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맛있는 하루를 보내면 좋겠어 - 츠지 히토나리가 아이에게 들려주는 인생 레시피
츠지 히토나리 지음, 권남희 옮김 / 니들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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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맛있는 하루를 보내면 좋겠어

츠지 히토나리 지음 | 권남희 옮김 | 니들북

과연 요리란 무엇일까? 오직 자신을 위해서만 재료들을 다듬고, 스프를 끓이고, 고기를 삶고, 나물을 데치고... 그런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아마 드물 것이다. 기본적으로 요리란 배푸는 것을 전제로, 또한 나누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같다. 그러함으로 요리에는 정성이니, 시간이니 하는 말들이 들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얼마전 동생내외와 놀이공원에 놀러간 일이 있었다. 날도 좋았고, 가을날의 정취를 만끽하기 충분한 날이었다. 기분좋게 싸온 김밥을 내밀었는데, 대뜸 내동생이 나보고 누나 요리는 3분요리란다. ㅎㅎ 엄청 빨리하지만 맛은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정성이 없다는 말이다. 아니, 기껏 아침에 일어나서 김밥까지 싸 온 누나에게 그것이 할 소리인가? 마음같아서는 벌컥 하고 싶었지만 솔직히 어떤 면에서는 인정하는 바여서 참았다. 나의 요리는 일명 빨리 빨리와 실험정신을 기본으로 했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먹을 때에는 맛있게 먹었으면서 결혼하고 입맛이 변한 건가? 뜬금없는 소리를 하다니... (아니면 그 당시에는 배고파서 먹어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 츠지 히토나리의 일명 요리 에세이는 아빠가 아들에게 쓴 연애 편지를 방불케한다. 하나 하나 설명이 구체적이고 그의 사랑이 느껴진다. 그는 싱글 대디가 된 후 아침마다 일어나서 쌀을 씻으면서 스스로에게 지지않을거야하고 마음 속으로 외쳤다고 한다. 나 역시 본격적으로 밥을 한 건 결혼한 이후였는데, 저자처럼 이러한 각오는 없었던 것같다. 그의 지지않아는 점점 맛있게 할거야로 바뀌었졌고, 주방에 들어가는 일이 그에게는 하나의 해방구로 작용했다. 아들에게도 말한다. 주방을 도피처로 삼으라고 말이다. 주방은 절대 널 배신하고 않는다고 말이다. 씻는 소리, 밥 뜸들이는 소리, 볶는 소리, 데치는 소리... 온갖 소리들로 가득 찬 주방, 하지만 넋놓고 있다가는 큰일난다. 절대 사람은 한번에 두가지 이상을 하기 힘든다. 깜박잊고 나물을 다듬다가 금새 달걀찜을 태우고 마니까 말이다. 그처럼 주방이란 곳은 사람에게 할 일을 준다. 그리고 잡일을 잊게한다. 거기다가 내 요리를 맛있게 먹어줄 누군가가 있다면 그 얼마나 즐거운 일이 아니겠는가? 하루의 피로를 맛있는 음식을 나누면서 그리고 즐기면서, 이야기하면서 풀 수 있으니 말이다.

저자의 잡다한 지식은 주방 이외의 세계로 넓혀나간다. 갖가지 향신료에 엃힌 이야기서부터, 갖가지 프랑스 요리와 외국식 요리, 또 디저트 까지 그의 레시피를 읽어나가다 보면 나도 누군가에게 요리를 하고 싶어진다. 물론 나에게는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두 녀석이 상시 대기중이기도 하고 말이다. 미슐랭 가이드에서 일하는 어느 기자처럼 냉철한 혀를 지니고 있다. 맛없는 건 가차없이 밷는다. 절대 식도로 넘기지 않는다. ㅎㅎ 기가막히다.

이제 나도 저자처럼 빨리 빨리, 어서 어서 대신에 맛있게 할거야를 외치면서 주방에 서야겠다. ㅎㅎ 3분 요리의 오명을 언젠가 벗을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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