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시 1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7
살만 루시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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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시 1

살만 루슈디 |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신은 과연 존재하는가? 그리고 그 신이란 과연 유일신으로 존재하는가? 신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 온 한 학자는 세상에 신이 없다고 말하는 증거보다 신이 있다고 말하는 증거가 더 설득력이 있다면서 자신의 무신론을 포기하고 종교를 선택한 자도 있었다. 반면 오랫동안 성실하게 믿어온 한 종교인은 어느 순간 말한다. 신은 없다고 말이다. 그 유명한 니체의 신은 죽었다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신과 인간, 그리고 그 사이에 어긋난 믿음들은 끊임없이 그 경계를 우리에게 속삭인다. 개인적으로 니체만큼 신앙적인 인물을 본 적이 없다. 니체는 인간이 신을 살해했다고 말했다. 신의 죽음이 신의 부재가 아니라 인간으로 인한 죽음이라는 것이다. 과연 지금은 신이 존재하는 시대인가? 그토록 종교에 대해 열정적인 이란은 현재 히잡 시위 운동이 한창이다. 그 시위에 관련된 많은 이들이 소리 소문 없이 죽어간다. 투쟁하다 잡혀서 어떤 여성들은 성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아... 과연 이 나라의 신은 누구인가? 선인가? 악인가? 굳이 우리는 살만 루시디의 [악마의 서]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그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신은.... 악인가? 아니면 선인가?

봄베이발 비행기 추락 사고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두 인도인의 엇갈린 운명을 다루고 있다. 한 날 한 시 같은 비행기에서 추락했지만 한 사람은 천사로 변해서 갖가지 환상과 계시를 체험하고, 다른 한 사람은 이민국에 잡혀 모진 수난을 당한다. 그 과정에서 이민국에 잡힌 살라딘이 지브릴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지브릴은 한창 환상 속에서 사로잡혀 있어 그를 모른 척한다. 같은 사고 후에 한 사람은 천사로, 한 사람은 악마로 변하는 설정이다. 이는 악마의 계략인가? 천사의 실험인가?

혹자는 이 소설을 괴테의 파우스트나 성경의 욥기와 비교하기도 한다. 욥기에서는 욥이란 인물이 나온다. 정직하고도 강직한 그가 당하는 수난은 그야말로 끔찍하다. 난데없이 당하는 꼴이다. 여기서 갖은 사람들이 욥을 둘러싸고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을 하게 한다. 성경에서 욥은 하나님에게 영광을 돌리지만 과연 진실일까? 정말 그럴 수가 있을까? 만일 지금 현실판 욥이 있다면... 그도 그러할까?

당신이 듣는 음성, 그것이 과연 선인가? 악인가? 아니면 교묘하게 선으로 포장한 악마의 속삭임인가? 인간에게 선과 악을 판단할 기준이 없는가? 아니다. 우리 모두는 안다. 어느 것이 선이고, 어느 것이 악인지 말이다. 선과 악이 애매모호하다고 말하는 것은 바로 악이다. 침묵으로 악에 동조하는 것이다. 고통을 받으면 비명이 나오기 마련이다. 소리 지르지 않는 자는 악이다. 히잡에 대해 투쟁하는 여성들을 마구잡이로 때리고 죽이는 것 역시 악이다. 악마는 절대 선의 옷을 입고 오지 않는다. 악마는 언제나 악 그 자체로 온다. 그 악에 선이라는 옷을 입히고 싶어 한 자는 언제나 인간이었다. 지금도 전쟁의 시대, 지금도 투쟁의 시대, 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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