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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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

유키 하루오 (지음) |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 (펴냄)

죽는다고 아무도 슬퍼하지 않을 사람이 죽어야 한다.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어쩌면 나 자신도 수긍해서 닻감개를 돌렸을지도 모른다.

231 페이지

소설 방주는 유키 하루오의 센세이션 한 작품이다. 숨은 범인 찾기에 대한 퍼즐도 흥미롭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과연 죽을 만한 자가 누구인가이다. 주인공인 화자 슈이치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미스터리 소설은 흡인력도 대단함과 동시에 묵직한 주제를 독자의 가슴에 던져놓는다.

여섯 명의 등산 동아리 멤버들은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슈이치는 그 자리에 사촌인 쇼타로를 대동하고 참석한다. (물론 개인적인 이유에서) 그 후 그들은 유아의 제안으로 지하 건축물을 찾아가기로 하는데... 하지만 금방 갔다가 돌아올 줄만 알았던 그곳이 지진으로 인해 폐쇄되면서 필히 누구의 희생이 필요한 상황이 된다. 닻감개를 올린 후 작은방에 고립되어 죽음을 기다릴 단 한 명이 필요하다. 과연 희생자는 누구인가? 그리고 예기치 못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된다. 마땅히 희생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때마침 살인사건이 일어나는데...... . 과연 누가 살인을 저질렀는가? 그리고 닻감개를 올릴 희생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방주에 비견되는 지하 건축물은 이제 서서히 물이 차오른다. 과연 물이 차오르는 일주일 남짓 한 시간 안에 닻감개를 올릴 희생자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그 자리에 적합한 사건의 살인자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인가? 가장 중요한 점은 이것이다. 과연 그 희생자가 자신의 희생을 무릅쓰고서라도 모두를 살릴 수 있을 것인가?

가해자가 희생자가 되고, 그 희생자가 구원자가 된다. 이상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가 없다. 만일 우리가 그 상황에 처해있더라면 누구를 지목할 것인가? 굳이 살인자를 찾지 않더라도 만일 어느 하나가 피치 못해서 희생되어야 한다면 모두들 누구의 손을 바라볼 것인가? 극 중 나오는 대사 중 죽는다고 아무도 슬퍼하지 않을 사람이 죽는 것... 가족이 없는 사람이 희생해야 한다는 것... 등등은 너무 비극적이다.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것조차 슬픈 일이고, 가족 또한 없다면 더욱더 가여운 일이다. 하지만 인간의 사회는 필히 그 사람들의 희생을 강요한다.

얼마 전 홀로 사는 독거노인의 분신자살이 있었다. 의지했던 사람이 죽은 후에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지원금도 못 타고 결국 스스로의 몸에 불을 질러야 했던 노인의 자살... 혼자였다면 아마 슬퍼할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그 외에도 고립된 많은 이들이 비명을 지르지만 사회는 결국은 그들의 희생을 강요한다. 그 희생을 발판 삼아 성장한다. 계속된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면서, 하루하루 그 가치가 떨어지는 폐지 등을 주우면서 말이다. 대한민국은 현재 노인 빈곤율이 1위에 육박하는 나라이다. 그 노인들의 죽음을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자의 희생이라 할 수 있을까?

소설 방주를 읽으면서 느낀 또 다른 하나는 증오심이다. 그토록 증오할 누군가가 있다는 것... 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가? 증오는 바로 자기가해이다. 남을 증오해 봤자 그 남에게 미치는 영향보다 자신에게 오는 영향력이 훨씬 더 큰 법이므로... 증오와 자기가해는 사실 한 끗 차이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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