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 시골 의사 책세상 세계문학 6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박종대 옮김 / 책세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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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 시골 의사

프란츠 카프카 지음 | 박종대 옮김 | 책세상

가을이 더 깊어지기 전에 다시 읽은 변신은 또 한번의 상념을 나에게 안겨주었다. 내겐 카프카는 그런 존재이다. 항상 잊어버리고 있던 것들을 깨우쳐주는 존재... 사는 일은 기억하는 일이라는 것을 계속 내게 상기시키는 듯하다.

오년전 오랫동안 키우던 고양이를 떠나보냈다. 아니, 정확히는 떠나보낸 건지, 그냥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고양이는 친정에서 지내고 있었고, 결혼을 해서 독립한 나는 두번째 아이 출산을 막 마친 후여서 말이다. 고양이를 마지막으로 본 그때가 언제였을까.... 고양이 이름은 띵동... 나는 산후조리원에 나와서 친정집에 잠시 갔었다. 안방을 열자마자 이상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 냄새는 바로 띵동이 몸에서 나는 역한 냄새였다. 한없이 기침을 하고 야옹 소리를 내면서 침을 흘렸다. 사람이 근처에 오는 것을 무척이나 경계했다. 엄마는 한달 전부터 띵동이 기운이 없다고 했다. 나는 울면서 왜 병원에 안 데려갔냐고 애꿋은 엄마에게 따졌다. 엄마 말씀은 병원에 가도 차도가 없다고.. 이것저것 검사부터 해야할텐데 상태를 보아 마음의 준비를 해야한다고 말이다. 아.... 그때 내 머리 속에 든 생각은 한 단어였다. 고통을 덜어주고 싶다. 안락사... 그런데 과연 그 안락사는 안락한 것일까? 안락사라는 명분 하에 인간의 개인적인 짐만 더는...그런 것 아닐까... 우선 고통받는 반려동물을 보기 싫어서가 아닌가? 냄새나는 환경, 그 죽음의 냄새 역시 한 몫하고 말이다.

왜 난 그레고리가 벌레로 변한 몸에서 왜 아팠던 고양이가 생각난 것일까? 한동안 식구들의 이쁨을 듬뿍 받았지만 어느샌가 털 날리는 거추장스런 존재로 탈바꿈했던.... 모든 인간의 말년도 동일한가? 열심히 가족을 위해 일을 하고 그들을 먹여살리지만 병들고 늙으면 갈 곳이 어디에도 없는... 식구들은 그가 준 혜택 대신 지금의 처지를 원망하면서 어서 요양병원 혹은 요양원으로 가기를 원하는 늙고도 병든 몸의 신세...

병들고 아픈 몸, 자신의 똥과 오줌 마저 스스로 처리할 수 없는 몸... 잠자 씨 가족은 그레고르를 벌레로 여겼다. 그렇다. 벌레 취급 받는 몸뚱이들... 어느 곳에나 볼 수 있다. 그들 역시 한때는 싱싱한 육체를 자랑하고 근육질 몸매를 뽐냈지만 자연의 이치와 우연과 운명의 순간을 견딜 인간은 없다. 시간의 흐름은 필연적이다. 언제든 인간은 냄새나는 몸을 갖게 될 것이며 행여나 더욱 더 운이 안 좋다면 자신의 배설물을 스스로 뒤집어 쓸지도 모를 일이다.

느닷없이 스스로가 벌레로 변할 수 있다는 공포를 가지고 사는 것이 인간인가? 왜 인간은 고통을, 나약함을 견디지 못하는가? 지금 한창 기후위기로 인한 집회가 여기저기에서 열리고 있다. 그들이 내건 슬로건 중 이런 것이 있었다. '그래, 너도 멸종할 수 있어. ' 우리는 모두 사실 그런 존재 아닌가? 언제든 벌레가 될 수 있는 존재... 절멸의 가능성이 있는 존재... 아...... . 그러면서도 영원을 꿈꾸는 인간들은 과연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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