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로 간 처녀 - 처음 공개되는 작품으로 상영중단까지 당한 사회고발 문제작 김승옥 작가 오리지널 시나리오
김승옥 지음 / 스타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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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로 간 처녀

김승옥 각본 | 처음 공개되는 미발표작 | 스타북스

처음 공개되는 김승옥 작가의 시나리오 작품인 [도시로 간 처녀]이다. 그 서슬 시퍼런 시절에 한국노총의 반대로 상영 중단까지 당한 사회 고발 문제작이라는 부재도 달고 있다. 지금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소위 MZ 세대로는 상상도 못할 인권유린과 문제들이 시나리오 곳곳에 나오고 있다. 지금도 간혹 아재들만 쓰는 용어인 삥땅, 그리고 이제는 사라져버린 행상.. 버스가 멈춰섰을 때 물건을 잠깐 팔고 내리는 행상들이 등장하는 모습들이 재미있기도 한 시나리오였다.

아마 이런 작품들이 없었다면 그 시절을 어떻게 오롯이 느낄 수 있었을지... 그때를 다시금 재조명한 작품들이 다시금 많이 나왔으면 한다. 생각하지 않으면 잊히니까 말이다. 우리 시대의 흘러간 역사를 잘 기억하는 법은 아마 영상 혹은 문학작품들이리라... 영상이 만들어지려면 기초적인 시나리오가 있어야 하고, 좋은 시나리오가 좋은 원작의 역할을 충분히 다할 때 그 시대정신을 담은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리라...... . 소위 일제의 만행을 전 세계에 공공연하게 알리는 데 도움을 주었던 파친코... 그 작품 역시 역사적 방향성에 존재하는 것이리라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이 작품은 내겐 어느 정도는 불편했다. 소위 정확하고 올바른 사회 지향을 위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을 가난한 버스 안내 양의 딴 주머니와 연관시킨다는 것은 거대한 재벌들이 일삼은 탈세와 불법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지독한 검열에 놀라서 스스로 회사 건물 꼭대기에 올라가서 시위를 한 문희... (왜 그녀는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그녀가 외치는 것은 몸수색 중단과 그 중단을 위해 모든 안내 양이 소위 푼돈을 챙기는 것을 포기? 하라는 것이었다. 맞다. 푼돈이다. 하지만 그 푼돈이 없어서 굶어가는 사람도 있는 시대였으니... 극 중 등장하는 성애가 그러하다. 그녀는 자신이 하루라도 벌지 않으면 식구들이 모두 굶는다고 한다. 그녀는 몰래 감춰둔 푼돈을 동생에게 전달해서 어머니께 드린다. 성애의 식구들 모두는 성애가 일명 삥땅을 한다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 일(남모르게 딴 주머니를 차는 것)을 저지른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아무리 공공연한 비밀이라지만 스스로가 부끄러운 짓임을 너무나 잘 아는 탓에 심장병이 생길 지경이니까 말이다.

문희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소위 깨끗한 양심을 가지고 사는 일... 아마 그것은 모두가 바라고 바라는 세상일 것이다. 문희는 처음부터 몸수색에 대한 지독한 거부감이 있었다. 그녀에게는 그것은 몹시도 치욕스러운 일었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싸워야 할 만큼 말이다. 그리고 그 치욕을 없애는 길은 바로 모든 안내 양이 자신과 같이 정직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이 작품이 상영된 후 전국 안내 양들이 들고일어났다고 한다. 자신들을 모두 도둑 취급한 영화가 나왔으니 그럴 만도 한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감춰져있다. 버스 회사의 횡포와 인권 문제가 더 우선시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중요한 본질을 외면하고 부차적인 것으로 눈을 돌리게 하려고 애쓰는 것은 어찌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 같다.

상영 중단으로 재편집되어서 다시 재상영이라는 화제를 뿌린 작품인 [도시로 간 처녀]... 처녀가 처녀로 살기 위해서 도시로 간 것은 그리 바른 선택지는 아니었다. 도시는 온갖 횡포와 훼방과 부조리와 유혹이 가득한 곳이니 말이다. 지금은 어떠한가? 스스로 바른 양심을 가지고 꼿꼿하게 살기로 결심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그 결심이 온전히 지켜지고, 훼방 받지 않기 위해서는 어디로 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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