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 레이디가가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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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펴냄)

너무 재밌는 발상이다. 소설과 하이쿠를 어떻게 이렇게 연관 지어 생각을 하다니... 작가 미야베는 천상 글쟁이, 천상 소설가인가 보다. 그녀의 그런 능력이 잠시 부러워진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보석 같은 능력이다.

작가의 하이쿠 사랑은 어느 모임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몇 달에 한 번씩 새로운 신곡을 외워서 서로에게 들려주는 가라오케 모임이라니... 참 신선하고도 노년에 꼭 필요한 모임의 양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명 치매 방지도 되니 일석이조이다. 그리고 작가가 말한 공포를 주제로 한 하이쿠가 있다는 것도 무척 신선했다. 하이쿠를 통해서 새로운 장르, 그리고 생각의 확장을 열 수 있다니 새로울 것이 없는 시대에 새로운 것이 이렇게 나올 수도 있구나... 항상 새로운 것은 있는 것을 통해 탄생된다.

일본의 짧은 시 중 요즘 뜨는 것 중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이런 시가 있던데.. 이런 류의 시는 일본의 정형시인 센류라고 한다. 센류와 비교하자면 하이쿠는 아마도 대구나 형식에서 더 규범을 요하는 것이리라... 한 줄의 시로 대표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미야베를 주축으로 한 모임에서 사람들은 노래에서 하이쿠로 그리고 작가 미야베에 의해서 자신의 하이쿠를 소재로 한 한편의 소설들을 갖게 되었다. 이야기는 작가의 재량이어서 어디로 어떻게 뻗어갈지 짐작을 할 수는 없지만 12편 소설 모두 훌륭하고 각기 다른 개성이 넘치니 이번 시도는 가히 성공적이라 할만하다.

하이쿠를 제목으로 소설을 쓰니 그 제목 자체가 더 범상치 않게 보인다. 제목으로 실린 [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도 인상 깊었는데 [어스름한 저녁 이끼 낀 묘석에 새끼 도마뱀]이라든지 [날선 가위여 꽃밭의 맨드라미의 목을 자르리] 등등은 하이쿠 자체 속에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가 숨어있는 듯하다.

장르 역시 다양하다. 미래의 모습이 담긴 SF도 있고 판타지 소설 역시 존재한다. 과거의 이야기와 현재의 이야기가 묘하게 섞여버려서 어떠한 것이 진짜인지 헷갈리기까지 하다. 일명 예전에 즐겨 봤던 드라마 [환상특급]이 생각난다고나 할까...

하이쿠는 세상에서 가장 짧은 정형시라고 한다. 그 한 줄에 모든 세계가 들어있다. 한 줄 속에 들어있는 세계를 작가 미야베 미유키는 독자에게 확 펼쳐놓는다. 그 속에 그렇게 깊고 놀라운 세상에 들어있는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드물기는 하지만 상상력이 좋은 사람들은 자신만의 하이쿠를 지어놓고 그 속에 더 다른 세상을 꿈꿔 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저자가 실은 하이쿠를 가지고 자신만이 구축한 또 다른 세상을 만들 수도 있겠다.

나만의 시를 가지고 나만의 세상을 가지고, 게다가 그것을 펼쳐놓는 꿈... 그것은 과연 언제 실현될 것인가? 꿈속에서는 가능한 것 같은데 막상 현실 속에서 눈을 뜨면 짧은 하이쿠 속 세상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버리는 느낌이다.

나도 나만의 한 줄 시를 적어볼까... 꽃잎 터지는 한숨이 길고도 짙은 밤. 봄이 짧음을 미리 아는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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