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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부르는 그림 ㅣ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11월
평점 :

아기를 부르는 그림
미야베 월드 제2막 | 기타가타 시리즈 |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신선한 미스터리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전작인 모방범 같은 류의 미스터리도 좋지만 이런 시대물 역시 그녀를 따라갈 자는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읽으면서 왠지 모르게 하는 역사 공부라고 할까? 아... 그 시대에는 이렇게 책을 만들었구나, 그 시대에는 이렇게 살았구나... 하는 묘한 깨달음이 있어서인지 책을 읽으면서도 재미있는 역사 공부를 덤으로 하는 느낌이 든다. 한 작가가 다방면의 미스터리를 이렇게 창조할 수 있다니, 역시 작가의 변신은 독자들을 위한 필요불가결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해나가는 그녀를 볼 때마다 일본에서 미야베라는 작가 위치가 새삼 대단하면서 여러 타 작가들에게 모범이 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 [아기를 부르는 그림]에는 세 가지 에피소드가 나온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아기를 부르는 그림에서부터, 짱구 머릿속에 든 것, 인어의 독까지 말이다. 그리고 이 사건들을 해결하는 자는 우리가 흔히 아는 명탐정이 아니다. 그저 순진한 심부름꾼, 탈모를 걱정하는 시골 청년일 뿐이다. 책 속에서 무려 그는 십 대로 나온다. 미야베는 시대물을 조사하면서 에도 시대의 세책업에 대해 흥미를 가졌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기타기타 시리즈의 주인공의 직업 역시 문고상이다. 행상을 주로 하는 문고상... 정말 에도 시대에 실제로 [문고상]이라는 직업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시대에는 대바구니 위에 종이를 붙이고 전체를 칠해서 상자로 만든 문고를 팔았다고 전해진다. 엄밀히 말하자면 책이 아닌 책을 넣어서 보관하는 상자를 파는 것이다. 책 속에서도 잠깐 등장하지만 작가로서의 문고상의 역할은 없는 것 같다. 어떤 책을 요구하면 그것을 만들어 주는 순전히 노동력의 산물의 전해주는 것일 뿐... 하지만 주인공인 기타이치가 아기를 위한 그림 작업을 하면서 문고 작업을 고민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낀 것이 보이니 상자만 판다고 하여 창의력이 없다고는 생각할 것이 아닌 것같다.
기타이치와 같이 등장하는 미스터리한 인물인 기타지... 때 국물이 상상도 못하게 흐르지만 힘도 장사이고 비위도 강하다. 의외인 것이 무척 잘생긴 얼굴로 묘사가 된 대목이다. 흡사 여장을 한다면 기타이치가 한눈에 반할 얼굴로 말이다. 그는 주로 마을을 돌면서 고물을 수집해 온다. 종이라고는 주로 화장실에서 이미 다 쓴 휴지를 가지고 오지만 거기에 섞여있던 변재천 님이 뒤돌아 있는 듯한 (흡사 배에서 내리려는 듯) 그림을 우연히 기타이치가 발견하고 사건을 뒤쫓게 된다.
미야베 작가는 기타기타 사건부 시리즈를 미사야 시리즈와 함께 현업으로 있는 이상 쭉 쓴다고 하니 앞으로 펼쳐질 기타기타 사건부 이야기가 몹시도 기대가 된다. 아... 왠지 모으고 싶어진다. ㅎㅎ 개인적으로 고전부 시리즈 역시 좋아하는 데 이렇게 미스터리지만 미스터리만은 아닌 뭔가가 숨겨진 이야기를 선호한다. 미야베 작가가 펼쳐놓은 시대물도 좋고, 요네자와 호노부의 학원물도 좋다. 내 옆에 두고 싶은 작은 세상들이다.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