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치, 파란만장
장다혜 지음 / 북레시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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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치, 파란만장

장다혜 장편소설 | 북 레시피

대한민국을 한바탕 흥에 휩쓸고 간 다이내믹 그룹이 있다. 지금도 물론 왕성히 활동 중이지만 초기에 나왔을 때는 정말 이게 뭔 일인가 싶을 정도로 눈이 확 떠졌다. 개성 넘치는 판소리풍의 노래와 코믹하면서도 역동적인 춤으로 한바탕 모든 사람들을 들썩이게 했던 그룹... 바로 이날치와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이다. 그들이 만나서 한 춤과 노래인 수궁가는 아마 가장 흥이 나는 판소리 번안 곡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아마도 이는 우리나라만의 흥과 멋을 가장 개성 넘치게 살린 것이 아닐까. 트롯이 우리나라 대중가요를 우리 식으로 되살렸다면 이날치는 우리나라의 민요와 판소리를 다시 현대식으로 되살린 것이다.

이런 이날치가 정말 살아있는 인물이었다고? 그냥 이름 한번 개성 넘치게 지었다고 생각했건만, 조선시대 후기 이름난 줄꾼의 성함이었다니... 소설 [이날치,파란만장]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던 알지도 못했던 그때 그 시절로 독자를 이끌고 간다. 흡사 시간 여행이라도 떠나는 것처럼 소설은 무척 흡입력이 있었고, 팔도 방언의 맛을 잘 살린 대사에서부터 애틋한 애정 신과 판소리의 흥겨움 등등이 모두 녹아있었다.

복수만이 목표인 사람은 그 얼마나 외롭고 괴로운 사람인가? 여기 계동이 그러하다. 어릴 적 아버지를 잃게 된 계동은 화정패에 들어가서 이름을 경숙으로 바꾸고 그만의 힘든 싸움을 시작한다. 하지만 줄꾼 묵호의 도움을 받아서 이내 최고가는 줄꾼 이날치로서 명성을 날리게 된다. 하지만 그의 목표는 줄꾼으로서의 위상이 아니다. 바로 소리꾼이 되는 것이다. 소리꾼이 되어서 널리 이름을 알려 임금을 알현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복수를 완성하려는 것... 과연 이날치는 줄꾼으로 태어나서 소리꾼으로 정점을 찍을 수 있을 것인가? 독자는 그저 이날치를 안쓰럽게 바라보면서 그를 응원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한 명의 외로운 아이가 있다. 바로 백연... 어머니인 참봉 댁은 종으로 백연을 잉태하고 낳았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도 가난한 노비의 삶의 대물림... 그녀는 초상집에서 대신 곡을 해주는 곡비로 어린 백연을 먹여 살렸다. 이도 잠시 요절하게 된 어미로 인해 백연은 당골네에서 굿판 보조 역할을 하게 된다. 참으로 기구한 팔자이다. 아, 그녀에게도 다시 봄이 올까? 그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때 백연의 마음을 두드리가 이가 있는데...... . 과연 백연의 마음과 그의 마음이 온전히 하나가 될 수 있을까? 현실의 벽은 너무도 높고도 높다.

재주도 많고 실력도 있으나 고독한 삶을 사는 이가 있다. 바로 상록이다. 그에게 따라는 호칭은 조선 최고의 신검... 검을 기가 막히게 잘 쓴다 하여 붙인 별명이다. 그는 어느 날 영의정 딸인 화영을 보고 첫눈에 반해 몰래 교제하게 된다. 하지만 화영의 동무인 자헌 공주로 인해 밀회는 깨치고 화영은 자헌 공주의 오라비인 율언군과 국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내 자헌 공주는 상록을 차지하게 된다. 상록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가는 걸까?

연정이 서로에게 녹아들어 가기도 전에 모든 것이 뒤죽박죽되는 느낌이 든다. 아마 이런 틈 들 속에서 회한이 자라게 되는 것이리라.... 소설 제목처럼 인물들의 삶은 파란만장하다. 그리고 그들은 그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되고, 그 선택들은 그들을 보다 더 성장하게 만든다. 외롭고도 슬픈 삶이다. 살아가는 것은 이처럼 줄타는 것과 같다. 줄을 탈 때는 온전히 혼자이다. 끝까지 가보지 않는 이상 그 줄 끝을 누가 잡고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줄꾼으로 살면서 소리꾼의 삶을 그리워하는 이날치처럼 사실 우리도 그러하지 않은가? 소설 [이날치, 파란만장]은 그런 매듭 되지 못한 인생의 이야기들이다. 그 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다시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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