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연대
수잔 글래스펠 지음, 차영지 옮김 / 내로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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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연대

수잔 글래스펠 | 내로라

실화를 바탕을 둔 글은 그 자체로 위대한 울림을 준다. 이는 영화든 소설이든 뭐든 마찬가지인 것같다. 그리고 때론 현실이 더욱 더 소설보다 더하다는 진실도 우리 역시 알고 있다.

수잔 글래스펠의 소설 [마음의 연대]는 1900년대에 발생한 존 호색 살인사건에 바탕을 두고 있다. 존이라는 남자는 도끼로 두 차례나 강타당한 모습의 끔찍한 몰골로 발견되었다. 그 옆에 있던 자는 바로 그의 아내였던 마가렛... 마가렛은 집에 강도가 들었으나 자신은 자고 있었기에 강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진술한다. 열 명의 아이들을 둔 마가렛은 사는 동안 내내 남편의 폭력성으로 힘들었다고 진술하며 그 폭력이 아이들에까지 미칠까봐 두려워했다고 한다. 그녀의 막내 아이는 그녀 나이 마흔 살에 얻은 아이였다고 하니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 무척 컸을 것이다. 법정에서 배심원은 모두 그녀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결정적 증거가 없었음에도 모든 정황 증거는 마가렛을 향했고, 그녀의 진술은 철저히 무시됐다. 이로 인해 농장 부인들의 끔찍했던 삶이 재조명되고 사회적인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 사건을 아마 수잔은 눈여겨 보았으리라...그녀는 저널리스트로서 이 사건을 심층 보도했다. 1심의 불편했던 판결 뒤에 어려있는 현실의 차가운 민낯을 말이다. 여성들의 연대 덕분인지, 철저한 투쟁 덕분인지 몰라도 마가렛의 재판은 결국 2심에서 뒤집어 졌으며 마가렛에 대한 세번째 재판은 열리지 않은 채 사건의 진상은 오리무중으로 남아있는 상태로 마무리 되었다. 수잔은 단막극 [사소한 것들]과 지금 이 단편 소설인 [마음의 연대]를 통해 그 당시 어려웠던 여성들의 삶을 재조명했다.

[마음의 연대]에서 등장하는 여인 미니 포스터와 그녀에 대한 사소해보이는 증거들을 감춰준 이웃인 헤일 부인과 피터슨 부인의 이야기는 여성들만이 통하는 연대와 그 애틋함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다짜고짜 그녀를 범인으로 특정하고 그 증거부터 찾는 헨더슨 검사의 모든 촉은 범인은 바로 미니 포스터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그의 탁월한 식견을 무시하는 바는 아니지만 죄인이라는 것을 특정해놓고 사건을 수사하는 방식은 어쩌면 너무 무책임한 것같다. 이에 문득 얼마전 재미있게 본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가 생각났다. 그 드라마에서도 오랜 시간 소매치기를 일삼은 가장이 어느날 마음의 결심하고 자신의 손을 돌로 내리친다. 하지만 우연치않게 들어간 공중화장실에서 넘어질뻔한 취객을 부축하면서 또 다시 소매치기로 몰리고 만다. 그가 오랜 시간동안 소매치기를 일삼아왔다는 그 정황이 바로 불리하게 작용하는 이유가 되면서 여기에 천원짜리 변호사가 나서는 사건이었다.

세상에는 분명 억울한 피해자도 있다. 하지만 변호사 덕택에, 혹은 운 덕택에 죄를 저지르고서도 피해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은 둘째치고서라도 죄의 결과만을 보지말고 상황 자체를 총체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이 모든 이들에게 생겼으면 좋겠다. 어쩌면 이 때 제 삼의 눈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진실은 오직 스스로만 알 수 있는 법이다. 그리고 스스로가 내리는 판결은 어쩌면 법이 내리는 판결보다 더욱 더 가혹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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