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슈 파랑
기 드 모파상 지음, 송설아 옮김 / 허밍프레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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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슈 파랑』​​

기드모파상 (지음) | 송설아 (옮김) | 허밍프레스 (펴냄)​

[무슈 파랑] ... 가벼운 책 속의 글들은 결코 가볍지가 않았다. 모파상이 왜 단편소설의 귀재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이 소설들을 지금에서야 읽게 됐는지 하는 아쉬움도 저절로 생겼다.

얼마 전 세계문학담당 에디터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보다가 여름휴가 때 들고 가기 좋은 소설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담당 에디터들은 각각 헤밍웨이와 서머싯 몸을 뽑았다. 휴가지에서 가볍게 읽기 좋은 소설들을 각각 소개해 주어서 꽤 흥미가 있었다. 거기에 더해 난 모파상을 슬그머니 끼워 넣고 싶었다. 특히 이 책 [무슈 파랑]은 가볍게 읽기가 좋아서 슥 한 권 가방 안에 껴 넣어도 전혀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예전에 이동진 평론가의 에세이에서 잠깐의 시간 동안 독서 하기 좋은 환경이란 바로 책을 손에 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책을 가방에 넣고 다니는 것보다는 손에 들고 다니는 것이 짬독서를 하기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 낯선 사람과 괜히 어색하게 마주칠 때 그때가 책을 꺼내 읽기 좋다는 것...ㅎㅎ 나름 써먹기 좋을 팁인 듯싶다. 생각보다 많은 글들을 읽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지하철에서 읽었다.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검진하러 가는 길에 오다 가다 읽기가 좋았다. 그리고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는데(모두들 스마트폰), 왠지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생산적으로 느껴져서 시간을 더 아끼는 기분이었다고 할까...

무슈 파랑 속 소설들은 하나같이 생각해 볼 것이 많았다. 모파상을 읽으면 왠지 체홉이 생각난다. 비교점이 많은 작가인 듯하다. [사랑], [위송 부인의 장미 청년], [테오듈 사보의 고해성사], [무슈 파랑] ... 인간의 현실을 떠오르게 하는 소설이면서도 그 속에 위트와 서늘함이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단편 [위송 부인의 장미 청년]이 기억에 남는다. 그 시절 위송 부인은 장미 청년을 내세워서 정절, 순결 등의 표상으로 삼고자했다. 하지만 청년은 장미 청년이 되어서 상금과 예금통장을 손에 넣자 곧바로 다른 것으로 관심을 돌린다. 중독은 인간의 습성이다. 한 가지를 얻지 못하면 이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 마련이다. 장미 청년이 위송 부인의 바람대로 순결하고 순진했을 수나 있으나 그것은 그의 습성이 다른 곳에 쏠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타락할 수 있는 청년임에 틀림이 없었다. 돈만 주어진다면 말이다. 장미 청년은 단편임에도 액자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소설 형식상 이 소설은 중편으로 갈 수 있는 여지를 충분히 남겨주었다.(왠지 더 읽고싶고 궁금한 기분이 든다) 소설 속 화자인 라울은 지소르를 지나던 중 그곳에 살던 지인이 생각났다. 바로 알베르 마람보. 중학교 동창임에도 12년간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편지로 소식을 전하는 사이였다. 지소르에서 그가 의사로 일한다는 것을 알고 있던 중 그 마을에서 마람보를 만나기로 한다. 마람보에게 느껴지는 술독의 기운... 마람보는 지소르에 대해서 열심히 라울에게 설명한다. 길가의 주정뱅이들을 보고는 그 사람들을 위송 부인의 장미 청년이라고 칭하면서 말이다. 거기서부터 장미 청년 이시도르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설 속 마람보에게서 왠지 장미 청년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은 억지일까? 쉴 새 없이 지소르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입은 쉬지 않고 먹을 것을 탐하고 있다. 미식이야말로 삶의 절대치로 여기는 마람보에게서 라울이 느낀 것은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마람보도 또 다른 장미 청년이 아닐까 싶다. 중독된 대상은 다르지만... 우리 삶 속에서 우리가 중독된 것은 과연 무엇일까? 중독된지도 모른 채 지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또 다른 의미의 장미 청년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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