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간의 세계 일주 책세상 세계문학 4
쥘 베른 지음, 이세진 옮김 / 책세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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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간의 세계일주

쥘베른 지음 | 이세진옮김 | 책세상

어린시절 세계여행은 그야말로 가슴을 뛰게하는 단어였다. 그리고 그때 최고의 여행은 집 앞마당에서부터 시작해서 외갓댁에 가는 것, 그리고 낯선 책에서 신비로운 이야기를 발견하는 것까지 갖가지 여러방식으로 흥미를 자극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빠른 비행기와 쾌속열차가 있지만 왜 그때만큼의 두근거림과 기대는 없는 걸일까.... 수많은 인생샷이라고 불리는 여행 사진과 영상들이 인터넷을 떠돌지만 실상 그것들을 보고 가슴이 뛰지는 않으니 말이다. 사진을 위한 사진, 영상을 위한 영상은 그다지 자극적이지도 않고, 현실감각도 느껴지지 않으니 말이다.

우리는 모두 안다. 진정한 모험은 바로 여정에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인디아나 존스와 같은 모험 영화를 보고 가슴이 뛰는 이유... 그저 세계지도를 펼쳤을 뿐인데 가보지 못한 나라, 혹은 가볼 나라에 잔뜩 스티커를 붙이면서 두근거리는 아이의 마음처럼... 모든 것은 결과가 아닌 여정에 있다.

간혹 이런 생각을 한다. 배를 타고 하는 여행만 존재했던 시대의 낭만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말이다. 그 당시에는 괴롭겠지만 ㅎㅎ 그때에만 존재하는 낭만이 있을텐데 말이다. 지금은 일본의 우동이 먹고 싶다고 하면 바로 비행기를 타고 도쿄로 갔다 올수 있으니... 우리는 빠름을 얻은 대신 낭만을 잃은 느낌이 든다.

쥘베른은 평소에도 여행을 즐겼지만 그가 진정 잘했던 여행은 도서관에서 책 속에 빠져서 허우적 대는 여행이었으리라... 그는 유독 꼼꼼한 성격으로 책을 한번 쓰면 초고만해도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야했고, 더구나 그의 성격은 모든 것을 고증에 고증을 거쳐야 직성이 풀리는 것으로 유명했으니 말이다.

어느 소년 쥘베른의 어린 시절 여행 이야기는 왜 이런 이야기가 그의 손에서 탄생되어야했는지 알려주는 지표이다. 열한살의 아이였던 그가 사촌 카롤린에게 산호 목걸이를 사주기 위해 원양어선을 타고자 결심한 부분은 무모함을 앞서는 애틋함이 느껴진다.

쥘베른의 아버지는 걸음 수를 세고, 모든 것을 루틴에 맞춰 살만큼 엄격했던 분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마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모델삼아 소설 주인공인 필리어스 포크를 탄생시킨 듯 보인다. 물 온도가 조금만 어긋나도 하인을 해고할만큼의 엄격성을 보인 그가 사실 여행이 막히면 남도 생각하지못할 기발한 방법으로 루트를 틀어버리니...혹시 그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니 말이다. 왜 난 그에게서 셜록의 기운이 느껴지는가...ㅎㅎ 그리고 돈키호테의 냄새도 나고 말이다. 그가 마지막에 고용한 하인인 장 파스파르투에게서는 왓슨 혹은 산초의 느낌이 든다.

아...다시 여행...다시 세계일주... 이 말에 정말로 가슴이 뛰는 순간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여행은 여정에 있고, 사람이 있다는데... 조만간 언제 좋은 사람들과 같이 떠나는 길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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