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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 동물들의 10가지 의례로 배우는 관계와 공존
케이틀린 오코넬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1월
평점 :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케이틀린 오코넬 지음 | 이선주 옮김 | 현대 지성
개인적으로 작년 겨울의 마지막 끝 무렵 했던 경험을 잊을 수가 없다. 온 사방이 까치 떼였다. 까치들은 연신 소리를 내지르며 자신들의 동료들을 모으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숨어있던 까치들이 날아들었다. 어디서 저들이 날아들었는지 모를 만큼 많은 수였다. 그들이 모인 곳은 아파트의 외곽에 위치한 솔밭이었다. 나무 가지들 사이사이로 까치들이 내려앉았다. 나는 지나가다가 그들을 보고는 반상회를 하나보다... 까치들도 모여서 회의를 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들의 세계가 몹시도 궁금했지만 나는 너무 동물의 세계에 무지했다. 그러다가 다시 그 길을 지나가는 계기가 있었다. 아마 까치 떼들이 한번 휩쓸고 간 반나절 후였을까?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광경은 배를 위로하고 죽은 어린 까치였다. 그때 알게 되었다. 까치들도 동료가 죽었을 때 자기 나름의 방법으로 애도 한다는 것을 말이다. 까치들의 세계 역시 인간의 세계와 다르지 않았다.
텔레비전을 볼 때 가끔 이런 뉴스가 눈에 띈다. 새끼 고래가 죽은 줄 모르고 계속 등에 업고 다녔다는 어미 고래이야기... 정말 죽은 것을 몰랐을까? 아마 알았을 거다. 단지 그것을 인정하기 싫을 뿐이다. 새끼 고래 냄새가 나는 이상 엄마 고래는 새끼 고래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행여 그것을 어디에 두고 간 단 말인가? 그냥 놔두었다면 필경 다른 생물들의 먹잇감이 됐을 것이다. 아마 어미 고래는 나름 자신의 방식으로 애도를 하고 있던 중이었으라... 그 애도 기간이 남들보다 좀 더 길었을 뿐이다. 아무래도 자기 자식이니까... 스스로의 전부였을 테니까 말이다.
이 책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는 일명 코끼리 전문가의 책이다. 저자 케이틀린 오코넬은 무려 30년 이상 코끼리를 연구한 학자이다. 고릴라의 세계를 연구한 제인 구달 박사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오코넬의 글 속에는 코끼리들에 대한 애정이 넘쳐난다. 그녀는 2014년에 테드에서 코끼리 가족을 다루는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다는데 꼭 찾아봐야겠다.
코끼리는 모계사회이다. 어미 혹은 현명한 연장자인 일명 할머니가 그룹의 리더 격이다. 새끼들이 태어나면 모두들 스스로의 새끼인 양 보살핀다. 집단 양육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이 책에는 총 열 가지 의례가 나열되어 있다. 동물들에게 의례가 있다니... 참 신기하면서도 감탄할 일이다. 인간만이 지성적인 존재는 아니었다. 그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예의를 지키면서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인사 의례, 집단 의례, 구애 의례, 선물 의례, 소리 의례, 무언 의례, 놀이 의례, 애도 의례, 회복 의례, 여행 의례까지... 인간 사회와 다름없는 시스템이다. 늙고 힘없는 코끼리를 위해서 젊은 코끼리가 음식을 잘게 씹어 주는 이야기는 코끼리와 인간이 뭐가 다른가... 싶기도 하다. 오히려 xx 한 인간들보다 몇백 배나 더 낫다.
이제 그들에게 의례를 다시 배운다. 그리고 우리는 안다. 한없이 겸손해져야 함을 말이다. 적어도 동물들은 자신들의 땅에 인간처럼 해를 가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스스로의 터전을 못 살 곳으로 만드는 생명체는 유일하게 인간들이니 슬픈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