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경기문화재단 선정작 | 송지현 소설 | 교유서가
오랜만에 한국소설을 몰입해서 읽은 듯하다. 저자 송지현의 소설에서 읽힌 나의 어린 시절... 그 시절도 그랬다. 나도 유년기에는 외가댁에서 보낸 기억이 많아서 절절 끓던 아랫목의 기운, 광에 항상 존재했던 할머니표 먹거리, 그리고 두터운 담요를 꺼내놓고 할머니와 민화투를 쳤던 기억도 있다. 왜 이렇게 돈을 잃어버리는 것이 서러웠던지 모른다. 기껏해야 십 원짜리인 것을.... 그리고 언제나 나는 타짜인 할머니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김장을 도우러 스크린 골프장 운영으로 바쁜 엄마 대신 할머니 댁으로 가는 두 자매... 오래된 골방에서 만화책도 찾아내서 읽고, 할머니랑 묵은지로 만두도 빚는다. 기어코? 나는 그곳에서 만두를 먹는다. 나와 함께 사는 P는 유독 만두를 사 먹는 다는 것에 대해 돈을 아까워하고 있었으니... 그날 먹고 싶었지만 나는 P를 위해 참고, 대신 P가 좋아하는 보쌈을 시켰다. (아마 나라면 먹고 싶은 것은 기어코 먹었을 것 같은데... 사람마다 아끼는 것이 다 다른 법이다.)
김장을 마치고도 나는 며칠 더 그곳에 머문다. 그리고 어느 날 맥주가 먹고 싶다. 이날 나는 맥주를 사러 집을 나선다....
단순한 플롯임에도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극 중 엄마가 골프장을 운영하면서 주차 문제로 주인네와 사이가 안 좋아지는데, 그 집 아이가 너무 이뻐서 먹을 것을 챙겨주면서 다시 화해하게 된 이야기에서 극 중 화자는 매 순간 사라지는 존재에 대해 말한다. 매 순간 사라지는 존재는 언제나 그리운 존재이다. 항상 옆에 있지만 그 실체는 언제나 변한다.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와는 다른 것이다.
마지막으로 화자가 스스로가 먹고 싶은 것을 위해 집을 나서는 것은 변화를 의미한다. 항상 P에게 맞춰주기만 했던 나는 이제야 그 길에 어두운 무엇이 나오더라도 대면할 용기가 있는 것이리라... 그 길 끝에 스스로 원하는 것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자신이 원하는 길을 스스로 나아간다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것이리라... 바로 내 걸음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