘의 활약으로 그가 바로 10대 소년, 중국 아이라는 것을 밝혀진다. 중국 후난 성에 사는 12살 소년이다. 왜 그 소년은 머나먼 타국까지 와서 장기가 적출당해 죽어있을까? 상상하기도 싫지만 짐작한 바와도 같았다. 바로 부모가 아이를 팔아넘긴 것이다. 그리고 다시 발견되는 시체들... 오타구 하네다 길 위에서 발견된 소년은 마사토였다. 그 이후로 총 5명의 장기 매매에 희생당한 아이들의 시신이 발견된다. 과연 우리의 형사 이누카이와 아스카는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아마 그럴 것이다. 그들에 대한 희망은 버릴 수가 없다.
소설은 말하고 있다. 중국의 소년이나 일본의 소년이나 모두가 마찬가지인 그저 가난에 희생당한 약자라고 말이다. 생명의 가치와 무게는 국경과 무관하다. 잘 사는 나라나 못 사는 나라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책을 보다가 전에 읽었던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 [나를 보내지 마]가 연상되었다. 사람들이 상상한 것 이상이 일어나는 세상이다. 앞으로 세상은 어떻게 될까? 점점 극우로 치닫는 세상이 무섭기도 하다. 자유롭게 국경을 오고 가고 통신마저 자유롭지만 사람들은 저마다 생각의 국경을 점점 시멘트로 두껍게 치는 듯하다. 과학의 발전과 생각의 발전의 속도는 전혀 같지가 않다.
지금 이 시간에도 가난 때문에, 국경 때문에, 그저 그 나라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희생당하는 아이들이 많다. 전쟁의 희생양은 어처구니없게도 군인이 아니라 아이들이다. 이 모두가 인간 오만의 결과가 아닐까? 오만에서 빠져나올 때 인류에의 희망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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