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지에서 생긴 일
마거릿 케네디 지음, 박경희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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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지에서 생긴 일 』​​

마거릿 케네디 (지음) | 박경희 (옮김) | 복복서가 (펴냄)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가 이 한 편의 소설 속에 담겨있다. 어쩌면 콘월 북부 펜디젝만 절벽은 바로 우리가 발을 디디고 있는 이곳을 상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가 구원될 것인가? 누가 호텔과 함께 붕괴될 것인가 그것은 차후의 문제이다. 단, 누구나 절벽의 위험성을 느꼈던 것, 징후를 눈치챘던 것... 하지만 어느 누구는 굳이 무시하려고 했던 것...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왜 나는 절벽 위 호텔이 자꾸 몇 분이 안 남았다고 말하는 지구의 시계처럼 느껴졌을까? 곧 무너질 것을 안다. 그리고 무언가 방법을 취해야 한다. 하지만 이 지구는 펜디잭 호텔처럼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다를 뿐이다.

소설은 펜디젝 호텔이 무너짐을 앞과 뒤에 내세우고 있다. 앞부분은 신부가 나와서 호텔에서 희생된 사람들을 위한 추모의 말을 써야 하는데 도무지 어떤 말을 할지 고민하는 부분에서 시작되었고, 중간 부분은 호텔이 무너지기 직전의 대략 일주일의 시간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일주일의 시간 동안 독자에게는 스물네 명의 인물들의 행적이 펼쳐진다. 그 인물들은 모두들 우리가 동네에서, 모임에서든 어디서든 마주칠법한 개성이 강한, 혹은 각자의 상실감이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하고 있다.

봇 신부는 장례식 설교문에서 절벽이 무너지는 재앙은 불가항력이었지만 동시에 펜디잭 호텔의 사람들은 충분히 이 재앙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흡사 얼마 전에 일어난 안타까운 사고가 떠오른다. 폭우가 온 것은 자연재해였지만 사람이 그로 인해 죽은 것은 다른 문제였다. ) 과연 누가 살아남고 누가 죽었을까? 소설은 시종일관 독자에게 추측하게 한다. 그리고 아마 일주일의 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독자는 자연스럽게 그 인물들을 머릿속에서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소설의 주제를 자연스럽게, 혹은 대놓고 말하는 부분은 아마도 호텔의 투숙객들 다수가 참석한 일요일 오후 미사였을 것이다. 그때 봇 신부는 일곱 가지 대죄를 언급한다. 교만은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 시기는 아무것도 베풀지 않는 태도, 나태는 행동 대신 생각이 앞서는 태도, 분노는 권력욕, 정욕은 성적 착취, 탐식은 무엇보다 자신의 위장을 섬기는 태도, 탐욕은 재정적 착취... 봇 신부는 일곱 가지 죄를 언급하면서 독자에게 자연스럽게 화살표를 긋게 만든다. 스물네 명의 인물 가운데서 누가 교만한지, 인색한지 등등을 말이다. 그렇게 화살표를 긋게 만들다가도 인물들은 한층 복잡하게 그려져있다. 선악의 이중성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 인간의 나약함을 그대로 묘사하려고 했다고나 할까?

소설 마지막에서 떠오른 말은 친절함, 관대함, 주고받는 마음... 그런 것들이다. 흡사 김연수 작가의 글들도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소설의 원제는 The Feast라고 한다. 마지막 축제에 참석하는 자들, 화해의 자리이자 속죄의 자리에 함께한 사람들, 그 파티에서 인간은 결코 혼자서 살 수 없음을, 이 세상은 절뚝이더라도 함께 걸어가야 하는 것임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설령 그 후에 각자의 길을 가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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