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자 생리학 인간 생리학
루이 후아르트 지음, 류재화 옮김 / 페이퍼로드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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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자 생리학

루이 후아르트 지음 | 류재화 옮김 | 페이퍼로드

아...ㅎㅎ 산책에 대한 유쾌한 담론을 읽으니 얼른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픈 생각이 든다. 날씨가 춥다는 명분을 내세워 방콕하기를 즐겼는데, 이거 안되겠는걸~~ 하는 급한 마음이 든다. 그 유려하고도 화려한 산책자의 세계, 산책자만이 느낄 수 있는 온갖 상상의 나라... 그리고 나를 그곳으로 인도해 줄 충분히 볼거리가 많은 곳으로 떠나고 싶다.

책은 시종일관 유쾌하다. 아마 생리학 시리즈가 거의 다 내겐 그렇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 산책자 편만큼의 경쾌함은 여타의 생리학에서 느낄 수 없는 것이었다. 이미 경쾌함의 한계를 뛰어넘었다고나 할까? 생각하지 못한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해주는 데에는 생리학 시리즈만 한 것은 없는 것 같다. 그것도 이 책들이 지금 쓰인 것이 아니라 19세기 중후반에 살았던 이들의 체험에서 나온 것들이라니, 놀랍다.

바야흐로 산책은 자본의 시대로 넘어왔다. 혁명이니 이념이니 하는 시대는 이미 물 건너 갔다. 모두들 자본, 즉 돈이 최고임을 알고 있다. 더 이상 흙을 밟고 노동하는 것보다는 공장에 취직해서 하루 종일 빛없는 세상에서 일하는 것이 더 돈이 됨을 알고 있다. 그러기에 산책은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돈이 있으면 있는 대로 또 불편한 것이 산책이다. 산책이라 함은 정해진 방향이나 목표 없이 천천히 거닌다는 것인데, 그렇게 걷다가 행여 흙탕물이라도 비싼 옷에 튀면 곤란하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마차에서 얼굴만 삐죽 내밀고 거리를 살핀다는 것은 재미도 없고, 멋도 없는 일이다. 산책이라 함은 특정의 자질을 갖춘 이들이 누려야 할 특권 중 하나였다. 가난한 이는 산책에 유리할 것 같지만 그것도 아니다. 먹고살기 위해 하루 종일 일해야 할뿐더러, 일이 없더라도 빚쟁이에게 쫓겨 다녀야 하니 하릴없이 거니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것이다.

산책자의 자질 중 하나는 명랑성이다. 그리고 항상 관찰하는 정신을 지니는 것... 어떤 상점 앞을 지나더라도 산책자는 상상의 나래를 펼 줄 아는 사람이다. 진열대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의 생산자로까지 상념을 펼칠 줄 안다. 이쯤 되면 산책자가 아니라 뛰어난 관찰자이자, 아니면 그는 작가이리라...

산책자의 자질 중 하나는 자신을 쉬게 할 줄 아는 의식 상태를 갖는 것이다. 이 또한 독특하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니던가? 아마 삶에 찌들어있거나 생각이 복잡한 사람은 감히 스스로를 쉬게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가 없을 것이다. 멍 때리기에 능한 사람은 아마도 훌륭한 산책자, 책에서 말하는 산책자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소유할 자격이 있는 사람일 듯하다.

영국이나 파리 같은 유럽에 가면 사람들은 해가 나면 모두 햇볕을 쬐기 위해 공원으로 나선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선크림이나 모자다 뭐다 해서 태양을 가리기에 정신이 없는데 말이다. 태양이 인간의 정신을 건강하고 활발하게도 하지만 자외선은 피부에 치명적이니... 정신 건강을 택할 것인지, 피부 건강을 택할 것인지는 아마 스스로의 현명한 선택에 달려있으리라.... 그렇지만 [산책자 생리학]을 읽는 독자는 아마도 태양을 쬐면서 거리를 걷는 것을 택하리라... 산책이라는 그 미묘하고도 아름다운 무효한 일이 이토록 멋진 일이라는 것을 눈치챘다면 말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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