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과 분노 열린책들 세계문학 280
윌리엄 포크너 지음, 윤교찬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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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함과 분노

윌리엄 포크너 장편소설 | 윤교찬 옮김 | 열린책들

한 가족상의 모습을 보면 그 나라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라의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시대상의 분위기가 어떠한지를 가족의 모습을 통해 알 수 있다니, 참 인간의 세상이란 묘하다는 생각이다. 때는 제 1차 세계대전 직후 산업혁명의 시기이다. 노예제도를 기반으로 성장한 미국의 남부지방은 산업화를 기점으로 몰락하기 시작한다. 이 시점 발판 삼아 시대에 발 맞춰 재빠르게 변화한 사람은 성공이라는 기회를 움켜줬지만, 망연자실 흘러가는 세월만 붙잡으려고 한 사람은 시대의 망령에 사로잡혀서 쇠락의 길로 떠밀려갔다. 책 [고함과 분노]에 등장하는 콤슨 가문에 벌어진 일도 후자와 유사하다.

아이를 양육하기를 저버린 어머니, 장남에게 막대한 짐을 지우고서 나머지 가족들을 나몰라라한 아버지, 부모가 있어도 부재의 아픔을 느끼면서 캐디에 대한 감정의 혼란으로 끝내 잘못된 선택의 길로 내몰린 장남 퀜틴, 막내 벤지에게 살가운 어머니 역할을 대신하면서 정작 스스로는 돌보지 않았던 장녀 캐디, 오직 돈과 현실에만 집착하는 삶을 살게된 차남 제이슨, 선천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서 오로지 세상을 감각적으로 인지하게 된 막내 벤지, 그리고 그 집안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이해하고 있는 하녀 딜지, 모두가 콤슨 가의 한 가운데서 살아온, 그 시대를 온 몸으로 느끼면서 지내온 이들이다.

책의 제목은 포크너가 멕베드의 한 장면에서 연상해서 차용해온 거라고 하는데, 여기서 의미하는 사운드가 막연한 의미가 있는 소리가 아닌 막연한 소음, 의미없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러기에 어떤 책에서는 사운드를 소리로, 음향으로 번역하기도 하는데, 열린책들에서는 고함으로 번역해놓은 듯하다. 의미없는 메아리... 만약 나라면 어떻게 사운드의 의미를 해석했을까? 비명? 울부짐? 아... 역시 어렵다.

책은 전부 4부로 구성되어있는데, 첫 장에서는 벤지의 시선으로, 두번째 장은 장남인 퀜틴의 시선, 세번째는 차남인 제이슨의 시선, 마지막 장은 다른 장과는 달리 3인칭의 관점으로 쓰여진 딜지의 입장에서 콤슨 가에 대해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첫 장이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벤지의 입장으로 다시 생각해 보니 오히려 수월한 면이 있었다. 가장 괴로웠던 장은 아무래도 장남 퀜틴의 시선에서 씌인 둘째 장이었다. 콤슨 가의 사남매 중 유일하게 자신의 장을 갖지 못한 인물은 장녀 캐디인데, 그녀는 곳곳에서 그녀를 관찰한 이들이 캐디에 대해 묘사해주고 있었다. 벤지에게 캐디는 엄마와 같았고, 퀜틴에게 캐디는 연인이었으며, 제이슨에게 캐디는 타락한 누이였다.

소설에서 말하는 고함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모두가 어떤 것을 말하고자하지만 그것이 소리로 전달되지 못하고 각자의 가슴안에서만 우물거리는 느낌, 소리치는 느낌이 든다. 뭔가 답답하고 막연하고 억울하지만 그것의 정확한 의미를 못 잡는 것같은 것.... 여기 콤슨 가 가족의 비극의 원인은 무엇보다 어머니의 부재, 아버지의 부재였다. 아이들 역시 아이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그들 스스로 부모가 되려고 했다. 어머니의 자리, 아버지의 자리에 어린 자신들을 끼워맞춰야했으니 그 가족이 제대로 설 리가 없다. 고함이 제대로 된 소리로 울리고, 분노의 자리가 제 자리를 잘 찾아서 울릴때 소통이 가능하리라...... . 여기에 희망이 있을까? 어떤 웅얼거림이 제대로 된 소리로 울릴 수가 있을까? 비극은 기가막히게 되물림되지만, 그 비극을 끊는 길도 무척 간단하다. 가족 중 한사람이라도 제대로 된 자리를 지키고 있을때 가족이란 울타리는 그것만으로도 지켜진다. 한 사람, 단 한 사람이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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