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시록 살인사건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박진범 북디자이너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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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시록 살인사건』​​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 (펴냄)

왜 사람들은 알면서도 당하는 것일까? 문제 속에 빠져있다 보면 정작 그 문제를 들여다보지 못한다. 하지만 그 문제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서 생각하면 스스로도 기가 찬다. 내가 왜 보지 못했을까? 싶다. 우리나라에서 보이스피싱 건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 대상은 경찰이나 검찰 등을 가리지 않는다고 한다. 경찰도 속는데 하물며 일반인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래서 폰 포비아라는 말이 나오는 듯하다. 요즘은 신분증명이나 쇼핑을 하려 해도 무조건 핸드폰부터 여는 형태이다. 그리고 무슨 검색이라도 하려고 하면 왜 이렇게 회원가입은 많이 나오고 동의 서류는 많은지... 아무 생각 없이 체크하고 보면 며칠 후에 이상한 번호로 전화가 오거나 메시지가 스팸으로 도배가 된다. 디지털 시대의 맹점이다.

여기 한 남성이 등장한다. 휴일인데도 형사적 본능에 충실한 남성 가메이... 이런 남성과의 결혼생활이라... 휴... 왜 첫 장부터 그의 부인과 자식들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까? 오랜만의 긴자에서의 휴일도 이상한 배추흰나비 때 덕분에 망쳐버린 가메이... 수백 마리의 배추 흰나비 떼와 함께 미소 지으며 죽은 남성.. 그리고 그의 왼쪽 손목에 있던 금색 팔찌.. 그 팔찌는 뒷면에는 네잎클로버 그림과 함께 '우리는 세상의 소금이니라'하는 성경을 연상케하는 문구가 새겨져있었다. 실로 이상한 일이다. 그 후로 다시 일어난 기이한 사건... 한 여성이 남성과 똑같은 방식으로 죽은 채 발견되었다. 이번에는 배추흰나비 때 대신에 풍선이다. 풍선들이 아름드리 날아가는 모습은 아름답지만 그 안에 감춰진 진실도 과연 그러할까? 여성의 죽음, 시체의 미소, 팔찌의 문구 등이 청년의 죽음과 동일하다.

사건의 해결자이자 우리의 히로인 도쓰가와 경부와 가메이는 사건을 해결하려고 여러 각도로 탐문하고 생각한다. 과연 이 모든 것의 실체는 어디에 숨어있는가? 그들은 과연 무슨 이유로 젊은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걸게 만드는가? 가메이와 도쓰가와 경부의 노력도 부질없게 곳곳에서 분신자살이 이어진다. 이제 그 거악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 더 이상의 희생자가 생기기 전에 막아야 한다.

이 소설이 놀라운 점은 소설 출간 4년 후 일본 역사상 최악의 테러 사건으로 기록된 사이비 종교 단체인 옴 진리교가 일본 내에서 결성되었다는 점이다. 작가의 놀라운 통찰력이 아닐 수 없다. 그 당시의 사회의 분위기로 이 모든 것을 유추해 내고 상상해 내었으니 말이다.

니시무라 교타로는 1961년 데뷔해서 무려 6백 편이 넘는 작품을 쏟아냈다. 노 작가에게 펜을 내려놓을 기회는 없었다. 그만큼 그의 머릿속은 해야 할 말들로 넘쳐났으니 말이다. 그리고 2022년 92세의 나이로 유명을 달리했다. 공식 집계 출간 작품 수는 무려 647편이라니 그야말로 대기록이다.

내게 있어서 니시무라 교타로의 작품은 화려한 유괴에 이어서 두 번째 작품이다. 그의 647편의 작품 중 겨우 두 작품이라니... 웃음이 난다. 그리고 왠지 기분이 좋다. 앞으로 읽을거리가 많아서인지 든든해지는 기분이다. 다음 작품으로는 무엇을 골라볼까? 우리나라에서 그의 다른 작품들을 더 많이 읽고 싶은 바람이다. 니시무라 교타로 전집을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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