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2세 열린책들 세계문학 287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박우수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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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2세』​​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 박우수 (옮긴이) | 열린책들 (펴냄)

왕권은 신에 의해 부여받는 신권인가? 아니면 백성에게 오는 것인가? 셰익스피어는 [리처드 2세]라는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묻는 듯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왕권에는 백성의 힘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백히 다시 알려준다. 리처드 2세는 에드워드 3세 손자로 열 살에 즉위한다. 이른 나이에 즉위해서 성인이 될 때까지 삼촌의 섭정이 이어져 나름 힘든 시기를 거치지만 그는 어떤 의미에서는 현명? 한 자이기도 했다. 재임 중 일어난 농민반란을 기지로 봉합했다. 물론 지금 우리가 읽는 [리처드 2세]는 셰익스피어의 시각에서 다루므로 그의 다른 면은 읽어내기가 힘들다. 책에서의 리처드 2세는 유약하고 판단력이 부족한 성급한 이미지이다. 셰익스피어의 책 중 [리처드 2세]가 비교적 역사적 사실의 충실의 반영이라고는 하나 기저에 깔린 취향은 무시 못 할 것이다.

불링브루크와 모브레이가 서로를 반역죄로 기소하게 되고 리처드 2세는 중재를 자청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투 재판을 벌이나 리처드 2세는 즉시 그 둘 모두를 추방시킨다. 그 후 리처드 2세는 불링브루크의 아버지인 곤토의 존의 재산을 압류해서 원정길에 오른다. 그리고 끝까지 전쟁을 치르지 않고 눈앞의 적만 멸한 후 다시 원정길에서 돌아오는데, 이는 곧 화근이 된다. 불링브루크가 이때를 놓치지 않고 다시 반란을 일으키게 되니까 말이다.

셰익스피어가 리처드 2세를 보는 시각과 불링브루크를 보는 시각은 명백히 차이가 난다. 리처드는 왕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이고 불링브루크는 나름 자비를 가진 것같이 묘사가 되어있다. 맨 마지막 장을 보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리처드 2세에서 셰익스피어가 찬탈보다는 폐위로 규정되지만 이 작품보다 앞서서 헨리 6세에서는 요크 가문 사람들은 헨리 불링브루트를 찬탈자로 규정한다. 헨리 6세에서 죽어 가는 모티머는 자신의 조카인 요크에게 무해한 리처드 왕이 은밀하게 살해되었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불링브루크는 의회의 동의를 얻은 리처드의 폐위로 스스로가 적법한 후계자라고 생각하지만 강제된 폐위를 당한 리처드의 편에서는 불링브루크는 왕권을 유린한 자이다. 오랜 기간 장미전쟁으로 이어지는 영국의 내란은 이런 정통성 시비를 둘러싼 복수전이라 할 수 있다.

역사란 과연 무엇일까? 아마 가진 자에 의해, 획득된 권력에 의해 구술된 사례집이라는 것도 맞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권력이 백성에게서 오는 것임을 이처럼 명백하게 보여주는 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리처드 2세]는 예술이 역사 속으로 파고들 때의 파급력을 가장 크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역사는 기억되어야 한다. 그리고 가장 기억하기 좋은 것은 바로 예술을 통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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