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의 살인 첩혈쌍녀
아라키 아카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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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의 살인』​​

아라키 아카네 (지음) |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펴냄)

만일 지구상에 살 날이 두 달 남짓 남았다면 나는 과연 무슨 일을 할 것인가? 우선 처음 드는 생각은 상당히 두렵다는 것,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생각, 또 하나는 다른 방법이 없다면 그저 받아들여야겠지.. 하는 체념의 생각... 등등 일것같다. 아마도 일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 당장 죽는다는데 일이 과연 무슨 소용이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두 달 동안 지낼 식량 등은 확보해놓아야겠지. 그리고 소요사태 등에 대비해서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고... (아마도 세상에 극단적인 인간들이 두 달 동안 쏟아져 나올 테니 말이다. 그들은 아마 지구 멸망의 순간까지 망나니 춤을 추지 않을까...)

여기 주인공이 있다. 이름은 하루짱... 지구 종말이 다가오자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와 어린 남동생을 두고 집을 그대로 나가버렸고 아버지는 대들보에 목을 매어서 자살을 한다. 그런 와중에 하루는 그저 자신이 하고픈 일을 하기로 한다. 그것은 바로 운전면허를 따는 것... 그녀는 운전학원으로 가고 그곳에서 강사 이사가와를 만난다. 죽은 아버지는 방 가운데 눕혀두고 차마 묻어주지도 못한 채 그녀는 운전을 배운다. 하지만 얼마나 달렸을까? 한적한 시골길에서 한 남성의 시체를 마주하는데... 겨우 열일곱, 동생의 나이가 될까 말까 한 젊은 남성의 사체... 그리고 교습차량의 트렁크에서 발견된 한 여성의 시체까지... 전직 형사였던 이사가와는 시체를 보고는 타살임을 단정한다. 지구 종말이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그 두 사람은 살인사건을 파헤치기로 하는데... 이사가와와 그의 충직한 조수를 자처하는 하루짱의 만남으로 소설은 어디로 펼쳐질지 모르는 미스터리하고도 속도감 있는 로드무비가 된다.

소설 [세상 끝의 살인]의 작가인 아라키 아카네는 젊은 소설가이다. 낯가림이 심했던 그녀는 대학 졸업을 하기 전 면허를 따기 위해 운전교습소를 찾았는데 강사를 만나는 것이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마음가짐을 달리 먹었다고... 이건 운전을 배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소설을 쓰기 위해, 소설의 소재를 찾는다는 발상의 전환으로 말이다. 그 마음이 통했던 것일까? 운전도 열심히 배우게 되고, 이런 소설도 써서 상까지 받게 되다니 말이다.

아카네의 소설은 미스터리라는 장르물이지만 그 속에 품은 것은 휴머니즘이다. 소행성 충돌이라는 비일상적인 설정은 어쩌면 우리 인생에서 언젠가는 한두 번 닥치는 위기일 것이다. 최근에 겪은 코로나19 팬데믹처럼 말이다. 그 속에서도 꾸준히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혼자 살겠다고 이기적인 행동을 일삼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작가는 말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 있다고 말이다. 병원은 계속 환자들을 진료해야 하며 기차는 그곳에서 언제든 사람들을 실어 날라야 한다. 만약 위기의 순간이 온다고 해서 그 모든 것들이 무너진다면 종말은 바로 그 순간에 도래할 것이다.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오는 듯하다. 그리고 아직 스무 살 초반의 작가라는 점에서 왠지 미래에 대한 작은 희망도 엿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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