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아 - 잠시 길을 읽어도 목적지를 잃지 마라! 대가 고전·인문 시리즈 (LINN 인문고전 시리즈) 8
호메로스 지음, 김성진 편역 / 린(LINN)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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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아

호메로스 지음 | 김성진 편역 | 도서출판 린

방대한 서사시의 시작이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 [일리아드]가 트로이 전쟁에 대한 묘사이고 모든 인물들에 대한 총체적인 평이 이루어진 서사 시라면, [오디세이아]는 오디세우스라는 한 인물이 트로이 전쟁 후 집으로 돌아가기까지의 고난과 역경의 여정이 실린 서사 시라고 할 수 있다. [일리아드]가 방대한 인물들을 다뤘다면 [오디세이아]는 한 인물에 대해 집중한다. 하지만 그 스케일은 역시 만만치 않다. 오디세우스가 고향이 이타카로 돌아가기까지의 복잡한 여정, 포세이돈을 비롯한 신들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그가 가야만 하는 방향을 잃지 않고 기어코 돌아간 것 등을 보면 왜 오디세우스를 아테네가 가장 좋아한 인간이었는지 알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오디세이아]를 어떤 사람은 성장소설로 읽고, 어떤 사람은 모험 소설로도 읽는다. 방대한 모든 지식이 실려있고 그 여정과 과정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새로 파생되었고, 지금도 갖가지 소설 등에서 많이 차용되는 개요이다. 아마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가 그 시작의 관물을 열었으리라...

개인적으로 가장 이해가 안 되는 인물은 내게는 텔레마코스였다. 왜 그는 아버지에 대한 존재에 대해 기억도 없으면서(너무 어릴 적 떠났으므로) 그에게서 처음부터 독립하지 못했을까? 주변에서 너무도 영웅적인 아버지라고 칭송했고, 어머니인 페넬로페 역시 아버지를 못 잊어서인가.... 아버지 없는 고향인 이타케에서 모진 구혼자들의 방해와 훼방을 견디면서 살아야 할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아버지가 언제고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해서인가? 그 기대는 텔레마코스의 기대였던가? 아니면 페넬로페의 기대였던가?

결국 텔레마코스는 어머니 페넬로페만을 남겨두고 떠나기로 한다. 아테네의 조언이 그의 마음에 와닿아서일까? 아버지의 생사를 정확히 확인한 후 어머니를 새로운 남편에게 보내도 된다는.... 내 생각엔 이 시점이 너무 늦은 듯하다. 좀 더 빨리 텔레마코스는 떠나야 했다. 그는 과연 아버지의 후광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이것도 내겐 의문이 든다.

텔레마코스는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를 통해 오디세우스를 만나고 그를 아버지라고 알게 되지만 이내 아버지를 따라서 한 일은 구혼자들을 죽이고, 또 그 구혼자들과 합을 맞춘 불경한 하인들과 하녀들을 죽이는 일이었다. 이십몇 년 만에 겨우 상봉한 부자가 처음으로 단합해서 한 일이 바로 살인이었다니... 이 또한 놀랍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두고 많은 이들은 인간 의지에 대한 찬사라고 한다. 오디세우스가 그 모든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끝내 고향으로 돌아오기로 한 이상 그는 돌아갔다고 말이다. 그 고향에 그를 기다리는 것은 불충한 하인들과 그의 아내를 탐내는 구혼자들 뿐이었지만... 정말 그를 이타케로 이끈 것이 과연 페넬로페에 대한 그의 사랑이었을까? 그저 고향에 대한 향수였을까? 아니면 정을 가지기도 전에 채 떠나야 했던 아들에 대한 그리움이었을까? 내 생각엔 이 모두가 왜 오디세우스의 똥고집처럼 느껴지는 걸까? 가야 하니까 그는 갔을 뿐이다. 달리 어떤 선택을 할지 그는 몰랐다. 인생에 있어서 더 좋은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오디세우스는 몰랐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수절을 지킨 페넬로페... (사실 그녀에 대해서도 의문이 많다.) 그녀는 어쩌면 예언자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녀는 오디세우스가 어떤 성품을 가진 것을 알고, 그가 돌아올 것도 알고 있었다. 그녀가 설마 다른 이에게 마음을 줬더라면 아마 그녀 역시 무사하지 못했을 것도 같다.

다른 책의 제목으로도 유명하지만 오디세이아를 읽은 후 떠오르는 구절이 있다. 어떤 배움은 떠나야지만 가능하다는 것... 말이다. 개인적으로 텔레마코스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그가 걷는 길을 나름 내식대로 상상하며 [오디세이아]를 떠나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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