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치의 죽음 (러시아어 원전 번역본) - 죽음 관련 톨스토이 명단편 3편 모음집 현대지성 클래식 4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윤우섭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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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 윤우섭 (옮김) | 현대지성 (펴냄)

산 위로 올라간다고 상상했지만, 사실은 완벽하게 일정한 속도로 내리막길을 간 거였다.

80 페이지

4월에 읽기 좋은 책은 시작에 관한 테마가 아니라 내겐 왠지 죽음에 관한 테마가 맞는 듯하다. 왜냐하면 죽음과 태어남은 몹시도 닮아있고, 사람이 달라지려면 그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독단과 아집 등 모든 것이 한 번은 죽어야 하니까 말이다. 태어나기 좋은 계절이자 죽기 좋은 계절은 아마도 4월이리라...... .

4월이 시작하는 때 이 책을 만났다.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다. 예전에 한번 읽은 책인데도 다시 읽은 느낌은 여전히 좋다는 것이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의 과정은 몹시도 괴롭고 끔찍했지만 그의 죽음을 통해 현재의 삶을 돌아보기에 이처럼 명확한 고전은 없다.

소설은 이반 일리치의 죽음의 소식부터 시작한다. 모두들 그의 죽음을 듣고 아무렇지 않는 듯 반응한다. 안타까워하는 사람 하나 없는 죽음이란 얼마나 허무한가.... 이반 일리치의 죽음으로 사람들이 품는 생각은 모두들 자신의 자리이다. 그의 자리가 공석이 된다면 그 자리를 누가 차지하게 될 것인가? 카이사르의 죽음은 카이사르에게 해당할 뿐, 그들에게 해당사항은 아니고, 이반 일리치의 죽음 역시 그들에게는 아무런 해당 사항이 없다. 자신이 바로 그 당사자가 아님이 감사할 뿐이다.

이반은 성공을 위해 달려온 성공 중독자이다. 가정생활보다는 외적 생활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으며 연봉이 높아지고 보다 많은 보수를 받는 것을 인생 목표로 하고 그것이 스스로를 인정받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달려왔다. 하지만 모든 것이 정상을 차지했다고 생각하던 찰나 이반의 몸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생겼다. 의사들은 희망을 이야기하지만 날이 갈수록 수척해지고, 고통스러운 하루하루는 희망보다는 절망에, 삶보다는 죽음을 향한다는 것을 이반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아무도 솔직하게 그가 죽어간다고 믿지도 않았고, 말하지도 않았다. 그는 그가 재판장에서 그동안 해왔던 대로 의사들에게 마찬가지로 평가받는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것이 맞는 말이다.)

이반이 고통으로 신음할 때 그의 유일한 위로는 바로 하인 게라심이었다. 게라심만이 오직 그의 고통을 이해했다. 그의 오물을 치워주고, 밤새 고통스러워하는 그의 두 다리를 기꺼이 졸린 눈을 비비면서 들어 올려주었다. 반면 가족은 그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반의 부인 표도로브나는 그가 약을 잘 먹지 않는다면서 의사가 오자 핀잔만 주기 바쁘며 오직 표도로브나의 걱정은 이반이 만일 죽는다면 꼬박꼬박 들어오던 수입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이반은 생각한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자신의 삶이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열심히 올라왔다고 왔는데 사실상 내려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등등... 그의 내면의 목소리를 말한다. 고통에는 이유가 없다고 말이다. 이반이 마지막 삼일을 고통 속에 몸 부치면서 울부짖은 것은 도대체 무엇 때문이었을까? 외부로 짖는 울음이 아닌 내부에서 그 스스로 자신에게 내지른 한탄 내지는 절망의 목소리 같았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이외에도 이 책에는 톨스토이의 죽음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가 더 실려있다. 책에서 느낀 점은 톨스토이의 죽음에 대한 생각이 무척 객관적이라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청첩장보다 부고장이 더 많이 날아온다. 우리 모두 죽는다. 카이사르만이 죽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어떤 방향을 향해 가는가는 다름 아닌 스스로의 선택이다. 우리는 그 선택의 문제를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인생의 시간은 따지고 보면 사실상 그렇게 많지 않다. 허무한 것들을 위해 굳이 목숨을 걸 필요는 없는 것이다. 진짜의 삶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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