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면창 탐정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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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면창 탐정

나카야마 시치리 장편소설 | 문지원 옮김 | 블루홀 6

그러면 모두를 구할 수 있어?

349 페이지

과연 나카야마 시치리다. 아니, 새로운 시리즈의 새로운 탐정이 과연 역대급이라 할만하다. 인면창 탐정이라니... 시치리가 아니고선 이처럼 대담한 캐릭터를 창조할 작가가 또 누구인가? 그리고 이처럼 시니컬하고, 명석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후벼파는 가슴 아픈 말을 잘하는 캐릭터라니... 그것도 자신에서 기생하는 생물이 바로 그 숙주에게 말이다.

책을 덮고서도 계속 읽고 싶어졌다. 특히 인면창 탐정의 말을 계속 듣고 싶다고나 할까? 숙주의 입장에서는 다소 고통스럽겠지만 미쓰기와 연신 주고받는 그 티티카카는 단연코 소설의 백미라 할 수 있겠다. 기생하는 입장에서 모든 정보는 바로 그 숙주에게서 나오지만 숙주의 기억력은 몹시도 짧아서 그 모든 지혜와 지식은 오로지 기생하는 이에게 흡수된다. 여기에서 인면창 탐정의 기가 막힌 추리가 나온다. 바로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기억력을 백 프로 활용해서 말이다.

소설의 줄거리는 어찌 보면 몹시도 단순하다. 오랜 시간 고리타분한 방식을 고수하면서 가부장적 사고에 익숙해진 한 기업의 오너가 죽으면서 남겨진 유산과 관련해서 벌어지는 살인사건... 살인사건을 보면 누가 가장 큰 이익을 얻게 되는지 그 결과만 놓고 보면 된다. 하지만 여기에서 (아마도 그 가문에서 그토록 숨기고 싶어 했던) 끔찍한 진실이 나오게 된다. 복자에 관련된 사연들이다. 왜 그 당시에 지체장애아를 복자라고 칭하고 유독 아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렇게라도 해야 키울 수 있었던 환경이지 않았을까 싶다. 지체장애아를 지체장애로만 보고 타지에 유기하거나 양육을 의무를 게을리하면 그것도 천명을 거스르는 것이기에 그 당시 사람들은 어떤 필연적인 양육의 이유를 만들어야 했으리라... 하지만 그것이 대를 이어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지고 급기야는 근친상간의 풍속으로까지 변질되어 버렸으니 참으로 끔찍한 일이다.

소설 속 화자인 상속 감정사 미쓰기가 혼조 가문에 도착한 즉시 그다음 날부터 사람이 죽어 나간다. 그는 과연 복신인가 역병 신인가? 혼조 가문의 변호사인 히라기의 입장 변화는 참으로 재미있다. 미쓰기가 몰리브덴 광산에 대해 언급하자마자 그는 미쓰기를 역병신이라고 말한다. 바로 미쓰기가 옴으로써 혼조 가문이 들쑤셔졌다고 말이다. 하지만 과연 미쓰기가 사건의 발단이었을까? 소설을 전체적으로 보자면 이는 어차피 일어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 혼조가가 저지른 끔찍한 일들이 트라우마로 작용해서 바로 현재의 결과가 일어난 것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과거의 인물이 죽은 마당에 지난 일을 반성하거나 뉘우치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 비극이 미쓰기의 도착과 맞물려서 문제지만 말이다.

난 미스기야말로 혼조가의 복신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쨌든 미쓰기에게 기생하는 인씨에 의해서 세상 밖으로 드러날 뻔한 혼조가의 추악한 진실이 덮어졌으니 말이다. 마지막 인씨가 말한 모두를 구한다는 말은 바로 그런 뜻이 아니었을까? 죽은 사람이든 아직 살아있는 사람이든 그 모든 이를 구할 수 있는 것, 명예를 더럽히지 않고 덮어버리는 것, 세간의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고 그저 한 가문의 비극으로만 치부될 수 있게 하는 것... 바로 그 구함을 미쓰기와 인씨가 이뤘으니 말이다. 때로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묻어버리는 것이 스스로를 구하는 일이 될 수도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새삼 다시 깨닫는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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