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 (국내 최초 스페인어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6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김유경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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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얻는 지혜

발타자르 그라시안 | 김유경 옮김

한 사람의 일생을 좌우지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저자 그라시안은 사람은 운보다 미덕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그는 아마도 지독히 운은 없는 사람이었음에 틀림없다. 이토록 주옥같은 명언들을 남겼음에도 그의 말년의 모습은 초라했으니 말이다. 교회의 허락 없이 책을 출판하였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고 교수직까지 해임됐으며 계속해서 감금과 감시에 시달리는 삶을 살아야 했다. 그라시안의 시대에는 교회의 말이 곧 법이었으니 말이다. 그의 책에는 오히려 종교적 언급이 거의 없는데 내 생각에는 아마 이것이 그에 대한 교회의 오해의 불러일으키지 않았을까 싶다. 그가 생각한 근본, 근원적인 삶의 방법과 투쟁에 교회에서 내세우는 권위와 실체 없음은 오히려 그의 학문에 방해가 되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가늠해 본다. 결국 그라시안은 여러 가지 불이익을 겪다가 그의 나이 57세에 숨을 거둔다. 하지만 교회에서 그의 저서를 마음대로 할 수는 없었나 보다. 이렇게 버젓이 현대에까지 전해져왔으니 말이다.

1601년에 태어난 이의 저작물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되고, 다 소용되는 말이라는 것이 놀랍다. 시대를 떠나서 사람이 사는 일이란 비슷한가 보다. 서로가 서로를 시기하고 질투하고 미워하고, 또 사랑하고 존경하고 믿으면서 얽히고 다시 풀어지면서 한 세상을 산다. 그라시안이 말하는 주제들은 지금도 유용한 인간의 처세술이라 할 만하다. 유머가 살아가는 데 상당히 중요하는 말, 그리고 스스로의 작은 실수는 용서해 주라는 말, 좀 거리가 있는 관계가 오히려 오래간다는 말 등 현대를 사는 사람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다.

그가 말하는 것 중 가장 재미있었던 대목은 혼자 미치는 것보다 다수와 제정신인 것이 낫다는 대목이었다. 혼자 제정신이라면 미친 사람 사이에서는 미친 이가 될 수 있다는 것, 모르거나 모르는 척하는 것이 오히려 가장 높은 수준의 앎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인간관계에서 천진난만한 솔직함은 자기 집안에서까지 환영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 솔직함이 단순함이 되거나, 현명함이 교활함으로 변질돼서는 안된다는 저자의 말은 깊이 새겨볼 만한 가치가 있다.

그라시안의 글들은 결코 개인의 영리와 성공만을 말하지는 않는다. 그는 우선 사람이 돼라 한다. 미덕을 갖춘 인간이 되라고 말한다. 스스로의 성숙이 곧 사회의 성숙으로 이어진다. 한 사람, 한 사람 수신제가를 한다면 치국평천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라시안의 글들은 바로 그 개인의 수신제가를 말하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그의 글을 읽고 수신제가를 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다면 치국평천하는 저절로 따라올 테니 말이다.

요즘같이 시국이 심란한 때를 본 적이 없다. 한 달, 하루 매일이 사건 사고의 연속이다. 그리고 더욱이 얼마 전에 일어난 대형사고까지 말이다. 국가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국가란 무엇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성숙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절실한 때이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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