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4
보리스 비앙 지음, 이재형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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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

보리스 비앙 소설 | 이재형 옮김 |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014

딱 100페이지만 읽고 일어나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나를 그렇게 놔주질 않았다. 결국 친구와의 약속시간에 늦고 말았다. 보리스 비앙의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는 그가 다른 이름인 버넌 설리번으로 발표한 누아르 소설이다. 친구인 폴 베르농과 재즈 피아니스트인 조 설리번에서 빌려 온 이 이름은 후에 사람들의 세간에 오르내린다. 과연 이런 누아르 소설을 창조해 낸 작가 버넌 설리번은 과연 누구인지 말이다. 이 소설은 보리스 비앙이 영어판을 프랑스어로 번역했다고 알려졌는데 이로 인해 엉겁결에 보리스 비앙은 영어 원서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를 위해서 영어로 소설을 다시 썼다고 한다. 소설의 성공이 참 묘하게도 작동했던 지점이었던 같다. 거짓을 참으로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다시 거짓을 참으로 만들기 위해 증거 또한 만들어 내야 하다니 말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화자 리 앤더슨이 전체적인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소설은 하나의 커다란 사건이 앤더슨을 미국 남주 지역 도시 벅턴으로 보내지면서 다시 새로운 이야기가 태어나는 형식이다. 앤더슨이 겪은 일은 초반에 언급된다. 그는 거의 백인에 가까운 흑인이지만 사람들의 이목에는 그는 여전히 흑인이었으며, 그의 집안은 흑인 집안이다. 앤더슨의 어린 동생이 백인 여성을 사랑하게 되지만 이는 곧 비극적인 죽음으로 이어진다. 바로 여자아이의 아버지와 오빠가 동생을 죽였으니 말이다. 아마 이 당시에는 흑인과의 접촉 만으로도 커다란 이슈로 여겨졌음에 틀림없다. 서로가 서로를 전염병 보듯 했을 그 살벌한 풍경이 연상된다. 영화 [그린 북]에서도 상당히 충격적인 차별에 대해서 나오는데 막상 그것을 겪어본 자가 아니라면 차마 이해한다고 말하지도 못했을 그런 종류의 인종 차별이리라...... .

리 앤더슨은 동생에 대한 죽음으로 인해 백인 사회에 복수를 하기로 결심한다. 그가 벅턴에 온 계기는 형인 톰이 그를 살리려고 보냈을지 모르지만 그에게는 새로운 복수의 장을 여는 시작점이 된다. 여기서 아주 완벽한 사냥감을 발견했으니 말이다. 처음부터 앤더슨은 치유되지 못할 병에 걸린 사람으로 보인다. 어차피 그는 동생의 죽음으로 스스로도 죽였다. 아무리 외모가 백인 같아도 그는 백인은 아닌 것이다. 아무리 노래를 잘한다고 하더라도 그 목소리 역시 흑인 블루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소설 속을 관통하는 폭력, 그리고 그보다 더한 폭력으로 묘사되는 섹스... 흡사 여성에게 가하는 잔인한 성적 묘사는 몹시도 폭력적으로 그려져 사실 읽는 내내 불편한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왜 리 앤더슨은 복수의 대상을 자신과 아무런 상관없고, 그저 그를 좋아했던 여성으로 삼아야 했는지는 이해가 가질 않는다. 처음부터 흑인임이 알려졌더라면 사람들이 그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을까? 그래, 아마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는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의 형 톰에게 친구 클렘이 존재했던 것처럼...... . 결국 마지막에 그의 복수심은 채워졌을지 모르지만 그의 무덤에 찾아오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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