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블루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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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블루

오승호 장편소설 | 이연승 옮김 | 블루홀 6

제대로 된 경찰 소설을 읽어본 적이 언제였던가? 무척 드문 것 같다. 우리나라는 왠지 검사가 나오는 소재들이 더 인기가 있고, 경찰들은 어찌 된 일인지 영웅적 모습보다도 비리적인 모습으로 등장하니 말이다. 하지만 [범죄 도시] 같은 영화에서 보이는 경찰의 모습은 왠지 통쾌하기도 하고, 힘 있는 경찰의 모습이 약자의 편으로 등장할 때는 제법 정의감이 물씬 솟아오르기도 한다.

여기 이 책 [라이언 블루]는 경찰 집단의 입체적인 모습이 나온다. 작은 마을에서 이어지는 살인사건, 그리고 한 경찰의 부임, 총체적으로 썩어있는 비리, 한마을을 장악하고 있는 검은 손들... 이 안에서 파란색 경찰 제복은 과연 어떻게 비치고 있을까? 그것은 파란 귀신의 모습일까? 아니면 당당한 블루 라이언의 모습일까? 그것은 아마 자신이 어떻게 되고 싶은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소설은 한 작은 간사이 행정 도시 시시오이군에서 시작한다. 시시오이군에 위치한 시시오이초는 마을의 총 세 곳을 파출소 한곳에서 관할하고 있다. 그러던 중 시시오이 파출소에서 근무하던 경찰관 나가하라가 어느 날 퇴근길에 사라진다. 실종 당시 권총을 소지하고 있었고, 그 권총 역시 발견되지 않은 상태이다. 하지만 그 어떤 단초가 없었기에 이는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이러한 때에 나가하라와 경찰학교 동기이자 시시오이 출신인 사와노보리 요지가 스스로 근무지 이동을 신청해 시시오이 파출소로 오게 된다. 그의 목표는 단 하나이다. 친구였던 나가하라의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것... 하지만 왠지 모든 주변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사건의 중심부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파출소 선배 경찰과 지역 권력자들 사이의 묘한 기류 또한 감지되는데... 과연 사와노보리 요지는 나가하라 사건에 제대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그 지역에서 터를 잡고, 조종하고 있는 지토세 집안을 위시한 시시오이를 지배하는 거대한 것들에 맞서서 싸워 이길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요지는 경찰로서 떳떳할 수 있는 것인가?

하나의 가벼운 실종 사건이라 생각했는데 소설은 생각보다 거칠고, 복잡했다. 그리고 덩달아 요지의 선택이 기대되기도 했다. 과연 그는 친구를 위해, 그리고 그가 지키고 싶었던 사람들을 위해 어떤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인가?

최근에 들었던 어떤 말이 생각이 났다. 은둔을 하려면 시골보다 도시가 낫다는 것이다. 시골에서의 생활이 은둔하기 낫다는 것은 순전히 그곳의 삶을 몰라서라고 말이다. 시골일수록, 좁은 사회일수록 서로의 모든 것을 알려고 한다. 지나친 관심일지, 남다른 배려일지 모르겠으나 은둔을 위해서는 오히려 도시의 익명에 숨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하다. 요지가 살았던 작은 마을인 시시오이초... 이곳에서도 누군가는 삶을 위해 고개를 숙여야 하고, 상처받아야 했다. 어떤 경찰은 더 이상 당당한 라이언으로 활동하지 못하고, 어둠에 동조했다.

마지막으로 요지는 잠시 친구의 실종 사건을 파헤치려 왔던 시시오이초에 눌러 살 결심을 한다. 그에게 그런 결심을 심어준 것은 아마도 가족이리라... 알고 보면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 왔던 가족... 요지의 제복은 푸른 파란색이다. 그 파란색 제복은 더 이상 밤에 숨지 않으리라... 요지가 자신의 죗값을 언젠가는 치르는 날이 오겠지만 그때까지는 그 제복이 부끄러워지는 일은 하지 않으리라... 그는 파란 제복의 귀신보다 당당한 라이언으로의 삶을 택했으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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