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열린책들 세계문학 6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지음, 오종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안똔 체호프 | 오종우 옮김 | 열린 책들

개인적으로 부끄러운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소위 러시아 문학 전공자인데도 불구하고 러시아 문학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학시절에는 왜 이렇게 공부가 하기 싫었는지.... 매일매일이 놀 궁리의 연속이었다. 일학년 때는 동아리를 몇 개나 들었는지 모른다.ㅎㅎ 제대로 활동도 못하면서 매일 수업이 끝나면 동아리방들을 옮겨 다니면서 나름 주류학에 몰두했었다. 잔디밭에서 몰두하기도 하고, 과방에서 몰두하기도 하고... 급기야는 소주 병을 나발로 불면서 길을 걷기도 했으니... 아마 소싯적에 나를 본 사람은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이 아니라 소주 병을 불고 다니는 여인이라 기억하기도 했을 터이다.

나름 탈출구를 찾기 위해서 대학 2학년 때에는 러시아 뻬쩨르부르크로 소위 어학연수라는 것을 떠났다. 남들 다하는 것이라고 하니까 나도 한번 해보자는 것이었을까... 그때는 붐처럼 어학연수라는 것이 유행했으니, 당시 나도 유행을 첨단을 걸으려? 나름 노오력을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없는 집안 형편에 생 배짱으로 우겼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그냥 비행기 표 만 구해다오.. 나머지는 알아서 하겠다고...) 한번 직접 부딪혀보고 이 길이 아니라면 과감히 접겠다는 결심으로 공부만을 목적으로 떠난 길이지만.... 역시나... 일 년짜리 생고생 여행이 되고 말았다.

그 생고생 여행에서 나름 수확이 있다면 그래도 열심히 발품을 팔아서 이 나라 저 나라 여행한 일, 밥값보다 더 싼 공연을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 보러 다닌 일이다. 그중 가장 인상 깊은 공연이 바로 체홉의 연극이었다.

러시아에서 체홉의 위상이란 대단했다. 그는 러시아의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듯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극장에는 체홉의 작품들이 걸려있었고, 나는 소위 귀를 트인다는 명목으로 (사실 트이지도 않았지만) 못 알아듣는 외국어를 알아듣는 척하면서 열심히 보러 다녔다.

책 [개를 데리고 다는 부인]에 대한 리뷰를 쓰면서 왜 이렇게 개인적인 이야기가 길어졌을까? ㅎㅎ 이것도 체홉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체홉의 글들은 모두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이다. 단편들 모두가 그러하다. 러시아 문학의 시작... 도스토옙스끼나 톨스토이 보다는 그 첫 시작을 체홉으로 한다면 아마도 모두들 이야기 하나쯤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자신의 이야기를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