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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와 달빛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8
세르브 언털 지음, 김보국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3월
평점 :

『여행자와 달빛』
세르브 언털 (지음) | 김보국 (옮김) | 휴머니스트 (펴냄)
신비하고 이상한 것에 끌리는 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 이상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죽음이라면? 아마도 존재할 것이다. 그것도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죽음을 원하는 이들이 과연 현실이 괴로워서, 살기가 힘들어서 죽음을 선택할까? 가장 현실적이 이유이지만 과연 그 이유만이 있을까? 돈이 아무리 많아도 현실이 괴로운 사람들, 달리 허무를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은 지속되는 죽음에의 유혹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 죽음 후가 비록 공허, 아무것도 없는 암흑의 세계라도 그들에게는 오직 그 이유라도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강력한 촉매제로 자리매김한다. 죽음 이후가 공허라는 바로 그 자체가 또 다른 매력이라는 것...
[여행자와 달빛]에서 주인공 미하이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하고 잘난 인물이다. 그의 아버지는 사업가로서 나름 성공한 인물이고, 미하이 역시 아버지의 사업을 도우면서 이사로 바쁜 일정을 보내는, 언뜻 보기에는 금수저를 가지고 태어난 인물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에게는 구멍이 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뚫려버렸는지도 모를 영혼의 구멍이 말이다. 그 구멍은 학생 시절 울피우시 남매와 만나게 되면서부터 점점 더 커지고 후에 그의 친구였던 울피우시 터마시가 할슈타트에서 음독자살을 한 일이 있고 난 후부터는 더더욱 커진다.
결국 신혼여행에서 사고?를 치는 미하이... 부유한 사업가의 남편 졸탄과의 이혼 후 젊은 미하이와 새 출발을 한 에 르지... 그녀는 미하이와 결혼 후 이탈리아 베네치아로 신혼여행을 온다. (미하이는 아마도 신혼여행이 아니라면 절대 오지 않았을 곳이라고 하지만) 미하이는 신혼여행지에서 열차를 바꿔타는 것으로 (실수인지, 일부러 실수를 지향한 것인지 모를) 일탈을 저지르게 된다. 그리고 내친김에 홀로 이탈리아 옴브리아와 토스카나 지역을 여행하기로 한다.
미하이는 이제 사제가 된 친구 에르빈을 찾아서 자신의 삶에 대한 고민들을 털어놓는다. 그 자신은 지금껏 가짜의 삶을 살았으며 결혼도 어리석은 선택이었고 미래도 없다면서 말이다. 거기에 대해 친구 에르빈의 조언은 그저 그 방황의 시간을 온전히 스스로 받아들이라는 것이었다. 에르빈의 조언대로 로마로 향하는 미하이...그는 그곳에서 그 시절 터마시의 죽음을 함께 했던 울피우시 에버를 만나게 된다. 과연 미하이는 자신의 욕망을 에버를 통해 실현할 수 있을까? 터마시와 같은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지...
소설 속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죽음의 욕망을 성적인 쾌락과 같이 비교한 것이다. 죽어가는 것이 쾌락적이며, 죽음, 바로 그 자체가 에로틱이라는 것... 그래서 누군가는 죽음을 쾌락처럼 갈망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누군가는 그런 쾌락을 따라서 죽음을 택했겠지만 과연 미하이가 원한 것이 그것이었을까? 그 점에서는 의문이 든다. 그는 단지 추구? 했을 뿐이다. 자신이 허망과 허무를 대체할 무언가를 말이다. 누구에게나 그런 시기가 올 것이다. 모든 것이 허무해지는 순간... 하지만 살아야지만 뭔가가 시작되는 법이다. 소설 결말 부분에 언급된 것처럼 살아야지만 뭔가가 일어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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