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클 사일러스
조셉 셰리던 르 파누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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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클 사일러스

셰리던 르 파누 지음 |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빅토리아 시대의 소설은 항상 그렇지만, 늘 흥미롭다. 책의 주인공 이름이 모드인 고로, 전에 읽었던 소설 사라워터스의 [핑거 스미스]가 계속 생각이 났다. 기괴한 삼촌인 사일러스는 핑거 스미스의 삼촌과도 닮아있다. 그 소양이 괴상하고 사이코적 특성도 엿보이는 고로 말이다.

소설은 한 소녀의 성장소설로 내게는 읽혀졌다. 아버지의 그늘에서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도 못하고 그의 강압적인 성품에 순종만을 강요받아야 했던 소녀 모드는 그보다 더 한 환경으로 내쳐지면서 살기위해, 살아남기위해 변해야했다. 소녀 모드의 성장 소설과도 비슷한 [엉클 사일러스]는 초기에는 호의적으로 않게 그려진 인물이 후에는 호의적으로, 반면 첫인상에서는 호감을 주는 인물이 나중에 알고보면 희대의 사이코패스였다는 인물 설정이 흥미롭다. 그 인물들은 한마디로 모드의 마음가는대로 움직인다. 그만큼 소설 속 여러 인물들은 살아있다. 독자는 모드의 시선에서 모든 관계를 파악하며 그들의 동기, 선하거나 악한 동기를 재빨리 캐치해야한다. 유독 그럴 필요가 없었던 인물 두명이 있다면 바로 모드의 가정교사로 나온 마담 드 라 루지에르와 사일런스 삼촌의 아들 더들리가 그러하다. 그 둘은 처음부터 어떤 인상인지 파악된 인물로 모드의 경계대상이자 독자의 경계대상이 된 인물들 이었으니 말이다.

모드는 전형적인 가부장제의 희생양이었다. 아버지는 자신의 병을 그녀에게 철저히 숨겼으며 비밀이 들은 캐비닛도 그 안에 도대체 무엇이 있는지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 그는 방백처럼 속삭이다가, 모드가 아들이길 바라는 말도 했다가 결국 비명횡사하고 말았다. 이미 예견된 죽음이었지만 모드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같은 일이었다.

그 후 모드는 아버지의 유언대로 그녀가 어린시절 나고 놀았던 영지 놀을 떠나 낯선 땅으로 가야만했다. 바로 엉클 사일런스가 있는 바트램 호프로 말이다. 아버지의 죽음 전에 그녀에게 유독 두려운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닥터 브라이얼리라는 손님이었다. 아버지의 이상한 종교 스베덴보리 역시 생소했으며 강림술같은 것도 그녀에게는 다소 무서운 것이었다. 모든 첫 인상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그녀가 바트램 호프로 떠날때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것은 하녀인 메리 퀸스 뿐이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날카로운 촉으로 경고해주는 고모 모니카....

고모 모니카는 사일런스의 어떤 비밀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그녀는 또 마담 드 라 루리에르에 대해서도 경고하는 말을 서슴치않게 한다. 그녀와 절대 단둘이 있지말고, 그녀에게 음식을 맡기지 말라는 것.... 마담은 그 흉칙한 모습과 행동 등이 절대 악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끊임없이 모드를 교란한다.


모드는 과연 아버지가 뿌리내린 가부장제에서 삼촌이 덫을 친 어둠의 세계... 둘 다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인가? 도망이라는 것도 쳐본 적도 없는 순진무구한 소녀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사실 그 무엇이라도 해야한다. 왜냐하면 이 모든 것은 사실 모드 그녀 자신의 생명이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 인간의 초인적인 힘이 나오기 마련이다. 독자는 모드를 응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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