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여관 미아키스
후루우치 가즈에 지음, 전경아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양이 여관 미아키스

후루우츠 가즈에 지음 | 전경아 옮김 | 하빌리스

뉴스를 보다가 최근 한 예능 프로가 징계를 받았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한번도 그 예능을 본 적이 없지만 게스트와 출연자들이 고가의 스위트룸을 체험해보는 그런 류의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물론 어떤 스위트룸이 그토록 비싸며, 그런 고가의 호텔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궁금하기는 (대리만족도 만족 나름이지...) 하지만 솔직히 출연자들만 좋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듬과 동시에 지금 이 시국에 이런 것을 조장하는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이유가 뭔지 제작자들의 의도가 불순해보이기도 한 씁쓸한 뉴스였다. 차라리 그것보다는 열여덟 어른의 독립을 위하는 프로그램이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소시민의 모습을 조명하는 것이 좋지 않은가? 연예인들에게 해외여행, 낚시, 호텔체험..같은 것을 하게 해주고 그것을 그대로 내보내는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방송사들은 도를 좀 넘은 것같다. 지금 시청자들의 수준은 그것이 아닌데... ㅠㅠ 스스로 방송을 만들고 내보내는 유튜브 시대가 아니던가 말인가...

처음부터 장황하게 호텔 체험 이야기를 꺼내면서 잠시 흥분을 했다. ㅎㅎ 나도 아무래도 지독한 열등감에 사로잡힌 사람임에 틀림없다. 여기 그런 열등감과 주눅 든 이들을 위한 여관이 존재한다. 바로 고양이 여관 미아키스... 절망이 크면 클수록 환영하고, 꼭 값이 치뤄야하고... 미모의 주인과 신비한 요리사가 제공하는 훌륭한 음식이 있는 곳, 물론 종업원들은 별로 불친절하지만 한번 들어온 이상 어쩔 수 없다. 다시 나갈 수 없는 여관이다. 값을 치루지 않고서는 말이다. (그것도 좀 과한?)

이상한 여관이지만 그 여관에서 들어선 이들이 하룻밤을 묵은 후면 다시 새 삶을 살게 될 이유를 찾는다. 그들은 높은 다리에서 뛰어내릴 용기를 내는 대신에 여관 미아키스에 들어왔음으로 그런 기회를 얻은 것이다. 이런 여관이 현실에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방송사 피디들은 고급 호텔 체험프로를 기획해내는 머리를 굴리기 전에 고양이 여관 미아키스에서 좀 더 힌트를 찾아봤으면 좋았을텐데 말이다.

고양이는 도도하고, 독립적이라고 하지만 고양이 만큼 사람을 좋아하는 동물도 없는 듯하다. 최소한 내가 만났던, 지금 내 곁을 지키고 있는 고양이를 보면 말이다. 외로움도 느끼고, 사랑도 느끼고... 철의 여인이 결코 아니다. 여기 고양이 여관 미아키스가 생기게 된 이유도 바로 그런 가슴이 따뜻했던 고양이 때문이 아니었던가...

소설 속에서 등장한 각종 고양이에 대한 신화 역시 흥미로웠다. 신처럼 떠받들여지고 추앙을 받았던가하면 중세 암흑기에는 셀 수 없도록 많은 고양이들이 이유없이 잔인한 학살을 당하며 비명 한번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죽어갔다.

고가의 호텔도 좋겠지만 이런 미아키스에서 하룻밤 자고 싶다. 고풍스러운 외관, 숙박에 조식, 산책에 온천...왠만한 호텔보다 이곳이 훨씬 좋아보인다. 무엇보다 그곳엔 정이 있으니...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으니 말이다. 돈 냄새 나는 호텔보다 따뜻한 스프 냄새가 그윽한 여관이 백배 천배 낫다는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