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자들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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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자들

존 그리샴 장편소설 |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세상에 아무리 억울하다고 하지만 살인죄의 누명을 쓰고 감옥에 있으면서 언제 닥칠 사형 집행 소식에 살얼음으로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만큼 더 억울한 사람이 있을까? 아마 없을 것 같다. 자기가 짓지도 않은 죄를 모두가 지었다고 손가락질하고, 심지어 주변의 가족과 친지조차 그의 무죄를 믿어주지 않는다면... 아니, 믿어주더라도 아무런 힘이 없어서 그 어떤 도움도 주질 못한다면 어떠할까? 그럴 때 할 일은 하나, 신에게 기도하던지, 아니면 수호자들 같은 집단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변호사이자 신부인 포스트는 수호자 재단에서 일하고 있다. 일명 죄 없이 복역하는 무고한 장기수들을 변호하는 일을 한다. 최종 목적은 무죄 사면이다. 그리고 그들이 죄 없이 감옥에서 보낸 시간과 맞바꾼 돈으로 여생을 후회 없이 보내도록 돕는 것... 하지만 수호자 재단의 수임료는 턱없이 적다. 그들은 돈을 보고 그 일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절박하게 무죄를 원하는 죄 없는 이들을 위해 수호자 재단은 철저히 사람들을 검증하고 자신들의 변호를 받을 죄수들을 신중하게 골라낸다. 그들 중에 정말 죄있는 자들도 있으므로, 아니 많기에 말이다.

이 소설이 무려 실화를 바탕에 두고 씌었다니 놀랍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그런 판결이 몇 건 있었다. 대중을 경악게 한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진범, 그리고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의 진범... 재판으로 범인으로 몰렸던 그들은 무고한 옥살이로 인해 일생을 감옥에서 보냈다. 감옥에 들어가기 전에는 창창한 청년이었던 그들이 출소된 후에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되어있었다. 잘못된 사법체계가 불러온 참사... 재판이 신중해야 할 이유이다. 그 결과는 한 생명의 종말, 한 우주의 추락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잃어버린 삶은 절대 돈으로 보상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소설 [수호자들]에 나온 재단은 지금 활동 중인 센추리온 재단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여기 책의 캐릭터 역시 텍사스에서 복역한 조 브라이언이라는 실제 재소자의 이야기가 모티브가 된 셈이다. 살인이 일어난 당일 그는 살인사건 현장과 떨어진 곳에 있었건만 그를 범죄와 연결시키는 것은 너무도 간단했다. 그의 자동차에서 발견된 플래시... 플래시의 렌즈에서 발견된 작은 얼룩은 혈흔으로 둔갑했고, 일명 전문가란 사람들은 그 혈흔은 희생자의 피로 배심원들 앞에서 증언했다. 범죄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은 플래시는 전문가들의 말 한마디로 인해 그곳에 존재한 사건 현장의 물증이 되고 만 것이다.

소설 [수호자들]의 재판 과정에서 재판관은 플래시에서 퀸시 밀러를 살인과 엮을 증거가 없다고 보았다. 그 플래시는 살인 현장에 없었고, 일부러 피고의 자동차 트렁크에 넣어둔 것 같다는 것이 변호사들에 의해 증명이 된 것이다. 플래시만이 그의 유죄를 증거할 물증인 동시에 무죄를 입증할 물증이었다.

재판장에서 울려 퍼지는 판사의 목소리... 오심에 대해서 누가 책임을 지게 될 것인가? 판사는 말한다. 퀸시 밀러 당신이 법률 체계에 의해 끔찍한 학대를 당했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 체계의 일부인 그 역시 사과한다고 말이다. 소설 말미에 나온 이 풍경이 화성 연쇄 살인사건 재판장에서 재판관이 한 말과 사뭇 비슷해서 마음을 울렸다. 재판장에서 모두들 머리를 숙여서 피해자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그 당시의 오심에 대해 책임을 질 사람들은 정작 그곳에 없었다. 그 당시에는 오심으로 인해 누구는 특진을 했고, 누구는 훈장을 받았겠지만 말이다. 참, 쓴 현실이다. 그럼에도 진실은 늦게라도 밝혀져야 한다. 계속 쓴 물이 나온다 할지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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