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의 것들 이판사판
고이케 마리코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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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의 것들

고이케 마리코 지음 |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살면서 무언가 무시무시한 것, 아니면 뒷덜미를 흠뻑 젖게하는 것을 경험해본 사람들... 소위 그런 것들을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면 저자 고이케 마리코의 책 제목이기도 한 [이형의 것들]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것이리라... 이 세상에 없는 것, 아니면 존재하기는 하나 우리가 미처 그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는 것 말이다.

난 어둠을 어릴 적부터 두려워했다.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어둠 속을 자세히 보면 무언가 형체가 스물스물 기어나오는 것만 같다. 낮동안 가시광선의 자극에 의해 가려졌던 것들이 밤이 되면 출몰해서 집 안을 돌아다는 것 같다고나 할까.... 사실 [이형의 것들] 이란 책을 읽으면서 내가 어린시절 경험한 어떤 이형의 존재가 금새 떠올랐다.

때는 중학교 시절 이었던 듯하다. 왠일로 난 집 안에 들어가길 주저하고 있었다. 이유는 사실 잘 모르겠다. 마당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다가 부엌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리라 생각했다. 그 당시에 삼촌 내외와 같이 살고 있어서 부엌은 숙모의 담당이었다. 난 부엌에 난 문을 통해 안에 들어가기로 한 것같다. 그래서 우선 부엌 쪽 가려진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려 했는데... 그때 그만 식겁했다. 바로 그 순간 누군가도 안에서 나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기억이 나서 소름이 돋는다. 분명 그 당시 부엌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불은 켜 있었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않았다. 결국 난 현관문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갔고, 바로 부엌 쪽을 확인해봤지만 역시 아무도 있지 않았다. 그때 내가 마주친 두 눈동자는 무엇이었을까? 내가 집 안을 들여다보려했을때 누군가도 집 밖에 있는 나를 그 틈으로 보고 있었던 걸까.... 아마도 그 존재는 이형의 존재... 명확히 결론이 안난 채로 그 시절의 경험은 내 안에 남아있다.

책 [이형의 것들]에서는 다양한 존재에 대한 체험들이 나온다. 농로에서 여자귀신 얼굴의 반야면을 쓴 어느 여인과 마주친 이야기, 자신이 이미 죽은 존재이면서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여주인공, 이미 폐업한 지 오래였던 치과의원을 방문해서 치료까지 받게 된 이야기, 어느 죽은 외국여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여주인공, 어느 산장의 지하공간에 출몰한다던 귀신의 정체, 붉은 창 너머로 보이는 죽은 여인.... 아... 각기 에피소드들은 흡사 도시괴담같이 끊고 싶지만 끊을 수 없는 치명적인 고리를 가지고 이어져있었다. 바로 존재할 수 없다고 믿었던 것들이 존재하는 것에서 오는 공포와 호기심의 고리이다.

당신은 이형의 존재들을 믿는가? 당신은 귀신의 존재를 믿는가? 혹 이 삶이 그냥 끝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삶 뒤의 무언가가 또 존재한다고 믿는가.... 어떤 믿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한들 일상 속에서 살다보면 모든 것들은 희미해진다. 운명처럼 죽음의 순간에서 빠져나왔다고 한들... 다시 그 안으로 제발로 찾아서 들어가는 사람도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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