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의 세 딸
엘리프 샤팍 지음, 오은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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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의 세 딸

엘리프 사팍 지음 | 오은경 옮김 | 소담 출판사

내가 아는 친구는 교회를 열심히 다닌다. 매주 일요일마다 예배를 드리고, 꼬박꼬박 십일조로 헌금을 하고, 사람들과 교제도 중요하게 생각해서 일주일에 한번 돌아가면서 각자의 집에서 예배도 드린다. 그에 비해 나는 그러하질 못한다. 몇 해 전에 개신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을 했다. 개종을 한 계기는 기존 교회를 비판하면서 더 이상 그 믿음에 같이 합류하는 것은 스스로 죄를 짓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왠지 스스로를 잉태한 부모에게 왜 나를 낳았느냐고 반항하는 것 같은 느낌... 하지만 그렇게 개종한 가톨릭에서도 난 내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를 핑계로 안 가기 시작하니 점점 가야 할 이유를 잃어버렸고, 현재까지 냉담자로 살아오고 있다. 믿는 이유는 과연 무엇이고, 내 믿음의 증거는 무엇인지... 이제는 그런 모든 것마저 희미해지기 시작한다.

여기 세 명의 여성들은 저마다 각기 다르다. 한 명은 독실한 이슬람교도로 신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녀의 이름은 바로 모나이다. 또 다른 한 명은 무신론자인 쉬린, 다른 한 명은 끊임없이 회의적인 질문을 쏟아내는 방황하는 영혼으로 일컬어지는 페리이다. 아마 이 세 명 중 나를 닮은 자는 페리이리라...... .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신의 존재에 대해, 나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탐구했지만 결론은 항상 답은 없다는 것... 페리처럼 난 지금도 신을 찾아서 방황하고 있다.

페리는 독실한 이슬람교도인 어머니와 회의론자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유년기는 그야말로 혼란스러웠다. 매일 부모의 싸움을 목도해야 했으며, 그 사이에서 그녀 스스로 갈피를 못 잡았으니 말이다. 그녀가 달라지는 시기는 옥스퍼드에 입학하면서부터가 아닐까 한다. 새로운 배움, 스승과의 만남, 진지한 토론 등이 그녀에게 다가왔고, 새로운 사고방식의 문을 열어주는 기회가 되었다.

아주르 교수는 담대한 철학을 거침없이 내놓는다. 그것으로 인해 오해도 있었지만 그는 신의 실존 여부는 사실상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의심하고, 탐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그는 믿음과 종교의 광신도들을 경계했는데, 정의란 대목에 있어서는 특히 경계했다. 정의라는 이유와 그 명목으로 가장 극단적인 광신도와 맹신자 들이 세상에서 가장 큰 불의를 저질렀다고 말이다. 이처럼 아주르는 정의란 사실상 복잡한 단어임을 강조한다.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일명 태극기 부대, 극 보수 주의... 사실상 알고 보면 이들이 말하는 것 역시 정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 상처받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고, 저마다 서로의 정의만이 옳다고 하는 때 아주르 교수가 말하는 정의라는 복잡성을 한번 제대로 탐구해 보고 싶어진다.

아직도 이란에는 히잡 시위가 진행 중이다. 최근 뉴스에서 이란 지도부가 히잡 시위대로 잡혀온 두 명을 사형시켰다고 한다. 지난해 9월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 사이로 머리카락이 보인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 붙잡혀서 죽기까지 그 이후 이란에서는 죄 없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죽어가고 있다. 신을 앞세운 지독한 공권력 앞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너무 무기력하다. 그들은 국제사회의 도움과 공조를 요청하고 있지만 서로의 이해관계를 중점에 둔 나라들은 이조차 매우 소극적이다.

과연 종교란 무엇이고, 믿음이란 무엇인가? 페리는 마지막으로 사랑에서 답을 찾는다. 사랑도 신앙이고, 모두를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그것에 집착하거나 과장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사랑도 신앙도 적당해야 한다는 것... 제한된 스스로를 넘어서서 누군가와 연결되는 그 아름다움만을 생각하는 것... 페리의 옷장 밖으로의 한 발은 아마도 앞으로 나올 많은 여성들의 한 발과도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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