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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
안네 프랑크 지음, 데이비드 폴론스키 그림, 박미경 옮김, 아리 폴먼 각색 / 흐름출판 / 2023년 1월
평점 :
안네의 일기
안네 프랑크 지음 | 아리 폴만 각색 | 데이비드 폴론스키 그림 | 박미경 옮김 | 흐름출판
인류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라고 한다면 아마 제1, 2차에 걸친 세계대전이라고 할 것이다. 그로 인해 독재자 무솔리니, 히틀러 등의 미친 자들의 등장으로 인류는 거대한 분수령을 맞게 된다. 한 인종을 몰살시키려는 히틀러의 정책은 너무나 야만적이다. 하지만 거기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 과연 히틀러 개인 한 사람만의 생각이었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그가 주동자였지만 그 역사적 책임은 거기에 가담한 모두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른 척한다거나 외면한다거나 하는 것 등도 동조와 방조였으니 말이다.
[안네의 일기]는 홀로코스트를 다룬 여러 책들에 비해 읽기가 훨씬 수월한 책이다. 안네라는 인물 역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춘기 소녀라는 것, 유대인이기 이전에 평범한 인간이었다는 것, 그 당시 독일이 그저 평범한 이웃들에게 한 짓이 바로 이런 비극적인 일이었다는 것 등을 알게 해준다. [안네의 일기]에서 안네가 수용소에서 겪은 생활은 안 나온다. 안네의 일기는 안네의 가족이 신고를 당해 네덜란드에서 추방되는 그때까지 씌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수용소의 비극은 여러 다른 책들에서 읽히는 바, 소녀의 몸으로 그 비극적 순간을 어떻게 감당했을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눈이 커다란 소녀 안네가 아마 살아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위대한 작가가 되어있었을까? 아니면 다른 톡톡 튀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을까? 그도 아니면 유대인들에게 저질러진 역사적인 만행을 고발하는 시사 저널리스트가 되었을까? 그녀는 비록 수용소에서 명을 달리했지만 책을 읽다보면 안네가 어디선가 살아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조잘 조잘 자신의 연애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해 줄 것만 같고, 엄마와 겪은 불화와 그럼에도 느끼는 가족에 대한 사랑 등을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더불어 이 책에서 느끼는 것은 기록의 중요함이다. 안네에게 키티라는 일기장이 없었다면 우리는 유대인 소녀의 비극을 아마 몰랐을 것이다. 그저 희생자 중 한 명으로 기억했을 터이다. 하지만 안네는 일기를 썼다. 그리고 그 일기는 다행히도 소실되지 않고 출판되었고 지금까지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전쟁의 비극은 두 번 다시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아마 그것이 [안네의 일기]가 세상 밖으로 온 이유일 것이다.
[안네의 일기]를 통해 그녀와 관련된 많은 사람들은 죽었으나 죽지 않았다. 믿음직한 그녀의 언니 마르고에서 부터 안네의 사랑이었던 아버지, 또 애증의 관계였던 엄마 에디트, 거기다가 판 단 씨네 가족들까지 말이다. 그 누구보다 안네에게 미묘한 감정을 일으켰던 페터 판 단 역시.... 모두들 살아있다. 안네와 판 단 씨네 가족을 도왔던 조력자들인 요하네스, 빅토르, 베프, 미프, 얀 히스, 요한 포스콰일까지 말이다. 죽어서도 죽지 않는 사람들... 아마 그들이 있기에 우리는 전쟁의 무서움을 깨닫고 평화를 더더욱 염원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