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의 삶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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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의 삶』​​

아니 에르노 (지음) | 정혜용 (옮김) | 열린 책들 (펴냄)​

아니 에르노의 밖의 삶은 외면 일기의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그녀의 묘사 하나하나는 내면 일기보다 더 심오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에르노는 그녀 자신의 주변 밖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최대한 덤덤한 시선으로 다룬다. 지하철역에서, 클럽 도서전에서, 길거리에서, 고속도로에서, 심지어 한 줄의 기사에서, 텔레비전 속에서 등등... 그곳들에서 들려오는 모습 혹은 소리들을 아니 에르노는 한 장의 스냅사진처럼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그래서인지 아니 에르노가 느낀 밖의 삶은 왠지 독자의 삶과 다르지 않게 여겨진다. 우리 모두의 눈은 안을 향하지 않는다. 밖을 향해 펼쳐진다. 두 눈이 그러하고, 두 귀가 그러하고 입, 콧구멍 역시 밖을 향해 뚫려있다.

아니 에르노의 글은 오감으로 읽힌다. 덤덤하고 무심한 듯한 글쓰기가 이어지지만 그녀는 항상 마지막에 화룡점정처럼 자신의 느낌을 솔직하면서도 예리하게 표현한다. 즐거움을 거저 주고 싶다거나, 생물학적인 순수한 시간에 불과하다거나, 종말처럼 기차를 기다린다거나... 그녀의 일기처럼 쓰인 글들에는 그녀의 내면의 모습이 고스란히 묘사되어 있다.

그녀의 외면에서 투쟁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다. 거대한 사회적 모순 속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저자의 모습이 느껴진다. 그저 할 일은 펜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는 듯이 그런 울분 혹은 분노는 곳곳의 단락 속에 표현되어 있다. 하지만 분노는 결코 분노 그 자체의 모습을 하지 않는다. 분노일 수밖에 없지만 왠지 모를 쓸쓸함과 허무가 짙다. 그래서인지 더욱더 오랜 여운이 남는다.

한 장의 사진이 주는 쓸쓸함, 허무, 여운... 그녀의 글들은 한 장의 스냅사진과도 같다. 그녀의 두 눈동자는 카메라의 렌즈이고 책 속에 쓰여진 글들은 인화된 결과물이다. 결국 그녀의 밖의 삶은 그녀가 열심히 찍은 삶의 결과물과도 같다.

우리 모두의 밖의 삶은 어떠한가? 살다 보면 알게 되는 순간이 있다. 저 멀리서 벌어지는 일들이 결코 나의 삶과 무관하지 않음을 말이다. 지구촌에서 현재 벌어지는 상흔들... 그것들은 결국 우리 모두의 내면에 남을 것이다. 그 사실은 어쩌면 너무 끔찍하기도 하고, 삶의 희망이 없다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결국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으리라는 사실... 명백하면서도 두려운 밖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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