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현대지성 클래식 48
알베르 카뮈 지음, 유기환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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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알베르 카뮈 (지음) | 유기한 (옮김) | 현대 지성 (펴냄)

카뮈의 이방인은 이미 불멸의 고전으로 일컬어지지만 왜 그것이 최고의 부조리 소설인지는 몇 번이라도 되짚고 생각해 봐야 할 주제의식일 것이다. 그러기에 소설 이방인은 많은 곳에서 회자되고 읽히는 것이리라... 이번 현대 지성에서 펴낸 이방인은 상당히 감각적인 일러스트가 들어가 있다. 그래서인지 더 부조리가 부조리스럽고, 한편의 극 영화가 펼쳐지듯이 소설 속 내용이 어느 부분에서는 빠르게 또 다른 부분에서는 상당히 느리게 진행되는 듯 느껴졌다.

주인공 뫼르소의 심리 변화를 독자는 따라간다.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이어진 장례식... 그는 어머니의 나이도 제대로 알 지 못하고, 지독한 더위에 모든 것을 빨리 끝내고 싶기만 하다. 하지만 이는 다른 사람들 눈에는 배은망덕을 넘어서는 불효로 보이고 있었다. 아마도 그가 이런 모순을 알았더라면, 최소한 자신이 이런 일로 인해 불편한 일을 겪게 된다는 것을 인지했더라면 거짓 눈물이라도 보였으리라... 하지만 그는 언제나 그래왔듯이 본능에 충실했고, 그저 하루하루 먹고사는 일에만 열중했다.

필연적이자 혹은 우연적으로 방아쇠를 당기게 된 뫼르소... 그는 모르는 이를 위해서, 또 모르는 자에게 총을 쏘았다. 그저 이유는 없었다. 그 상황을 벗어나고자 했을 뿐이다. 그는 말한다. 태양이 그 순간 자신을 내리쬐는 그 빛이 방아쇠를 당기게 했다고 말이다. 하지만 곧 법정은 증인들을 불러 의견을 듣는다. 그 속에서 쏟아지는 억측과 우연들... 장례식에서 슬퍼하지 않았던 뫼르소는 곧이어 사형 받아 마땅한,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마땅한 이로 취급된다. 오로지 한 가지 사건으로 인해 파생된 결과로 재판을 받는 것이 아니라 뫼르소의 과거 일까지, 그의 표정 하나하나까지 재판 과정에서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 그 결과는 바로 사형... 아... 이건 정말 부조리하다. 그 말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 살인을 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 결과의 심판에서 뫼르소의 다른 문제가 불거져 나오고 그것이 재판 과정에 영향을 주는 것은 그의 입장에서는 정말로 어이없는 일인 것이다.

뫼르소에게 삶은 그저 꾸역 꾸역 집어삼켜야 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가 사형을 선고받는 순간 그에게 삶의 의미는 달라진다. 삶은 살고 싶은, 그저 살아남고 싶은 욕망의 대상이다. 그것밖에는 없다. 살아남아야 뭐든 앞일을 도모하는 법이고, 희망이 생기게 마련이다.

세상에 뫼르소 같은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저 살아가다가 진탕에 한번 빠졌을 뿐인데 그대로 가라앉고 마는 삶... 얼마 전에 알지 못하던 이들의 자살 소식을 연속으로 두 번이나 들었다. 내가 알지 못했던 이들 중 한 명은 어머니 쪽으로 다리를 건너 건너서 아는 지인이었고, 또 다른 한 명은 신랑 쪽으로 다리를 건너 건너서 아는 지인이었다. 한 명은 다리에서 뛰어내렸고, 또 다른 한 명은 약을 먹었다. 그저 길을 가다가 돌멩이를 못 피하고 넘어졌을 뿐인 것을 모두들 꼬꾸라졌다. 그 이유는 모르겠다. 그들은 뫼르소처럼 사회적으로 사형 선고를 받은 이들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사형선고를 내렸지만 아마도 큰 의미는 같으리라... 한 번은 넘어야 할 구덩이를 못 넘은 것이다. 누구에게나 그 한 번은 존재하지만 그 한 번이 뫼르소처럼 끝인 사람도 있는 법이다. 산다는 것이 이처럼 부조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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