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서술자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 민음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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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서술자

올가 토카르추크 | 최성은 옮김 | 민음사

방대한 관심사가 들어있는 종합선물같은 토카르추크의 첫 에세이집이다. 그녀의 사상과 관심사, 글에 대한 자세와 미래에 대한 걱정 및 기대 등이 모두 담겨있었다. 에세이라고 치부되기 보다는 왠지 인문서적같다고나 할까? 내겐 그런 느낌의 책이었다.

올가는 [방랑자들]이라는 여행자에 관한 소설로 처음 접한 작가이다. 이 책에는 그녀가 여행에 대해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는지도 나와있다. 그리고 더 이상 그녀가 온전히 즐기는 여행을 떠날 수 없으리라는 것 또한 알 수있었다. 지금도 이곳 저곳을 여행한 여행서들이 쏟아져나오고, 각종 sns 마다 여행담이 그득하다. 사람들은 해외여행을 기획할때면 인터넷으로 이미 그곳을 여행한 사람들의 여행담을 살펴본다. 왠지 그래서안자 더이상 여행이란 예전처럼은 설레이지 않는다. 오래전부터 여행은 온전히 낯설음의 체험이었다. 배를 타야지만 갈 수 있었던 그 때 그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당장이라도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떠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그 곳을 이미 인터넷을 통해 경험할 수 있고 말이다. 텔레비젼에서는 대리 여행이라도 해주듯이 여러 연예인들을 등장시켜 해외여행 프로그램을 쏟아내기도 한다. 분명 낯설음은 멀어졌다. 이미 익숙한 것, 이미 한 번 본 듯한 풍경들이 주위에 가득하다. 그리고 진실은 언제나 외면된다. 태평양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쓰레기섬들, 가난한 동아시아의 사람들이 쏟아내는 청바지 염색의 염료들, 각종 옷감의 폐자재들, 런던 혹은 도쿄 뒷골목의 홈리스들....... . 이미 존재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무시한 채 좋은 풍경, 맛있는 먹거리들을 찾아다닌다. 전쟁과 기후 이상으로 인해 유물들은 파괴되거나 불 타고 있고, 지구 한 편에서는 음식물이 남아돌아 버려지는 반면, 한 쪽은 기아로 허덕인다.

올가의 동물에 대한 생각도 무척 흥미로웠다. 동물의 고통은 인간보다 더하는 것, 그것은 바로 동물들은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그 자체로 모든 것을 감당해야한다는 것이다. 왜 우리는 동물들의 고통은 외면해야하는 것일까? 기독교에서 가지는 철학들의 모순된 점을 지적한 것 또한 흥미로웠다. 내가 아는 성경에서 모든 생물에 이름을 지어주고 생육하고 번성케하는 것은 창세기에 나와있는 하나님의 말이었다. 하지만 어떠한가? 생물은 번성케하는 대신 지배하고, 먹고, 심지어는 멸종케한다. 이름을 지어준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공감한다는 것이다. 너를 나로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에서 모든 것들은 인간 중심의 사고로 귀결되고, 어쩔 수 없음으로 여겨진다. 고기를 안먹고 어떻게 살아? 어쩔 수 없잖아? 동물은 어차피 죽는 존재야... 등 등으로 더 이상 인간은 머리 아픈 고민을 하기 싫어한다. 외면이 사실 가장 쉬운 방법이다. 말 못하는 모든 동물에게 현실은 거대한 아우슈비츠인데 말이다.

그외에도 서술에 대한 그녀만의 이야기, 문학에 대한 생각들이 너무 방대하고 멋있다. 그래, 세상에 필요한 건 어쩌면 다정함이 다 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연결자들이다. 풀포기 하나, 개미 한 마리 마저 말이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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