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해의 철학 - 부패와 발효를 생각한다
후지하라 다쓰시 지음, 박성관 옮김 / 사월의책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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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해의 철학

부패와 발효를 생각한다.

후지하라 다쓰시 | 박성관 옮김 | 사월의 책

지금껏 한 번도 이런 유의 책을 온전히 읽어본 적이 없는 듯하다. 바로 분해와 부패에 대한 생각들이다. 저자는 단순히 생물학적 발효와 부패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환경 문제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것도 아니다. 생태학을 위주로 해서 다양하게 펼쳐져 있는 사회상의 부패와 분해의 양상들을 책 한 권으로 일목 요원하게 보여주고 있다. 과학, 경제, 철학, 문학, 교육, 환경, 그리고 인본을 위시로 해서 말이다.

얼마 전 녹색제품들을 사용해 볼 기회가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캠페인에 참여했다. 쓰고 나서 바로 버려지고 재활용이 불가능한 칫솔을 분해하기 용이한 대나무를 이용한 칫솔로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 자연 속에서 바로 분해되고 풀어짐이 쉽게 한 키친 티슈, 적은 물세기로도 적정 수압이 유지되어 물 절약에 일조하게 만드는 샤워헤드 등등을 사용해 보았다. 생각보다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녹색 제품이 없는 것 같아서 아쉬웠지만 이번을 기회로 분해와 생태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나름대로 진지하게 고민해 볼 시간을 가진 계기가 되었다. 모든 환경에 대한 제품의 키워드는 바로 분해였다. 그것들이 얼마나 잘 사용되고, 후에는 자연에 잘 흡수되는지 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제품력이나 지속성은 시중의 제품과는 비교가 안되는 제품들 역시 많이 있다. 더 단단하고, 지속력이 좋고 디자인도 훌륭한 것들 말이다. 하지만 그것들의 문제는 너무 오래간다는 것이다. 자연에서 분해되는 시간이 몇백 년이라면... 내가 죽어서도 그것들은 오래도록 살아남으리라는 것을 안다는 사실... 아... 이 얼마나 끔찍한 가 말이다.

부패하는 것은 올바른 것이다. 부패를 역행하는 그것이 문제이다. 그것들은 쌓인다. 쓰레기를 일으켜서 수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인간의 몸 또한 마찬가지 아니던가? 쓸모없는 찌꺼기들이 순환되지 못하고 쌓일 때 동맥경화 등 뇌질환이든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돌려보낼 것은 돌려보내야 한다. 잘 돌려보내는 것이 아마 지구상에 사는 인간의 숙제일 것이다. 부패로 부패에 저항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삶이 아니다. 부패는 활성화시켜야 한다. 분해과정은 생산과정보다 더 위에 있다. 이제 지구 멸망의 초침은 거의 위험수위에 와 있다. 지금 이 시점에 생산이 아닌 분해를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솔직히 늦은 감이 있다. 더 진작, 더 일찍 인류는 이것에 공감하고 관심을 가져야 했다.

저자는 가족제도와 민족주의에 대한 부패 역시 말하고 있다. 얼마 전 김장철이었다. 천정부지로 솟는 고춧가루 가격, 그리고 너무 많이 떨어진 배추 가격... 둘의 간격은 흡사 성격이 맞지 않은 연인 같다고나 할까... 그리고 그렇게 김치를 소비하는 계층이 많을 지도 의문이 든다. 한국 사람은 김치라지만 대용량의 김장을 여럿이 모여서 품앗이할 일도 이젠 없지 않을까 싶다. 명절에 대한 느낌 역시 마찬가지이다. 오랜만의 친척들을 만난다는 사람보다 개인적 휴가를 가지러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니 말이다. 모든 가부장적인 습관과 민족주의적 관습은 이제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고 소멸하게 되어있는 듯하다.

플라스틱 식기는 쓰기도 쉽고, 잘 깨지지도 않는다. 그리고 가격 역시 저렴하다. 하지만 그 문제는 그것이 손상되는 순간 재활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손상은 바로 폐기이다. 그리고 요즘은 폐기가 수선보다 더 경제적이다. 차라리 고장 난 가전제품이나 구멍 난 옷가지는 버리는 편이 수선해서 쓰는 것보다 나으니까 말이다.

편하고 경제적인 것... 그것들은 모두 생산과 소비의 관점이다. 이제 우리는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 바로 부패와 분해의 관점으로 말이다. 사실 어쩌면 가장 정직한 것은 냉장고 속 음식이 아니라 냉장고 밖의 음식들이다. 시간이 지나면 부패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인간은 그 부패를 막으려 필사적으로 저항해왔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떠한가? 산만한 쓰레기들, 기후변화, 고통받는 동물들 등등을 야기할 뿐이다. 인류 생존을 위해서는 이제 생산의 철학이 아닌 분해의 철학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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