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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저 노트, 여왕의 비밀 수사 일지 ㅣ 첩혈쌍녀
소피아 베넷 지음, 김원희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9월
평점 :
윈저노트, 여왕의 비밀 수사 일지
소피아 베넷 | 김원희 옮김 | 북스피어
국왕이 통치하는 나라는 과연 어떤 나라인가? 우주여행을 하는 지금 시대에 국왕이 존재하고, 천왕이 존재한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새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어쩌면 모든 권력이란 것이 다 끝이 있고, 절대 권력이란 존재하지 않을 법한데, 영국 왕실의 권력을 지금의 순간까지 돌이켜보면 그 어떤 절대 반지를 갖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권력을 지속시키는 이면에는 남들이 모르는 아픔과 슬픔이 있기 마련이다. 얼마 전에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주연으로 나온 [스펜서]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왕실에 산다는 것 자체는 다른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을 의미했다. 심지어 오랜 관습과 전통으로 추워도 난방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은 처음 안 사실이었다. 그만큼 왕실이 권위를 갖추고 인정받기 위해서 왕실 나름의 대의를 찾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설령 구태의연한 관습에 불과할지라도 말이다.
책 [윈저노트, 여왕의 비밀 수사 일지]는 우리가 역시 상상한 그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가 바로 주인공으로 나온다. 개인적으로 여왕의 이미지란 몹시 무뚝뚝하고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냉정한 이미지로 느껴졌는데, 책에서 그려지는 여왕은 유머도 있으면서 명석하고, 왠지 모르게 사람을 챙겨주는 츤데레의 이미지에 가까웠다. 아마 외국 사람이 느끼는 여왕의 이미지와 영국인들이 느끼는 여왕의 존재가 몹시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영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여왕에 대한 글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소설 속 엘리자베스 여왕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바로 자기만의 방식으로 미스터리를 푼다는 것이다. 책의 내용은 조용히 흘러가고, 끔찍한 살인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그것이 자극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지만 여왕의 능청스러운 사건 해결의 방식은 그 모든 것을 아우른다. 세상에 이런 명탐정도 있다니... 아마도 셜록 홈스가 존재했다면 그녀를 스승으로 모셨을 지도 모를 일이다. 셜록이 발로 뛰는 인물이었다면 여왕은 그야말로 가만히 앉아서 툭 툭 던지는 모든 말로 아랫사람들을 움직이게 해서 사건을 해결했으니 말이다.
보라색 가운만을 걸친 채 벌거벗은 몸으로 발견된 러시아 청년 음악가... 왜 그는 벽장 속에서 가운 끈으로 졸려 숨져 있는 것일까? 그리고 여왕이 진행한 [만찬과 숙박] 행사에 이런 살인사건이라니... 과연 외부에 안 알려진 채 구설수 없이 조용히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인가?
여왕은 생각보다 침착했으며 유능했다. 그리고 유달리 그녀의 수행비서와 합이 잘 맞았고 말이다. 여왕은 어떤 공도 자기 몫으로 돌리지 않고 사건 해결을 모두 자기 힘으로 했다고 믿는 정보국장을 그저 내버려 둘뿐이다. 그것이 바로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영국 군주의 원칙이 그대로 묻어나는 것이라 하겠다.
마지막에 여왕이 보여준 애틋함 역시 쉽사리 드러나지 않는다. 무릇 꽃이 만개한 곳에 라흐마니노프를 아름답게 연주했던 청년 브로드스키의 무덤을 마련해 준 그녀... 누가 이런 마음 씀씀이를 보일 수 있단 말인가? 갑자기 순간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그동안 느꼈던 여왕의 차가운 이미지... 과연 누가 만든 것일까? 어쩌면 그녀는 정말 츤데레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