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피쿠로스 쾌락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47
에피쿠로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2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0104/pimg_7728831353698724.jpg)
에피쿠로스 쾌락
에피쿠로스 |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쾌락이라고 하면 무엇이 생각이 나는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좋은 곳을 구경하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한때 등등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헬레니즘 시대의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이러한 육체적인 쾌락은 진정한 쾌락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에피쿠로스가 말하는 진정한 쾌락이란 무엇일까?
에피쿠로스가 살았던 시대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으로 인해 아테네가 쇠퇴하던 시대였고, 알렉산드로스가 이끌던 마케도니아가 세계를 통일했던 때였다. 그래서인지 시민들의 삶은 피폐했으며, 궁핍한 시절이었다. 이런 시대에 왜 그는 쾌락을 말해야 했을까? 이 책을 읽으니 에피쿠로스는 자연과학, 원자론, 우주론 등등의 철학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학문을 늘리기에 열심인 철학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으로 그에게는 적도 많았다. 감히 신과 대적한다고 말하는 사람들, 인간이라면 의당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 말하는 정치가들 등등은 아마도 에피쿠로스에게 모진 말을 하면서 그의 학파를 반대했을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키케로였다. 그는 에피쿠로스주의자들이 폭풍처럼 로마를 집어삼켰다고 말하면서 그들의 철학을 비하하고 비판했다. 내 생각에 에피쿠로스의 쾌락론은 타인에 대한 연민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한다. 평생을 전쟁으로 고생하고, 먹을 것도 풍족하지 못한 시대에서 태어나서 고생만 하다가 죽어가는 삶은 그가 생각하기에는 선이 아니었다.
에피쿠로스는 아타락시아를 말했다. 그는 진정한 쾌락이란 바로 정신적 방황과 육체적 고통이 없는 상태라고 칭했다. 그것이 바로 아타락시아를 뜻한다. 그가 말하는 아타락시아는 절대로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거나, 좋은 곳을 구경하거나, 행여 연인 간의 사랑을 나누는 일이 아니었다. 에피쿠로스는 평생을 작은 빵 한 조각에 물 한 모금으로 하루 식량을 대신했다고 한다. 그것만으로도 배고픔이 해결되니 그것으로 족하고 마음 또한 평온하다고 말이다.
얼마 전에 재벌 3세들이 대거 마약으로 적발되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금수저, 아니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태어난 이들이 극단적인 육체적 쾌락을 추구하다가 절망으로 빠진 사례이다. 육체적 쾌락이 극대화된다면 그것은 고통뿐이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다 보면 질리고, 더 이상 먹기 힘든 것처럼, 마약으로 추구되는 육체적 쾌락의 결말은 고통으로 회기 된다.
에피쿠로스는 아마도 그가 살았던 당시 수많은 악플에 노출된 사람이리라... 신에게 반기를 듣다고 다들 여겼을 테니 말이다. 19세기 근대에서 에피쿠로스를 계승한 학자는 바로 존 스튜어트 밀이었다. 그는 자유론을 통해 남녀 불평등을 이야기했으며, 자유론의 첫 장에는 이 책은 내 것이 아니라 그녀의 것이라는 다소 애틋한 말을 남겼다. 에피쿠로스의 영향력은 후에 공리주의로까지 미쳤다. 나의 고통뿐만 아니라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들을 그 속에서 해방시키고자 했던 사람들... 공감의 능력인 것이다.
에피쿠로스 학파들은 정원이라는 공동체를 만들어서 모여 살았다고 한다. 그곳에는 [방랑자여, 여기는 그대가 머물 좋은 곳]이라고 적혀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몇 가지 규칙이 있었는데, 그것은 신을 두려워하지 말고, 죽음을 무서워하지 말고, 쾌락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고통을 멀리하는 것이라고 한다.
지구는 이미 모든 인류가 나눠갖기에 충분한 음식과 물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곳에서 독점함으로 피가 안 돌듯 물자가 돌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한곳에서 충분한 음식이 남는다면, 다른 한곳은 부족한 것이다. 제로섬 게임처럼 말이다. 스스로가 오늘날 부유하다고 해서 그것으로 족한 것이 아닌, 그 부유로 인해 고통받는 다른 이들을 생각하는 2023년이 되는 것은 어떠할까? 그렇다면 충분히 밥 한 공기, 따뜻한 잠자리만으로도 아타락시아 늘 느끼면서 감사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0104/pimg_7728831353698725.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